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서는 늘 손에 묵주가 들려 있었다.

나는 기도가 귀찮았고 성당은 다녀도 믿음에 대한 확신도 없이

어머니가 가라고하니 그냥 마지 못해서 또 아내가 옆에서

조르니 안갈 수가 없었다.

그러기를 몇년 어느 주일 출근을 했는데 집에서 전화가 왔다.

어머니가 성당에 메주를 사러 나가셨다 오셨는데 몸이 이상하셔서

병원으로 모셨다고. 병원에 도착해보니 링거를 맞고 계셨다.

그날은 아무 이상이 없다는 다만 피곤하셔서 그렇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집으로 모셨다.

다음날 아침 출근을 하면서 인사를 드리고 몸은 어떠시냐고

여쭈어 보았더니 괜찮다고 하시길래 아내와 함께 집을 나섰다.

출근후 30분이 지난후 제수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머니가 말씀을 못하신다고.

놀라서 집에 들어가보니 말씀을 못하시면서 나를 쳐다만 보고

계셨다.

평소 심장이 좋지 않으셔서 병원에 다니시고 계셨는데 그 병원으로

어머니를 모시고 응급실로 들어갔다.

말씀은 하지 못하시고 의식은 점점 잃어 가시는것 처럼 보였다.

간호사가 와서 링거를 꽂고 피를 뽑아 검사를 하고 바쁘게 움직였다.

그런데 어머니의 엄지손과 집게손이 링거 줄을 꼭 쥐고 계신것이

아닌가? 나는 링거줄을 풀어 반창고로 고정시켜 놓았다.

잠시후 사촌동생이 왔길래 어머니를 진맥을 해보라고 했더니

진맥후 어머니가 풍이 오신것 같다고 말을 하였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어머니의 손을 보니 링거줄이 아까와

같이 되어있었다. 그런 행동이 반복되길 여러번 어머니가 묵주기도

를 하신다는 느낌이 들어 소사성당에 가서 묵주를 사오게 하여

손에 쥐어 드리니 그 행동이 없어졌다.

시간이 흐른후 의사가 입원실로 옮기라는 지시에 따라 입원 수속을

하고 있는데 간호사가 뛰어 오더니 중환자실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혈액의 수치가 이상하다면서 무슨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

중환자실로 입원을 시킨 후 담당 의사와 상의를 하니 혈액의 농도

수치가 매우 비정상적이란다. 앞으로 어떻게 되겠느냐고 물으니

2-3일 경과를 두고 보아야겠다고 하였다. 3일후 의사와 다시 상담

하였더니 가망이 없다고 하여 어머니를 집으로 모셨다.

집에 오신 어머니는 의식은 없으시고 목에서 가래가 끓으셨다.

그 때 동생이 어머니 옆에 앉아 묵주기도를 시작 하고 있었다.

그러자 늘 묵주를 잡고 계시던 어머니의 손가락이 움직이시는게

아닌가. 나는 어머니 옆으로 가서 어머니가 사용하시던 묵주를

손에 쥐어 드리고 한알 한알 어머니의 손을 잡고 넘겨 드렸다.

처음에는 동생과 나만 시작 하였으나 사촌 형들과 형수들이

함께 기도를 하였다.(나는 사촌형들과 형수들이 영세 받은것을

그 날 처음 알았다.)

기도가 시작된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

묵주기도가 5단이 끝날때 쯤 (2-3알이 남았을 때)  어머니의

손 가락이 움직이니 멈출 수가 없어서 2시간 정도를 묵주기도를

하다가 아! 기도를 하기전에 지향을 둔다는 생각이 났다.

그래서 이번 기도는 연옥 영혼을 위해 지향을 두고 기도하자

하였다. 그 기도가 끝날때 조그마한 기적이 일어났다.

가래 끓던것이 멈추어 지고 어머니의 모습에 평안함이 보였다.

형제들에게 나가서 쉬라고 말하고 어머니 옆에 앉아 있는데

아무래도 이상한 생각이 들어 동생들과 형들을 다시 불러

앉히고 성교 예절책에서 임종전 기도를 따라서 하시라고 하면서

천천히 읽어 나갔다.

그 순간 어머니는 눈물 한방울을 흘리시고 주무시는 것처럼

아주 편안하게 성모님의 품으로 가셨다.

어머니를 보내고 변한 나의 모습은 교우 여러분의 생각에

맡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