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7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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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L 회담록 ‘손질’은 字句와 맥락의 造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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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3-11-12 ㅣ No.801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담록을 수정·보완할 것을 지시한 문건의 존재 사실과 함께 그 내용의 일부도 확인되고 있다. 회담록 자체를 국가기록원에 넘기지 않은 ‘사초(史草) 실종·은닉’ 혐의에 더해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관련된 ‘사초 조작(造作)’이 노 정권 차원에서 자행됐다는 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노 전 대통령이 정상회담 2주일여 뒤인 2007년 10월 21일 청와대 통합업무시스템인 이지원(e知園)을 통해 조명균 당시 안보정책비서관과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회담록 원본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긴 문서를 확보했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NLL을 사후에 처리하는 데 동의했으나 회담록을 보면 내가 임기 중 해결한다고 한 것처럼 돼 있는데 지혜롭게 대처해야 할 것”이라며 수정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원본의 임기 중 NLL ‘해결’ 취지의 노 대통령 표현이 ‘치유’로 바뀌었다고 한다. 김정일에게 ‘저는’이라고 낮추었던 노 전 대통령의 호칭도 ‘나는’으로 고쳐졌다.

노무현재단 측은 단순한 자구(字句) 수정이라고 주장하지만 수정된 내용을 보면 그것을 넘어 맥락(脈絡)까지도 바꾼 것이다. ‘해결’은 새로운 방안을 도출하겠다는 적극적인 뜻이 강한 반면 ‘치유’는 현 상황을 개선한다는 의미다. 회담록 전체를 보더라도 노 전 대통령의 발언 취지는 분명하다. 노 전 대통령은 “NLL이라는 것이 이상하게 생겨 가지고, 무슨 괴물처럼 함부로 못 건드리는 물건이 돼 있거든요”“NLL은 바꿔야 합니다”라고 했다. 본인도‘NLL 포기’로 비칠 것을 우려해 은폐하려 했던 게 아니냐 하는 의심을 갖게 한다. ‘저’를 ‘나’로 고친 것도 중대한 문제다.

조선시대 왕조실록도 당대의 임금이 열람하지 않고 사관(史官)들이 있는 그대로 기록했고, 그것을 목숨을 걸고 지켜냈다. 대통령 기록물의 가치는 자구와 맥락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 있다. 이를, 그것도 당사자가 손질하는 것은 범죄행위다. 검찰은 사초 실종과 조작의 실상을 낱낱이 파헤쳐 역사의 교훈으로 남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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