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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2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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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corenelia] 쪽지 캡슐

2024-04-09 ㅣ No.171359

[부활 제2주간 화요일] 요한 3,7ㄱ.8-15 “너희는 위로부터 태어나야 한다.”

 

 

 

 

복음서에서 부활과 관련된 용어들은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납니다. 하나는 ‘다시 살아나다’라는 뜻입니다. 즉 죽음을 극복하고 다시 생명을 얻는 것이지요. 지난 부활 팔일 축제 기간 동안의 말씀에서 부활이 주로 이런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들어 높여지다’라는 뜻입니다. 즉 주님께 대한 믿음을 통해 부활을 체험한 이들은 그전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고양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오늘부터 시작되는 부활 2주차 복음 말씀에서 부활이 주로 이런 의미로 사용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신의 부활을 체험한 우리가 이뤄내야 할 ‘고양’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십니다.

 

“너희는 위로부터 태어나야 한다.”(요한 3,7)

 

오늘 복음에서 ‘위’, ‘아래’라는 말은 물리적이고 상대적인 높이를 뜻하는 게 아닙니다. 상반된 두 가지 질서 즉 사는 방식을 뜻하지요. ‘아래’에 속한 사람은 물질이라는 가치에 속박되어 자기 욕심이라는 질서에 따라 살아갑니다. 그러면서 본인이 굉장히 자유롭게 제 멋대로 산다고 착각하지만, 세상이 정한 기준 안에서 철저히 세상의 논리에 따라 종처럼 선택을 강요받는 수동적인 삶입니다. 반면 ‘위’에 속한 사람은 사랑이라는 가치를 중시하며 하느님의 뜻이라는 질서에 따라 살아갑니다. 그러면서도 본인이 구속당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 펼쳐주신 넓은 바다에서 그분께서 주시는 좋은 것들을 마음껏 누리며 자신을 충만하게 채우는 참된 삶을 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삶의 끝에는 하느님과 일치하여 그분과 함께 누리는 참된 행복이 있으리라 믿고 희망하기에 지금을 더 기쁘게 살 수 있지요.

 

그래서 예수님은 우리에게 ‘아래’에 속한 삶에 안주하지 말고 ‘위’로부터 다시 태어나라고 하십니다. 당신께서 선포하신 하느님 나라가 주는 참된 행복을 만끽하려면 하느님께서 보시기 참 좋은 모습으로, 그분을 닮은 모습으로 변화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아직 많은 신자분들이 그 중요한 변화를 자꾸만 나중으로 미룹니다. 일단은 먹고 살아야 신앙생활도 하는거라면서,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그 땐 꼭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겠다면서, 스스로를 아래의 세상에 더 강하게 옭아매는 겁니다. 그렇게 해야 행복해진다고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욕망은 아무리 애를 써도 완전히 채워지지 않습니다. 그 욕망을 채우려고 하면 할수록 오히려 욕망이라는 주머니가 점점 더 커져 마음이 더 헛헛해지고 허무해질 뿐이지요. 그래서 우리는 ‘아래’가 아니라 ‘위’를 보고 살아야 하는 겁니다.

 

‘위’로부터 다시 태어나는 방법은 자기 고집과 욕심을 내려놓고 주님의 말씀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즉 믿음으로 응답하고 순명으로 실행하는 일입니다.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그분 사랑으로 새로 태어난 사람은 모든 것을 새롭게 봅니다. 하느님을 받아들여 ‘하느님의 눈’으로 보는 겁니다. 그러면 내가 사는 세상이 다르게 보입니다. 세상은 물리적으로는 아무 것도 변한게 없지만, 믿음과 사랑 안에서 내가 새로운 존재로 변화되면 이 세상에서 사는 나의 삶이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전개되는 것이지요. 오늘 제1독서에 나오는 초기 교회 공동체 구성원들이 큰 은총을 누린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들이 사는 세상은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었지만, 여전히 반대자들은 서슬퍼런 눈으로 그들을 감시하고 그들을 향한 박해의 칼날은 점점 더 날카로워지고 있었지만, 주님께 대한 믿음과 사랑 안에서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보았기에 같은 세상에서 다른 모습으로 살 수 있었던 겁니다. 우리도 그래야 합니다. 왜 세상이 이 모양이냐고 하느님께 불평 불만을 늘어놓을 생각만 하지 말고, 내가 먼저 변화되어 내가 사는 자리부터 하느님 나라로 바꿔가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그것이 이 세상에서부터 천국을 누리는 방법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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