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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아동 신속한 치료 논의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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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정 [up9080] 쪽지 캡슐

2006-03-17 ㅣ No.174

피해 아동 신속한 치료 논의는 없어

 

[그 후 한달] 초등학생 성추행 후 살해 … 쏟아지는 성폭력 대책

 

서울 용산의 초등학생 허모양 사건은 온 사회를 놀라게 했다. 사건 직후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은 아동 성폭력 범죄를 막기 위한 각종 대책을 쏟아냈다. 16일에도 국회 법사위는 성폭력 관련 법 공청회를 열었다. 그러나 자칫하면 평생 큰 후유증을 안고 살아갈 피해 아동에 관한 대책은 거의 논의되지 않고 있다.

해바라기아동센터 최경숙 소장은 "아동 성폭행은 은밀히 반복적으로 오랜 기간 일어나는 경향이 있다"며 "가족이나 주변에서 초기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성폭행 당한 어린이는 후유증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 초기에 신속하게 대응해야=성폭력을 당한 아동은 폭행 기간이나 사고 당시 연령, 방치 기간, 주변의 반응 등에 비례해 우울증, 정서불안, 인격장애, 부적절한 성충동, 자살 기도 등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린다.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황준원 교수는 "가해자 처벌보다 피해자 응급치료가 우선"이라며 "얼마나 빨리 발견해 적극적으로 치료해 주느냐에 따라 후유증을 많이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박혜영 사회복지사는 "아이가 평상시와 달리 불안.초조.악몽 등 정서 변화를 보이거나, 또래와 놀 때 파괴적.공격적 행동, 성행위 묘사 등을 하면 즉시 전문가 상담을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사실이 확인됐을 때 주변 사람들은 "왜 이제야 말하니?" "그 아저씨는 왜 따라갔어?" 등 비난투의 말을 삼가야 한다. 아이에게 '내 잘못인가 보다'란 자책감만 더해줄 뿐이다.

◆ 피해 아동 대책은 뒷전=현재 정치권에서는 친고제 폐지와 공소시효 폐지, 전자팔찌제 도입, 신상 공개 확대 등이 적극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대부분 가해자 처벌과 관련된 것이다.

문제는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피해 아동 대책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경찰이나 검찰의 조사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 정도다. 사실 피해 아동을 상담하거나 치료해 줄 전문가도 태부족이다. 현재 여성가족부의 지원을 받는 아동 성폭력 전문 상담기관은 해바라기아동센터 등 전국에 3곳뿐이다.

 

 

"살인범 형량 낮아질까 두려워…" 피해 아동 부모 인터뷰

 

"아직도 (아이의 죽음이) 믿기지 않아 (장례식 이후)아이 납골당에 찾아가지 않고 있지요." 지난달 17일 성추행 뒤 살해당한 허모(11)양의 부모를 11일 오후 서울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만났다. 무남독녀, 귀한 자식을 가슴에 묻은 지 한 달. 이젠 눈물도 말라버린 듯 허씨 부부는 인터뷰 내내 차분했다.

아버지(38)는 연신 담배를 피웠고, 어머니(37)는 딱 한 번 눈물을 글썽였다. "언제 가장 아이 생각이 나느냐"는 질문에 한참 생각하다 "혼자 있을 때…"라고 대답하면서다.

허씨 부부는 딸의 장례식을 치른 뒤 살던 집을 내놓고 호텔에 머물고 있다. "워낙 밝은 아이라 동네 분들이 참 예뻐해 주셨는데…. 아이가 태어나고 자란 그 집에서 떠나려고요. "

서둘러 동네를 뜬 건 딸아이 모습이 눈에 밟혀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허양 어머니는 "아이가 숨진 신발가게 쪽은 무서워서 차마 볼 수 없었다"며 요즘도 혼자 있으면 무섭고 잠도 제대로 이룰 수 없다고 했다.

성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문제를 꺼내자 이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아버지 허씨는 "아동 대상 범죄자에 대해서는 집행유예 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양 어머니는 더욱 강경했다. "전자팔찌나 야간 통행금지로는 부족해요. 성범죄자의 얼굴을 공개해야 해요. 나라가 못 지켜주니까 내 아이, 내가 지킬 수 있게 하자는 건데 그게 무슨 인권 문제인가요."

허씨 부부는 딸을 살해한 범인이 낮은 처벌을 받을까봐 불안하다고 한다. 허양 어머니는 "혹시 가해자를 정신병으로 몰아 형량이 낮아지면 어떻게 하느냐"며 걱정했다.

◆ 학생들은 삼삼오오 귀가=사건이 일어난 서울 Y동 주민 사이엔 아직도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16일 오후 허양이 다녔던 K초등학교. 수업을 끝내고 집으로 가는 5~6학년 여학생들은 여러 명이 그룹을 지어 교문을 나섰다. 양모(11)양은 "사건이 일어난 뒤로는 엄마가 절대 혼자 다니지 말라고 해 꼭 3~4명씩 모여 집에 간다"고 말했다.

 

출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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