52년 7월 25일생 신영섭씨 아내인 황진수입니다. 저의 남편은 2000년 5월 14일 불광동 수양관에서 운동을 하다가 심장마비로 사망하였습니다.’

저는 건강하지 못해 늘 남편의 보살핌과 보호 속에서 살았습니다. 그래서 항상 남편에게 사

후에, 의과대학의 연구용으로 써달라고 유언을 하곤 했습니다.

우리 나라는 시신을 신성시하여 조상을 섬기는 유교적 문화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

서 더욱 시신 기증이 필요하고, 이것은 신앙인으로서 실천해야 할 운동이라 생각합니다. 우

리 부부는 아버님 산소에 다녀올 때마다 산을 다 허물어 공동 묘지를 만드는 것이 안타까워

우리만큼은 절대 묘를 만들지 말고 시신기증을 하자고 다짐했습니다.

기독교인들이라도, 유교 사상을 배제하고 살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믿음이 좋으신 형제, 자

매님 마저도 화장하면 부활시 자신의 몸을 못 찾을까봐 “절대 두 번 죽을 화장은 말라”

라는 유언을 남기고 가난하던 부유하던 아름다운 묘를 만들어 드리는 것이 효며, 묘자리가

좋아야 후손이 잘된다는 유교신앙을 가지고 있는 터라 70대 이후 나이 드신 분들에게는 가

장 좋은 묘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우리의 장례문화입니다.

남편의 사망 진단 후 저는 병원 측에 남편의 시신은 이미 기증되었다고 이야기하고, 기증동

의서를 작성하였습니다. 그리고 생명이어주기운동본부에서 연락하여 남편의 사망을 알리고

시신기증을 위해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사망 후 한 부위라도, 타인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바랬습니다. 우리 부부는 이미 안구

기증신청을 통해 세상을 보지 못하는 사람에게 기증하고 싶었는데, 사망시간이 너무 지나서

안구 및 다른 장기들은 사용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안타까웠습니다.

사망 진단은 너무나 당혹스러웠고, 3일장이라는 짧은 시간 때문에 사실상 빠른 진행이 아니

면, 시신마저도 아무소용이 없기 때문에 긴급성을 요했습니다. 혹 기증을 원하시는 분이 계

시다면 시신기증은 긴밀성을 요구하므로 관련기관에 미리 약속을 한 후 이 일을 진행하도록

맡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 노 어머님(70세)이 계셔서 어떻게 이해하실지, 또 내가 하는 행동이 경박스러운

것은 아닌지 하는 갈등도 있었지만 고인의 유언이었고 평소 생각이었기 때문에 제가 행동하

기 쉬웠습니다. 하지만 스스로의 결정도 중요하지만 집안 식구들과 형제들, 친척들의 의견도

무시할 수는 없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그들은 설득해야하는 이중고를 안고 있었습니다. 짧은

시간에 결정해야하고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에 결정 해야하는 어려움을 안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시신기증서는 평소에 건강할 때 작성하여 동의서에 서명만 하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기증할 때 복잡한 서류가 없을수록 좋습니다. 왜냐하면 그 시간은 너무 큰 고

통의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남편의 사망으로 인하여 여러 사람들에게 생명을 이어줄 수 있다는 점은 저에게 많은 위로

가 되었습니다. 남편의 화장터에 앉아 시신의 남은 부분을 태우며, 짧은 시간 내린 결정이지

만 잘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남편의 피부와 조직기증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도움을 받는다

고 생각하니 많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저와 제 자녀가 이와 같은 일을 겪게 될 경우 저는

전과 똑같이 행동할 것입니다. 그것은 저의 삶이며, 생각이기도 하니까요.

가장 건강할 때 가장 아름다운 사랑을 나눕시다. 그리고 이웃을 돌보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

진다면 우리 몸을 타인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힘과 용기가 생길 것입니다. 그리고 생명을

이어주는 기적을 보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