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이야기 신앙생활과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봉헌, 그 끝없는 죽음에 대하여 |
---|
오늘, 제가 당신 뜻대로 다시 한번 제 존재를 뒤집어 미세 먼지 만한 티끌도 남기지 않은 채 다 털어 내 놓아 엎디면
그리고 그 순간 제 육신을 거두시면 저는 이 세상에서 기억되지 않을 흙먼지로 돌아가겠나이다.
처음부터 너는 없는 아이였느니라 아무 것도 없는 무한의 시간에서 너를 점 하나로 있게 해 유한의 시간 안에 점 하나로 있게 한 이가 바로 나이니 너는 내 뜻대로 될 것이다
너와 네 사랑하는 가족들을 무로 돌려 주랴?
주님 당신 뜻대로 저를 쓰시고 제 집 식구들을 살려 주소서 당신께로부터 얻은 모든 것을 바치겠나이다 몸과 육신과 생각과 지능과 자아와 그로 인해 얻은 모든 것이 이제 당신 것이니이다
가엾은 제 식구들을 살려 주소서
18세 때 강제로 뜯어 내신 이 봉헌 계약 수시로 들이미시며 저를 무덤 속으로 이끄시는 참으로 사랑하올 내 하나 밖에 없는 주님 내 사랑, 내 연인 참으로 내게만 잔혹하신 끝간 데 없이 자비로우신 내 주인님
내 심장을 꿰 뚫어 추를 박으시고 그리로부터 나를 잡아 채시니 나는 속수무책으로 당신께 당하나이다
이제 시체 본 이리떼 처럼 달려 들어 나를 물어 뜯는 참으로 진실해 보였던 내 친구였던 이들을 위해 또 한번의 존재의 뒤집음으로 희생을 해라 하시나이다
나는 당신을 아무도 모르는 나 만의 비밀로 구석진 내 공간으로 모시어 애지중지 들킬까 뺏길까 감추어 돌보는데
느닷 없이 당신은 내 존재의 심연을 뒤집어 다 내 놓아라 호통을 치십니다
그래서 또 한 번 털리어 다시 투명한 껍질만 남은 나
살려고 당신을 마음에 모시었는데, 당신은 번번이 나를 죽이십니다
그래도 끝까지 당신 만을 바라고 또 바라는 이유는
제가 당신을 알기 때문입니다,
제가 당신을 알게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당신을 못 떠나 고무신을 다시 바로 신고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으로 한 발을 내미오니 부디 이 걸음 헛되지 않게 많은 이들을 건지는 그물질이 되게 하소서
항아리를 가득 채운 물이 향기로운 포도주가 되게 하신 내 둘도 없는 자애와 능력의 주님 내 예수님
성모님을 네 시어머니로 모시라 하셨으니 다시금 민며느리가 된 리디아 혹독한 시집살이를 달게 받으리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