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6일 (목)
(백) 부활 제7주간 목요일 이들이 완전히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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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성화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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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01-06-28 ㅣ No.21701

 오늘은 서울 대교구의 모든 신부님들께서

혜화동의 신학교에 모이셨습니다.

강의를 듣고,  서로 고백성사를 드리고, 성체현시와 강복을 받았습니다.

물론 이런 모든 것들이 다 좋았지만

 

 저에게는 또다른 느낌이 있었습니다.

신학교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였습니다.

20여년전과 변함없는 그 식탁이었습니다.  그때는 참 많이 먹었습니다.  엄격한 규율과 힘든 공부, 그리고 기숙사 생활에서 식사 시간은 참 즐겁고 신나는 시간이었습니다.   밥통에 고추장과 마아가린을 넣고 그날 나온 반찬을 모두 넣고 마구 비벼서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오늘 예전처럼 그렇게 비벼먹지는 않았지만 예전의 순수함을, 예전의 열정을 생각하면 식사를 하였습니다.

 

 예전에 거닐었던 그 산책길을 걸어보았습니다. 그때는 산책을 하면서 동료들과 참 많은 이야길 나누었습니다.

교회와 사회, 그리고 우리들 자신들이 나아갈 삶의 자세.

오늘 그 길을 걸으며 많이 퇴색된 저의 모습을 봅니다.

 

 예전에 앉았던 성당 자리에 앉아보았습니다.

신학교의 성당은 좌석이 있습니다.  저학년은 맨뒤에 앉고 부제님들은 맨 앞에 앉았습니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점점 제단에 가까워지고, 부제반을 마치면 이제 후배들에게 성당 자리를 물려줍니다.

신학교에 있을 때는,  아무리 피곤해도, 아무리 고단해도, 비가오나, 눈이오나 늘 성당에서 기도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준지 10년이 지났습니다. 그 10년동안 바쁘다는 이유로, 피곤하다는 이유로 기도를 게을리한 적이 참 많았습니다.

 

 오늘 산책길에 신학교의 교가를 새겨넣은 큰 돌을 보았습니다.

그 교가를 부르던 20여년전의 저의 모습을 생각합니다.

 

진세를 버렸어라

이몸마저 버렸어라

깨끗이 한 청춘을 부르심에 바쳤어라.

성신의 그느르심 아늑한 이 동산에

우리는 배우리라 구원의 Veritas

성신 성신 Alma Mater이여!

Alma Mater Alma Mater  우리 성신이여!

 

 1년에 한번 사제 성화의 날이 있는 것은

1년에 한번만 자신을 돌아보라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늘 오늘 같은 마음으로 사제 생활을 하겠다는 다짐의 날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제들을 위해서 기도해 주셨으면 합니다.

성덕이 부족한 사제들을 위해서

지덕이 부족한 사제들을 위해서

건강이 부족한 사제들을 위해서

더 많이 기도해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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