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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3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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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corenelia] 쪽지 캡슐

2024-04-16 ㅣ No.171556

[부활 제3주간 화요일] 요한 6,30-35 “하늘에서 너희에게 참된 빵을 내려 주시는 분은 내 아버지시다. 하느님의 빵은 하늘에서 내려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빵이다.”

 

 

 

 

우리는 이번 주 내내 ‘생명의 빵’에 대한 말씀을 듣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만나’라는 표징을 통해 당신이 어떻게 우리에게 생명의 빵이 되시는지, 그 빵을 제대로 받아 먹어서 영원한 생명을 누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 주시지요. 그래서 오늘은 하느님께서 내려주신 특별한 음식인 ‘만나’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볼까 합니다.

 

탈출기를 보면, 하느님께서는 먹을 양식도 없이 메마른 땅 광야를 헤매는 당신 백성 이스라엘을 위해 ‘만나’라는 특별한 양식을 내려주십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들의 진영에 만나가 처음 내리는 장면을 보면 그들은 땅 위에 생긴 하얀 알갱이를 보고 ‘이것이 무엇이냐’고 궁금해할 뿐, 정작 그 양식을 내려주신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는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마치 당연히 받아야 할 것을 받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지요. 그러다가 매일 먹는 그 만나가 지겨워지자 이런 식으로 불평 불만을 늘어 놓습니다.

 

“누가 우리에게 고기를 먹여 줄까? 우리가 이집트 땅에서 공짜로 먹던 생선이며, 오이와 수박과 부추와 파와 마늘이 생각나는구나. 이제 우리 기운은 떨어지는데, 보이는 것은 이 만나뿐, 아무것도 없구나(민수 11,4-6).”

“당신들은 어쩌자고 우리를 이집트에서 올라오게 하여, 이 광야에서 죽게 하시오? 양식도 없고 물도 없소. 이 보잘것없는 양식은 이제 진저리가 나오(민수 21,5).”

 

이런 마음가짐으로 만나를 먹는데 그 참된 맛을 느낄 수 있을까요? 그것을 내려주시는 하느님의 마음과 뜻을 제대로 헤아리며 그분께서 이끄시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요? 자기들에게 특별한 은총을 베푸시어 살게 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은 생각하지 않고 그저 오늘 하루 배불리 먹는데에만, 자기들 입맛에 맞는 더 좋은 음식을 먹는데에만 관심을 두었으니, 걸핏하면 자기들에게 더 맛있는 세상의 음식을 줄 것 같은 우상에게 마음을 뺏겨 하느님께 등을 돌리는 불충을 저질렀던 것입니다. 그러니 참된 구원에 이르지 못하는게 당연하지요. 

 

그런데 그런 모습은 빵의 기적을 체험한 후 예수님을 따라다니던 군중들에게서도 나타납니다. 그들은 자기들이 ‘빵의 기적’을 체험했다는, 빵을 배불리 먹었다는 사실에만 관심을 둘 뿐, 그 기적을 일으키신 분이 어떤 의도와 뜻을 가지고 그것을 행하셨는지에는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광야에서 만나를 먹었다는 사실만 기억할 뿐, 그 만나를 내려주신 분이 누구이시며 왜 내려주셨는지는 알지 못했던 그들의 조상과 똑같은 전철을 밟고 있는 겁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빵의 기적을 보여주신 것은 단지 그들의 배고픔을 해결해주시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빵과 물고기라는 표징을 통해 그 너머에 있는 하느님 아버지의 크고 깊은 사랑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였음을 알지 못한 채, 더 크고 놀라운 빵의 기적을 일으켜서 자기들을 만족시켜 달라고, 그러면 당신이 메시아이심을 믿겠다고 예수님께 떼를 쓰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자기들이 빵을 먹었다는 사실에 만족하는게 아니라, 그 빵을 주신 분이 누구인지를 아는 것입니다. 또한 그 빵 안에 숨어있는 하느님의 의도와 뜻이 무엇인지를 헤아리고 따르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나에게 아무리 큰 은총들을 베풀어주신다 해도, 그분께서 그 은총을 왜 베풀어 주셨는지, 그 은총이 나의 삶과 구원에 어떤 의미가 있으며 나는 그분께 은총을 받은 사람으로써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하며 변화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욕망으로 만나를 먹고 똥으로 배설해버린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하느님의 은총을 똥으로, 아무 의미와 가치 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릴 뿐입니다. 그러니 “그 빵을 저희에게 주십시오”라고만 청하지 말고, “참된 빵을 주시는 분을 저희가 알게 해 주십시오”라고 청해야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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