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 (토)
(백) 부활 제5주간 토요일 너희는 세상에 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다.

〈추기경서임〉 염추기경 동정(2/22)_교황, 염추기경에게“한국 매우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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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언론홍보팀 [commu] 쪽지 캡슐

2014-02-25 ㅣ No.827

  

염수정 추기경 동정 스케치 (22일)

교황, 염추기경에게“한국 매우 사랑해”

23일 같은 장소서 교황과 새 추기경단 축하 미사 봉헌

예수회 총본원에서 점심식사

오후에는 한인들과 미사 봉헌



   서임식을 앞둔 염 추기경의 아침은 차분했다. 염 추기경은 오전 6시30분 숙소로 묵고 있는 교황청립 한인신학원 성당에서 복음말씀을 묵상하고 교구 사제 및 수녀원 수녀들과 아침미사를 조용히 봉헌했다.


▲ 서임식 당일 아침, 숙소인 교황청립 한인신학원에서

사제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있는 염추기경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인 22일(토) 오전 11시(이하 로마 현지시각)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19명의 새 추기경 서임식이 1시간 15분간 거행됐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19명의 새 추기경들에게 진홍색 주케토와 비레타를 씌워주고 오른손 네 번째 손가락에 추기경 반지를 끼워줬다. 이어 추기경 서임과 더불어 로마 시내 트레스테베레 지역에 위치한 성 크리솔로고 성당(San Crisogono) 명의사제로 임명하는 칙서를 전달했다.


   예식이 시작되기 두 시간 전부터 성당에 입장하려는 신자들의 긴 행렬이 이어졌던 이날 서임식에는 한국 순례단 500여명을 비롯해 각국 축하사절단 및 신자 만 여명이 성 베드로 대성당과 성 베드로 광장 곳곳에서 새 추기경단을 축하했다. 한국과 필리핀에서 추기경이 나와 동양계 취재진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또한 이날 예식에는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참석했다. 전임 교황이 예식 시작 20분 전 성당 안에 입장하자 성당을 가득 메웠던 신자들의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새 추기경 대표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은 예식 중 감사인사를 통해 “오늘 참석하신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님께도 사랑과 존경을 담아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전문 하단 첨부)


   이날 복음은 예수의 길을 따르는 것에 대한 예수의 가르침을 전하는 마르코복음서가 낭독됐다. “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 사실 사람의 아들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마르 10,44-45)


   교황 프란치스코는 이날 서임식 훈시를 통해 오늘 복음 내용인 마르코 복음 10장 32절 “예수님께서는 제자들 앞에 서서 가고 있었다”는 구절을 언급하면서 “함께 주님 뒤에서 걷자!”라고 말했다. 교황은 “주님과 함께 걷는 것, 이것은 우리의 기쁨이다. 그러나 이 길은 십자가 고통의 길”이라고 말하며 “세속의 정신이 우선시 될 때 경쟁심과 질투심, 파벌이 생겨난다.”라고 말했다. 또한 “교회는 세상 곳곳의 고통에 대한 여러분의 연민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하며 “평화를 이룩할 수 있도록 여러분의 기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주님께 평화와 화해를 청하자”라고 말했다. (☞전문 하단 첨부)


-서임예식 식순-

① 입장

② 감사인사(The Greeting), 기도(Prayer), 복음 봉독(마르 10,32-45)

③ 교황훈시

④ 새 추기경 서임, 서임 양식 낭독

⑤ 새 추기경들의 신앙고백과 충성서약

⑥ 주케토, 비레타, 추기경 반지 수여 및 명의본당 지정

⑦ 평화의 인사

⑧ 주님의 기도

⑨ 퇴장




   예식은 새 추기경이 교황 앞에서 무릎을 꿇고 주케토와 비레타, 추기경 반지 및 칙서를 전달받을 때 절정에 달했다. 특히 이날 교황 프란치스코는 열 두 번째로 호명된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 염수정 추기경을 포옹한 후 1분 여 시간을 염 추기경에 더 할애하기도 했다.


▲ 22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추기경 서임식에서

교황 프란치스코에게 비레타를 수여받고 있는 염수정 추기경


▲ 22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추기경 서임식에서

추기경단과 평화의 인사를 나누고 있는 염수정 추기경



   염 추기경은 당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상기된 표정으로 “교황님께서 내게 ‘한국을 매우 사랑한다’라고 말씀하셨다.”라고 말하며 “이 말에 깜짝 놀랐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염 추기경은 “나 역시 교황님께 ‘한국인들도 교황을 사랑하며 그런 마음으로 추기경으로서 교황님을 도와 열심히 일하겠다’라고 말씀드렸다.”라고 전했다. 염 추기경은 하루 전인 21일 교황청 내 바오로 6세홀에서 열린 추기경회의에서 교황에게 남북한 이산가족 상봉 소식을 전하며 “이들을 위해 기도해주시고 강복해달라”라고 청한 바 있다.



▲ 추기경 서임식 후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염 추기경이 기자들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 추기경 서임식 후 성 베드로 광장에서 한국 성지순례단과 만난 염수정 추기경


   지난 2006년 2월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렸던 정진석 추기경 서임식 때와는 달리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진행된 이번 서임식은 매우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간소하게 진행되었다. 성당 내에 입장하지 못한 이들은 성당 밖 성 베드로 광장에 설치된 스크린을 보며 자국 추기경의 모습이 영상에 비칠 때마다 환호했다.


  염 추기경 등 신임 추기경들은 오후 4시 30분부터 바티칸 바오로 6세 홀에서 교황청 인사 및 순례객들의 축하 예방을 받았다. 염 추기경의 양 옆에는 지난 2월 5일 주교수품한 유경촌, 정순택 보좌주교가 서서 함께 손님을 맞았다. 염 추기경은 이날 홍콩, 필리핀 등 추기경들과 로마 한인 신자들의 예방을 받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 서임식이 있었던 22일 오후 염추기경은 바오로 6세홀에서 손님들의 예방을 받았다.

추기경에게 강복을 받고 있는 수녀들의 모습


▲ 바오로6세홀에서 손님들의 예방을 받던 염추기경이 한 어린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저녁에는 교황청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한국정부 대표단 축하 만찬에 참석했다. 정부 대표로 서임식에 참석했던 조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을 비롯해 한승수 전 총리 등이 이 자리에 함께했다.


   염 추기경은 23일(일) 오전 10시 교황 프란치스코와 새 추기경단 공동집전으로 ‘추기경 서임 축하 미사’를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봉헌한다. 이날 미사에는 한인 신자가 보편지향기도(개인이 아닌 교회 구성원 공통의 지향이 이루어지기를 비는 기도. 통상적으로 신자들이 바쳐 ‘신자들의 기도’라고도 부른다)를 봉헌할 것으로 알려졌다.


   염 추기경은 이어 예수회 총원장 아돌포 니콜라스 신부 초청으로 로마 예수회 총본원에서 점심식사를 할 예정이다. 염 추기경의 은사인 니콜라스 신부는 지난 1월 15일 명동 염 추기경의 집무실을 방문해 추기경 서임을 축하한 바 있다. 오후 5시에는 교황청립 한국신학원에서 로마 한인들과 함께 주일미사를 봉헌하고, 한인신자들이 마련한 축하공연과 만찬에 함께할 예정이다.



■ 서임식 추기경대표 인사말/교황 훈시 한글번역 전문


파롤린 추기경의 인사말


저와 오늘 추기경단의 일원이 된 다른 주교들의 이름으로, 교황님께 인사드립니다. 또한 오늘 참석하신 베네딕도 16세 전임 교황님께도 같은 사랑과 존경을 담아 인사드립니다.


저는 두 가지 단어로 제 마음에서 일어나는 여러 생각과 감정들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 번째는 ‘감사’입니다. 교황님께서 보여주신 커다란 신의에 감사드립니다. 추기경 복장이 의미하는 바에 응답하고, 베레타(Berretta) 수여 예식에서 밝히실 것과 같이, 그리스도 신앙을 키우고, 하느님 백성의 평화와 평온 그리고 거룩한 로마 교회의 자유와 전파를 위해 피를 흘리기까지 용감하게 행동할 준비를 하겠습니다.


추기경은 섬기기 위해서 우리에게 오신 예수님의 모범을 따라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바오로 사도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실 수 있도록 그리스도 안에 보다 깊고 견고하게 뿌리내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교황님께서 추기경 임명 후에 보내주신 편지에서 밝히신 바와 같이, 추기경직은 승진이나 영예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시야와 마음을 보다 넓혀야하는 봉사의 자리입니다. 이러한 직무는 종의 모습으로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신 주님의 길을 따를 때에만 올바로 수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겸손한 마음으로 이 직무를 수행할 수 있기를 청합니다. 

 

두 번째는 ‘여기 제가 있습니다’라는 응답입니다. 이는 성경에서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아들인 많은 이들이 표현한 것입니다. 오늘 저희도 이와 같이 응답하고자 합니다. 교황님, 교회의 일치와 보편성의 증인으로, 맡겨진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서 ‘여기 저희가 있습니다’. 주님의 십자가와 그 분의 현존 안에서 용기 내어 걷기 위해서, 십자가에서 흘리신 주님의 피 위에 세우신 교회를 강화하기 위해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의 영광을 고백하기 위해서 여기 저희가 있습니다. 당신과 함께 사목과 선교의 전환의 길을 시작하고, 그 길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 여기 저희가 있습니다.



교황 훈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 앞에 서서 가고 있었다." (마르 10,32.)


지금 이 순간에도 예수님께서는 우리 앞에 서서 걸어가고 계십니다. 예수님은 늘 우리 앞에 계시고, 우리의 길을 열어 주십니다. 그 분의 제자로서 주님과 함께 머물고, 그 분의 뒤를 따르는 것이 우리의 신앙이며 기쁨의 근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늘 제자들과 걸어다니며 그 길 위에서 제자들을 가르치셨습니다. 예수님은 철학이나 관념을 가르치기 위해 오신 것이 아니라, 그 분과 함께 걸어 갈 ‘길’을 가르쳐주시기 위해서 오셨습니다. 주님과 함께 걷는 것! 이것이 우리의 기쁨입니다.


그러나 이 길은 쉬운 길도 아니고 편안한 길도 아닙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의 길을 선택하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걸으시며 예루살렘에서 일어날 일들을 말씀하셨고, 당신의 수난과 죽음, 부활에 대해서 예고하셨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과 자신들에게 닥칠 일들에 대해서 놀라고 두려워했지만, 오늘의 우리는 제자들과 달리 예수님께서 승리하셨음을 알고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십자가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십자가는 우리의 희망입니다. 그런데 우린 안에 십자가의 정신이 아닌, 세속의 정신이 우선시 될 때에는 경쟁심과 질투심, 파벌이 생겨납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가까이 부르셨다." (마르 10, 42)


주님께서 우리를 부르시도록 합시다. 주님의 부르심에 의탁하고, 주님의 말씀을 들읍시다. 교회 역시 여러분이 필요하고, 여러분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교회는 복음을 선포할 여러분의 용기가 필요합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양떼가 올바른 길을 걸어갈 수 있는 여러분의 기도가 필요합니다. 교회는 세상 곳곳의 고통에 대한 여러분의 연민이 필요합니다. 교회는 차별과 박해로 고통받고 있는 그리스도교인들을 위한 기도가 필요합니다. 교회는 우리가 평화를 이룩할 수 있도록 여러분의 기도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하여 주님께 평화와 화해를 청합시다. 

 

친애하는 형제 여러분, 감사합니다. 주님의 길을 함께 걸어갑시다. 그 분의 부르심에 의탁하며 기도합시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국 언론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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