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6일 (목)
(백) 부활 제7주간 목요일 이들이 완전히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자유게시판

박미카엘님의 글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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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현정 [annateresa] 쪽지 캡슐

2002-11-09 ㅣ No.43267

 

예전에 제가 유니텔을 사용할 적에

유니텔 내의 가톨릭 통신 동호회를 통해 알게 되었던 한 형제님이 있었습니다.

안젤로라는 세례명을 쓰시는 분이었지요.

그분은 어려서부터 열렬한 개신교도였다가 가톨릭으로 개종하신 분이었습니다.

 

저와 단 한 번 주고받은 메일을 통해 그분은 말씀하시기를

자신은 생사의 기로에 놓였을 때 가톨릭 신앙을 깨닫고 받아들였다고,

죽음을 눈앞에 두었을 때에서야 진정한 빛을 알아볼 수 있었노라고 하셨었습니다.

 

그분은 평소에도 동호회 게시판에 글 올리기를 즐기셨는데

그 글들이 얼마나 감성적이고 부드럽고 낭만적인지,

혹시 여자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습니다.

아, 그분과는 아주 잠깐이지만 동호회 모임에서 얼굴을 마주 대할 기회도 있었습니다.

분명한 남자분, 그것도 채 서른이 못 된 건장한 청년이시더군요..(^^)  

 

그런데 가끔 가톨릭 동호회 게시판에 의도적으로 들어와

이런 저런 방식으로 가톨릭을 공격하는 개신교인들이 있었습니다.

그럴 때면 안젤로 형제님의 태도는 마치 낯선 사람처럼 달라졌습니다.

 

준엄하고도 날카롭고,

그야말로 눈이 핑핑 돌아갈 것 같은 해박한 성서 지식과

상세하면서도 빈틈 없는 논리를 전개하며

안젤로 형제님은 가장 먼저 앞에 나서서 그 개신교인들을 상대하셨습니다.

 

그야말로 시퍼런 서릿발이 뚝뚝 떨어지는 듯 냉철한 그 모습은

평소의 안젤로 형제님이 과연 맞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오히려 모태신앙을 지닌 유순한 가톨릭인들이 안젤로 형제님을 말리기도 했습니다.

 

"개신교인들도 어차피 우리와 같은 신앙의 뿌리를 가진 형제자매들이 아닙니까?

 너무 그렇게 가차없이, 무섭게 반격하지 마세요.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러면 안젤로 형제님은 단호하게 답변하곤 했습니다.

 

"개신교인이셨던 적이 없는 여러분은 그들을 잘 모르십니다.

 그들은 가톨릭을 상대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춘 사람들입니다.

 그저 지나가다가 우연히 이곳에 들러 별 생각없이 그런 말들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분명한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이곳에 와서

 가톨릭 신자들의 신앙을 뒤흔들어 놓으려는 것입니다.

 저 역시 어린시절부터 개신교회에 다니면서 충분히 배우고 익혔었지요.

 가톨릭 신자들을 공격할 때는 어떤 부분을 어떤 식으로 공격해야 하는지 말입니다.

 부드러운 마음으로 그들을 상대한다면 대항할 수 없습니다.

 그들의 논리는 미리 준비된 것이고, 비록 궤변일지언정 무서울 만큼 치밀합니다.

 제게 맡겨 주십시오. 누구보다 그들을 잘 아는 제가

 그들을 상대하는 데는 가장 적임자입니다."

 

안젤로 형제님은 스스로를 가리켜 Catholic Knight 라고 칭하였습니다.

만약 행동이 그에 따르지 못했다면 굉장히 오만하다고 보여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안젤로 형제님은 스스로의 결심을 지켜,

그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용감하고도 진실한 모습을 보여 주셨습니다.

 

오늘은...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안젤로 형제님이 참 많이 생각납니다.

그분이 지금 이곳, 굿뉴스 자유게시판에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게는 그분만큼 해박한 지식도, 용기도, 경험도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 이곳 굿뉴스 자유게시판에,

개신교인이었다가 가톨릭으로 개종했다고 스스로 말씀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그런데 과연 그런 건지 아닌 건지는 통 알 수가 없습니다.

그분의 글을 읽어 보면 아직도 마음은 개신교에 있는 것만 같습니다.

그런데 이름은 가톨릭의 세례명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굉장히 개신교 냄새가 나는 논리를 전개하며 가톨릭을 공격합니다.

 

그분의 글 37763번을 보면 그분은 개신교회를 가리켜  

"개신교는 하느님의 가르침에서 벗어난 천주교를 치시고자

 하느님께서 당신의 섭리로 세우신 교회"라고 말씀하십니다.

이것은 명백한 개신교회의 가르침이고 개신교 신자들의 믿음입니다.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으로 볼 때 개신교회는 프로테스탄트,

즉 교회의 분열을 조장한 배신자라는 것입니다.

 

비록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에 와서는

화합의 필요성을 여실히 느끼는 "갈라진 형제"들로 인정받고 있지만

개신교회의 시작은 결코 천주교회를 치시는 하느님의 손길은 아니었습니다.

더 깊이 들어가면 거의 신학적인 차원이 되겠군요.

하지만 어쨌든, 박미카엘님의 견해는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을 따르고 순종하는,

가톨릭 신자로서의 견해라고 볼 수가 없습니다.

 

불행히도 저는 종교와 역사에 대한 공부가 너무 모자라서

이 정도로밖에는 말할 수가 없습니다.

언젠가 공부했었던 것조차 중심되는 줄기만 기억하고 자세한 내용은 거의 잊어버려서

조목조목 설명하기에 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이 정말이지 한탄스럽습니다.

 

박미카엘님이란 분은

제가 볼 때 아직도 내면적으로 거의 완벽한 개신교인이라고 판단됩니다.

개신교의 교리와 믿음을 아직도 철저히 신봉하고 계신 듯 보입니다.

가톨릭으로 개종하셨다는 것이 진실인지도 모르겠고

만약 진실이라면 왜 개종을 하셨는지도 전혀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신앙은 개신교의 신앙을 가지셨으면서 말이죠.

 

그분이 가톨릭 신자답지 않다는 것은 그분의 표현을 보아도 그렇습니다.

그분은 서슴없이 말씀하시기를

"이곳처럼 악한 표현을 거침없이 그리고 원색적으로 하는 종교 사이트는 보다보다 처음"

이라고 하셨습니다.

만약 가톨릭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가진 신자인 제가

이 게시판의 안 좋은 모습들을 보고 비판하고 싶었다면 저렇게는 안할 것입니다.

"우리 가톨릭의 게시판이 이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정도일 것입니다.

물론 그에 대해서는 하실 말씀이 있겠지요.

표현이야 누구나 다른 방식으로 할 수 있는 것이고 개인차가 있다는 식으로 말이죠.

그러나

박미카엘님의 저 표현에서는 가톨릭에 대한 어떤 애정도 소속감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톨릭을 공격하려는 개신교인 같은 냄새만 진하게 풍길 뿐입니다.

 

그분의 글을 보면

불의를 보면서도 듣기 좋은 소리만 하는 것이 옳은 신앙이 아니라고,  

특히 사제들의 불의를 보았을 때 항거하지 않고

사제라는 이유만으로 눈감아 주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도대체 무엇이 "불의"인가 하는 문제가 남습니다.

그분이 말씀하시는 불의라는 것은 지극히 그분의 주관적인 견해일 뿐입니다.

그분은 노조원들의 입장에 동조하시기에 재단과 사제들을 불의하다 하십니다.

그러나 그것이 어찌 객관적인 진실이며 객관적인 "불의"라 하겠습니까?

 

물론 진정한 불의를 보았을 때  

"꽃 그림에 천사가 나올 것 같은" 좋은 말만 하는 것은  

진정한 신앙의 자세가 아닙니다.

그러나 그분이 단호하게 불의라 하시는 것이 제가 볼 때는 불의가 아닙니다.

저 말고도 많은 분들이 보시기에도 불의가 아닐 것입니다.

 

그분은, 가톨릭 재단 수뇌부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과

예수님께서 바리사이파와 대사제들의 위선을 지적하는 것을 비교하셨습니다.

 

얼핏 보기에 매우 그럴듯하군요.

그러나 비교의 대상이 된 두 부류에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습니다.

바리사이파와 유대교의 대사제들은 예수님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었고,

가톨릭의 사제들은 예수님을 주님이시라 인정하고 섬기는

주님께서 세우신 교회의 사제들입니다.

 

가톨릭은 누구나 알다시피 가장 먼저 세워진 그리스도교입니다.

유대교가 그리스도교의 전신(前身)이라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리스도교와 유대교는 분명 다른 종교입니다.

그 두 종교를 구별하지 않는다면

예수님이라는 존재는 의미가 없어지고 맙니다.

 

예수님께서 세상에 오심으로 인해서 새 세상이 열렸고

그 이전까지의 율법은 새로운 율법으로 대체되었습니다.

예수님을 인정하는 것과 인정하지 않는 것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근간이 되는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런데 어찌 유대교의 사제들과 가톨릭의 사제들을 똑같이 놓고 비교한단 말입니까?

가톨릭의 사제들은 예수님께서 당신의 뒤를 이으라고 임명하신 분들인데

어찌 예수님을 배척했던 바리사이파나 유대교의 사제들과 같단 말입니까?

 

과연 박미카엘님은

성서 해석에 대해 얼마만큼의 개인적인 능력과 권위를 지니셨기에

예수님의 대리자들인 사제들보다 낫다고 자신하실 수 있으며

또한 성서 말씀을 인용해서 그분들의 잘못을 지적하며 비난할 수 있다는 걸까요?

님의 성서 해석이 반드시 옳다는 근거는 어디에 있습니까?

 

 

박미카엘 형제님은 전적으로 노조의 입장에 서서

그들에게 맞춰 주며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대화"를 해주는 것이

평화를 심는 일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그것 또한 그분의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일 뿐입니다.

평화를 심는 방법은 결코 그것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거라 봅니다.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를 마치 국어사전에 나온 낱말의 정의처럼 사용하시는데  

"불의"도 "위선"도 "평화"도 "용서"도 "사랑"도

아마 박미카엘 형제님이 말씀하시는 그런 것은 아닐 거라고 봅니다.  

 

 

중세 시대에 화형으로 죽어간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라면

보다 확실한 역사적 근거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여러 각도에서 조명한 시각으로 서술해 주셔야 할 것이었습니다.

 

무조건 "죽일 이유가 없는 사람들을 종교재판으로 불구덩이에 묶어 죽였다"고

한 문장으로 처리해 버리실 만큼 그렇게 단순한 문제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더구나 중세 시대에 화형을 당했던 사람들과

현재의 병원 노조는

같은 입장으로 비교당하기에는 너무도 차이점이 많습니다.

 

중세 시대에 강력한 노동 단체의 힘을 행사하며

파리 성당 앞에서 근 반년 가까이 진을 치고 파업을 했던

그런 사람들은 아마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비교의 대상이 좀 적절치 않은 것 같았습니다.

 

또한 간음한 여인을 용서해 주신 주님의 사랑을 언급하셨으나

그 역시 병원 노조와 비교되기에는 매우 적합치 않은 인물이라고 봅니다.

굳이 왜 그런지까지는 말 안하겠습니다.

 

그냥 툭 뱉어놓는다고 해서 모두 이치에 닿는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성서의 말씀을 인용해가며, 주님의 채찍 운운해가며

가톨릭의 재단과 사제를 공격하는 박미카엘님의 글을 읽으면서

그 누구의 글을 읽을 때보다도 섬찟함을 느꼈습니다.

 

분명히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답변할 말을 찾아내기가 결코 쉽지 않은 말솜씨,

언뜻 보면, 소신이 아주 확실하지 않은 웬만한 사람들에겐 옳다고 느껴질만한

대단한 설득력,

글 전체에서 느껴지는 개신교인 특유의 궤변.

 

 

오랜만에 간절히 안젤로 형제님이 그리워지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박미카엘 형제님이 진정 투명한 입장에서 옳은 소신을 밝히시는 거라면

내 이름이 미카엘이든 아니든 달라질 건 없다는 식으로 튕기실 일이 아니라

다른 이들의 눈에도 투명하게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시고 성의를 보여주시는 편이

님의 글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솔직히 저는 지식도 부족하고 배짱도 그리 크지 않아서

박미카엘님의 글에 대해 반론을 펼 자신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침묵하고 있으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의 부족한 점을 채워 주십사고,

글의 시작과 중간에 기도를 드리면서 이 글을 작성했습니다.

이 글을 마치면서도 부족하나마 또 기도를 드립니다.

 

당신의 뜻대로 이끌어 주소서. 아멘.

 

 

 

(아, 참... 이대수님은 누구신지 모르겠군요.

 박미카엘님의 글은 그분을 지칭하고 있어서 검색으로 찾아봤는데 안보였습니다.

 그분의 글도 읽어보고 싶었는데... 삭제된 것인지...

 비록 그분의 이름을 지칭하긴 하셨지만, 이것은 개인적인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기에

 주제넘은지 모르지만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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