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지식채널e 잊혀진 대한민국 - 5. 너무 슬퍼하지 마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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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이서 떠나니 너무 슬퍼하지 마라 "
30여년 전 전북 익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폐지와 고물을 주워 생활해 온 노부부가 자식에게 부담이 되지 않으려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 이 이야기는 2004년 10월 실제 있었던 사례입니다.
자식들이 주는 생활비를 마다하고 버려진 폐지와 고물을 주워 용돈을 마련해온 허 할아버지. 금슬이 좋아 늘 함께 마실을 다녔던 노인부부였지만 아내 엄할머니가 치매를 앓으면서 점차 팔다리를 쓰지 못했습니다.
남편이 집안에서 병수발을 들기 시작한지는 세상을 하직하기 전 1년간. 아침 일찍부터 요구르트며 음식을 직접 떠먹여주었고, 대소변까지 수발하느라 한시도 아내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아내의 증세가 심해진 후부터는 "자신이 먼저 죽으면 아내는 어떡하나" 걱정도 자주 했고, "이제 살 만큼 살았다"며 "할멈이 가면 나도 따라 가야지"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왔습니다.
그리고 2004년 가을 어느날, 미장일을 하는 아들과 미싱공인 며느리가 평소처럼 일나가는 것을 확인한 허 할아버지.
"78년이나 함께 산 아내를 죽이는 독한 남편, 살만큼 살고 둘이서 같이 떠나니 너무 슬퍼하지 마라"
며 달력 뒷장에 유서를 쓴 후 장례비 250만원을 남기고 세상을 하직하셨습니다..
일제 식민지와 한국전쟁을 거쳐 보릿고개를 넘어 이 땅의 흙밭을 일구어온 어른들. 자녀 뒷바라지에 모든 것을 쏟아 붓다가 핵가족화로 보살펴 줄 곳을 잃고 황혼길에 밑바닥 노동시장을 전전하는 슬픈 초상들. 우리의 미래 모습이 아니라 오늘의 우리 모습입니다.
글 출처 : 블로그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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