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금)
(백) 부활 제4주간 금요일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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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신부님의 살레시안 묵상] 있는 듯 없으신 분, 없는 듯 있으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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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hunter14] 쪽지 캡슐

2017-04-20 ㅣ No.111570

 

있는 듯 없으신 분, 없는 듯 있으신 분

 

 

초세기 교회가 안고 있었던 가장 큰 과제 중에 하나는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설명이었습니다. 사실 불사불멸, 다시 말해서 죽었던 한 인간의 부활과 영원한 생명의 획득은 오랜 인류의 간절한 희망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침내 예수님을 통해서 한 인간의 완벽한 죽음과 부활, 영원한 삶이 실현되었습니다.

 

 

그러나 부활이라는 주제는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했던 신비로운 사건이었습니다. 동시에 부활은 인간의 이성으로 포착하기에는 너무나 엄청나고 불가해한 주제였기에 이를 신자들에게 어떻게 명료하게 설명하는가 하는 것은 초세기 교회 지도자들에게 있어 가장 큰 도전이었던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예수님 부활의 직접 목격자들의 수효는 지극히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세월이 흐르면서 그들 역시 세상을 떠나갔습니다. 구체적인 물증을 원하고, 매사에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예수님의 부활 사건을 교리화해서 논리적으로 설명하느라고 지도자들은 식은 땀 꽤나 흘렸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 거기에는 우리 그리스도교의 사활이 달려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이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온전히 수용하고 인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리스도교 신자가 된다면 어쩌면 그는 아직도 갈 길이 많이 남아있는 사람임이 분명합니다. 그만큼 그분의 죽음과 부활에 관련된 교리는 그리스도교 교리의 진수이자 핵심인 것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모습은 공생활 기간 동안 보여주셨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띱니다. 그분께서는 생각지도 못한 어느 순간 갑작스레 제자들 앞에 나타나십니다. 그러다가 또 어느 순간 바람처럼 사라지십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더 이상 공간의 지배를 받지 않게 되신 것입니다.

 

 

휴가차 방한했던 한 선교사 신부님과 제가 한국에 계신 그분의 어머님을 위해서 깜짝 이벤트를 마련했습니다. 입국한다는 사실을 절대 비밀에 붙였습니다. 그리고 어머님을 수도원 미사에 초대했습니다. 선교사 신부님은 제의방에서 옷을 갈아입고 미사 집전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수도원에 도착한 어머님에게 제가 그랬습니다. “어머님, 오늘 반가운 손님이 한분 제의방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인사 먼저 드리고 미사 드리세요.” 저는 어머님께 제의방 문을 살며시 열어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세상에! 지구반대편에 있을 줄 알았던 아들 신부가 거기 떡 하지 있는 것이 아닙니까? 어머님께서는 그야말로 기절초풍하시더군요. 거의 뒤로 넘어지실 뻔 하시는 걸, 겨우 잡아드렸습니다.

 

 

영영 이별인걸로 여겼던 스승님께서 갑작스레 자신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시니 제자들도 엄청 놀랐을 것입니다. 그야말로 혼비백산했을 것입니다. 얼마나 놀랐던지 그들은 너무나 무섭고 두려워 유령을 보는 줄로 생각하였습니다.

 

 

우리도 불신과 의혹의 눈, 낡은 과거의 눈으로 예수님을 바라볼 때면 결과는 항상 공포와 두려움뿐입니다. 그러나 새로운 눈, 열린 눈으로 바라볼 때 그분은 항상 희망과 기쁨의 주님이십니다.

 

 

원래 주님께서는 초월적인 분이셨습니다. 그런데 불신과 의심으로 가득한 우리 인간을 위해 잠시(33년간의 지상생활 동안) 우리에게 손에 잡힐 듯이 구체적으로 당신의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러나 이제 때가 된 것입니다. 죽음을 물리치고 영광스럽게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본연의 당신 모습으로 돌아가신 것입니다. 언제나 어디서나 현존하시는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의 모습 말입니다.

 

 

오늘도 하느님께서는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그러하셨듯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불현 듯 우리 앞에 나타나십니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홀연히 사라지십니다. 있는 듯 없으신 분, 없는 듯 있으신 분이 바로 우리의 하느님이신 것입니다.

 

 

관건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향한 우리들의 활짝 열린 마음입니다. 한없이 순수하고 티 없는 신앙입니다. 세상만사 모든 것을 관대하게 수용하시고, 세상 모든 것을 수렴하시는 너그러운 하느님을 닮고자 노력하는 개방성입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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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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