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토)
(백) 부활 제4주간 토요일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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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9 수/ 차별과 배척과 따돌림의 벽을 허물고 - 기 프란치스코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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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숙 [20sook] 쪽지 캡슐

2017-08-08 ㅣ No.113735




연중 18주 수, 마태 15,21-28(17.8.9)


“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마태 15,28)




The canaanite woman's faith



 



차별과 배척과 따돌림의 벽을 허물고

 

오늘 복음의 이야기는 유다 땅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를 떠나 이방인의 땅인 티로와 시돈 지방으로 물러가십니다. 그런데 사악하고 죄가 커 전멸되어야 할 종족으로 여겨진 가나안 사람, 그것도 더 큰 차별을 받던 여인이 예수님을 만나러 나옵니다. 심한 마귀에 들린 딸의 치유를 청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가나안 부인은 그저 요청만 한 것이 아닙니다. 자비를 청하기에 앞서 예수님을 “다윗의 자손이신 주님!”(15,22)이라 부릅니다. 이 부인은 이방계 그리스도인들처럼 예수님을 높여 ‘주님’으로 받든 것입니다. 또한 유대계 그리스도인들처럼 예수님을 ‘다윗의 아드님’, 곧 메시아로 기린 것이지요. 참으로 놀라운 고백이요 태도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녀에게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으십니다(15,23). 그러자 제자들이 그분께 “저 여자를 돌려보내십시오.”(15,23) 하고 말씀드립니다. 이는 빨리 그 여자의 요구를 들어주어 돌아가게 해주시라는 말일 수 있습니다. 또는 그 여자의 청을 들어줄 필요 없이 돌려보내버려야 한다는 말일 수도 있겠습니다.

아무튼 제자들의 말을 들으신 예수님께서는 “나는 오직 이스라엘 집안의 길 잃은 양들에게 파견되었을 뿐이다.”(15,24) 하고 대답하십니다. 얼핏 보면 이 말씀은 냉혹하게 들립니다. 그 부인을 구원의 대상에서 배척하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과연 그런 뜻으로 말씀하셨을까요?

아닙니다! 공생활 동안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다른 민족들이나 사마리아인들에게 가지 말고 이스라엘의 양들에게 가라고 명하십니다(10,6). 그러나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28,19-20) 하십니다. 따라서 예수님께는 이방인들을 배척하실 뜻이 없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에도 가나안 부인은 그분께 와 엎드려 절하며, “주님, 저를 도와주십시오." 하고 거듭 청합니다(15,25). 예수님께서는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좋지 않다.”(15,26) 하십니다. 그분께서는 이스라엘을 ‘자녀들’로 명확히 부르시면서도, 이방인을 지칭하는 ‘개’ 대신 ‘강아지’라 하십니다. 이렇듯 그분께서는 가나안 부인을 경멸하지 않으시고 그의 신앙을 시험하십니다.

가나안 부인은 자신의 처지를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강아지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15,27) 하고 말씀드리며 신앙을 고백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여인의 크고 깊은 믿음을 보시고 그녀의 딸을 고쳐주십니다(15,28). 오늘의 말씀에 비추어 우리의 태도를 돌아봐야겠습니다.

우리 또한 종교, 문화, 피부색, 언어, 민족 등이 다르다 하여 꺼려하거나 차별하지는 않습니까? 다문화, 다종교 시대에 우리는 이주민들, 불법체류자들, 외국인 노동자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그들을 무시하고 경멸하며 차별하는 일이 없어야겠지요. 내가 믿는 종교만이 유일한 최고의 종교라는 폐쇄적이며 왜곡된 독선에 빠지지 말아야겠습니다.

오늘의 시대에 사회적 종교적으로 차별받고 배척받는 ‘가나안 부인’들이 누구인지 둘러보아야겠습니다. 딸이 겪는 고통 때문에 가슴 아파하며 사랑의 치유를 갈망하는 가나안 부인의 ‘사랑의 목마름’을 민감하게 알아차려야겠지요. 미움 받고 배척당하며, 차별과 멸시를 당하는 오늘의 가나안 부인들을 끌어안는 ‘보편적 형제애’를 살아가는 오늘이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끊임없이 주님과 대화하며 영원한 생명으로 나아갔던 그 부인의 믿음을 닮고 싶은 오늘입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강론채널 주소 : story.kakao.com/ch/france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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