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8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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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유사 정치단체에 '정치 請負' 시킬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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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3-11-13 ㅣ No.807

민주당과 진보정의당,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12일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 진상 규명과 민주 헌정 질서 회복을 위한 각계 연석회의'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야당 또는 진보 세력과 늘 같이 활동해 온 종교계·시민단체 인사 100여명도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시국 선언·특검 도입 서명운동을 벌여나가겠다고 했다.

우리 정치에서 보통 '~을 위한 국민회의' '~을 위한 국민행동본부'라는 이름의 단체가 등장하면 시국이 소란스러워진다는 신호나 다름없다. 이런 '유사(類似) 정치단체'가 등장하는 것은 정치가 각 분야의 갈등을 조정하고 해소하는 본래 사명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무능한 여당이 대수롭지 않은 문제를 키우고, 무력한 야당은 외부 세력에 기대서 상황을 유리하게 바꿔보려 하는 의존 심리가 다시 도져 나온 것이다.

여당은 지난 대선에서 100만표 넘게 이겼다. 지난 정권에서 벌어진 의혹들에 대해 엄정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했으면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러지 않고 '대통령의 정통성을 해치는 문제'라고 과잉 대응해 이렇게 사태를 꼬이게 만든 측면이 있다. 야당 사람 대부분은 속으로는 국정원 댓글로 인해 대선 결과가 바뀐 건 아니라고 인정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당 안팎 강경 세력에 휘둘려 1년 가까이 장외를 돌아다니고 있다. 그것으로 야당이 얻은 건 '선거 불복' 비판과 국민의 외면밖에 없다. 야당은 지금 자신의 지지도가 '부정 관권 선거 세력'으로 몰고 있는 여당의 절반도 안 되는 걸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국정원 댓글 사건은 검찰 수사가 대부분 마무리돼 국정원장을 비롯해 지난 정권의 국정원 지휘부가 재판을 받고 있다. 군(軍) 사이버사령부의 정치 댓글 의혹도 군 검찰이 수사 중이다. 만약 수사와 판결로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으면 국민이 먼저 특검이라도 하자고 나설 것이다.

야당은 모든 문제를 국회에서 해결해야 하고, 여당도 국정원 개혁 등 쟁점 현안에 대해 타협안을 내놓아 야당이 움직일 명분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러지 않고 유사 정치단체에 '정치 청부(請負)'를 시키는 일이 자꾸 재연된다면 무능한 정치 때문에 어떤 파국이 닥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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