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토)
(백) 부활 제4주간 토요일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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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0 토/ 참된 의로움으로 가는 갈림길 - 기 프란치스코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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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숙 [20sook] 쪽지 캡슐

2018-03-09 ㅣ No.118873




사순 3주 토, 루카 18,9-14(18.3.10)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루카 18,14)





The Parable of the Pharisee and the Tax Collector


 



참된 의로움으로 가는 갈림길

 

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와 세리가 성전에 올라가 기도합니다. 그러나 의롭게 되어 집으로 돌아간 사람은 바리사이가 아니라 세리였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바리사이는 당당하게 성전에 들어가 기도합니다. 그러나 실은 진심으로 기도하러 간 것이 아니라 자기 자랑질을 하러갔습니다. 그는 몸뚱이만 성전 안에 들여놓았을 뿐 영혼은 성전 밖에 팽겨쳐버린 것입니다.

바리사이는 자세부터가 꼿꼿했습니다. 그의 입에서는 교만으로 가득찬 쓰레기가 쏟아져나옵니다. 그는 교만한 죄인임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그는 하느님 앞에서 강탈하는 자나 불의한 자나 간음한 자 따위 다른 인간들과는 같지 않을 뿐더러, 기도하러 온 세리와도 달리 흠없는 사람이라고 자랑을 늘어놓습니다. 또한 규칙적으로 단식하고, 십일조도 꼬박꼬박 바치는 열심한 신앙인임을 자랑합니다. 하느님 앞에서 뻔뻔스럽게 말입니다.

바리사이는 하느님께 감사드렸지만 그 동기가 불순했습니다. 하느님 앞에서 교만하게 실컷 자랑질을 해놓고 감사하다는 것은 오히려 주님을 모독한 짓이었지요. 그는 관계의 출발점을 하느님이 아닌 자신에게 두었던 것입니다. 그는 하느님과의 관계에 있어서 자신이 주인이라는 착각 속에 “스스로 의롭다고 자신한 것입니다.”(18,9)

교만이라는 마약에 중독되어버린 바리사이는 하느님을 왕따시켜버리고 자신을 중심에 둡니다. 자기에 대한 평가자도 비교의 기준도 오직 자신뿐이었습니다. 그는 자신보다 못하다고 여겨지는 강도, 세리, 불의한 자, 간음한 자 등과 자신을 비교해 스스로 의롭다고 평가합니다. 그 결과 하느님을 무시하고 이웃의 존엄을 멸시해버린 것입니다.

문제는 비교 자체가 아니라 그 기준점이 문제였습니다. 곧 하느님을 자신과 비교하는 기준점으로 삼아야 하는데, 그는 약한 동료 인간을 기준점으로 삼은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이 아닌 다른 사람이나 세상 것들과 비교할수록 참된 의로움에서 멀어질 뿐입니다. 왜냐하면 비교해서 자신이 우월하다고 생각하면 자만에 빠져 남을 업신여기고, 못하다고 여기면 열등감을 느끼게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의 말씀처럼 비교하려거든 하느님과 비교해야 합니다. 하느님은 의사이시고 우리는 환자이며, 그분은 빛이시고 우리는 어둠이기 때문입니다. 겸손한 사람은 비교의 기준점을 하느님께 둡니다. 그런 사람은 자신이 남보다 더 낫든 못하든 흔들리지 않습니다. 남보다 나은 점에 대해서는 감사드리며 되돌리고, 부족한 점이 있다면 더욱 더 하느님께 의탁하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의 세리가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그는 자신이 죄인임을 뚜렷이 의식하고 있습니다. 그는 바리사이와 달리 감히 성전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멀찍이 서서 가슴을 치며’(18,13) 자비를 청합니다. 그는 성전에 들어가 하느님을 성전 밖으로 추방해버렸던 바리사이와 달랐습니다. 그의 몸은 성전 밖에 있었으나, 그의 영혼은 이미 하느님과 일치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는 비교의 기준점을 하느님께 둔 행복한 사람입니다.

우리도 하느님을 주인으로 인식하고 섬김으로써 제자리를 되찾아야겠습니다. 나약한 형제자매들이 아니라 오직 하느님과 비교하는 겸손한 자세를 가져야겠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사회적 약자들이나 죄인들의 존엄을 해치지 않고 주님을 따돌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자신을 낮추는 겸손은 참 의로움을 부르지만, 교만은 의로움을 욕되게 할 뿐임을 새기는 오늘입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강론채널 주소 : story.kakao.com/ch/france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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