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0일 (금)
(백) 부활 제6주간 금요일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

태강아파트 주민입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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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희 [cafe71] 쪽지 캡슐

2007-09-12 ㅣ No.3762

박재석님 이인호님 글 잘 읽어 보았습니다.

두 분의 글.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이번 사태만 아니었다면 평생 굿뉴스게시판에 들어 올 일이 없었겠지요. 아마 몇일간의 흥분이 가라 앉으면 좀처럼 다시 들어올 일도 없겠고요. 제가 글을 통해 천주교를 비난하거나 폄하할 의도가 없었는데, 신 구교간의 종교논쟁으로 확대되는 것처럼 전도 될까봐 경계를 하며 글을 씁니다. 이인호 님의 글을 읽으며 더욱 조심스럽게 글을 써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1. 전국각지에서 납골당 반대운동을 한다. 따라서 공릉동의 상황은 특별할 것 없다. 단지 님비일 뿐이다. - 이인호 님의 논리이지요?

저도 납골당 문제가 정말 시급한 사안이란것 잘 알고 있습니다. 집안에서도 납골시설로 선산을 정리하자고 할 만큼 저도 적극적입니다. 납골 시설에 대한 논쟁은 저와는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제기한 부분은 주민들과의 대화와 홍보 입니다.

두가지 질문을 드립니다.

1) 아파트 가격 하락에 따른 님비라면 왜 임차인들이 반대 투쟁을 지지 할까요? 왜 아파트 가격에 더 민감한 효성아파트나 두산 아파트 주민들은 무관심할 까요?

이번 반대 투쟁에 민감한 지역이 공릉중학교와 초등학교 학부모들입니다. 효성이나 두산 같이 태랑초등학교 학부모들은 별로 관심없어 보입니다.

2) 엄청난 수고로 전국의 많은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납골당 반대 지역을 열거 하셨는데, 지금 반대가 이루어진 지역보다 더 많은 수의 납골당이 운영되는 것은 무슨 조화 일까요? 이인호님의 논리처럼 모두 대화가 안 되니깐 힘과 법으로 밀어붙여 진행 된 것인가요?

2. 당일날 교회 못 간 것이 문제라서 화가 났냐?

참고로 저는 그날 교회에 갔습니다.  태강아파트는 후문 쪽이 개방이 되어 있었고, 단지 제 개인적인 경험을 가지고 글 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8단지와 9단지 주민들중에 오전에 차량을 가지고 이동해야 하는 사람은 방법이 없었습니다. 교회가는 것을 포기한 사람도 분명 있고요.

문제는 양과 방법의 문제 입니다. 이 문제는 경찰에도 공식적으로 항의 했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 보죠. 한 학생이 상습적으로 지각을 했습니다. 엉덩이를 몇대 맞거나 반성문을 쓰라고 하면 반성하겠지요. 그런데 선생님이 화가 너무 많이나서 혹은 다시는 지각을 안 하게끔 확실히 혼내 준다고 엉덩이를 각목으로 100여대 때렸다고 합시다. 교육적효과가 있을까요? 적개심에 불타는게 당연하지 않을까요?

300~400명 정도의 시위대가 시위를 한다고 해서 공릉2동 주민 전체를 범법자 마냥 취급하고 아파트 단지를 전부 봉쇄해 버리고 이에 항의하면 방패로 가격하고 이런 살벌한 공권력을 경험하면 문제의 본질은 달라 집니다.

반대위원회 까페를 보니 8월달까지의 누적 회원수 증가율 보다 이번달 신규회원이 더욱 많이 늘어난 것 처럼 느껴집니다.2일 처럼 3~4개의 중대가 와서 시위를 방어하거나 시위대와 성도들을 분리했더라도 같은 효과는 나타났을 것입니다.

추기경님이 얼마나 존귀한 존재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민주 사회에서 한 분의 안녕을 위해 수천명의 인격권과 이동권이 그리 장시간 제약 받아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이부분에 대해 공릉동 주민들이 열패감을 느끼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대통령이나 외국 국가 원수가 지나가서 교통을 통제해도 다른 대안은 만들어 줍니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에는 아무런 대책없이 전체 단지를 봉쇄해 버리면 상황이 달라진다는 거죠. 

종교계의 큰 어른으로서 "성당행사로 인해 인근 주민들에게 본의 아니게 피해를 주어 유감으로 생각합니다."라는 정도의 서울 대교구 명의의 사과 하나 못하는 겁니까?

투쟁본부의 불법시위 탓만 하기에는 서울대교구의 위상이 너무 큽니다.

3. 투쟁위원회는 말이 안 통한다.

투쟁위원회가 전투적이라고 가정합시다. 투쟁위원회도 모든 시위와 집회를 일방적으로 진행할 수는 없습니다.주민들이 동의하거나 참여해야 가능하지요. 환언하자면 성당측과 위원회의 논리 싸움입니다.

성당에서 이러저러한 이유로 납골당을 얼마만한 규모로 만들고 진행 상황은 이렇다. 또 주민들이 여타의 문제로 문제를 제기하면 거기에 맞는 대안을 제시해 가며 서로 이해와 합의를 이루어 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요즘 나오는 환풍기 방향 문제에 대해 - 그럼 환풍기 방향만 바꿔주면 찬성할래? - 거봐라 어차피 반대할 거면서 괜히 억지를 부리는 거지.. 이런 식으로 논리가 전개 된다면 제가 키보드를 두드리는 노동력이 헛수고가 되는 거지요.

설령 공청회나 간담회를 통해 이러한 의사를 전달하려 했는데 위원회에서 물리적으로 진행을 방해 하고 억지 논리를 전개 했을때 위원회를 지지하는 주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저는 공릉동 사람들이 그렇게 우둔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사온지는 2년이 안 됐지만 처형댁이 이 곳에 있어 5년 전부터 자주 이동네에 왔었는데 진지한 대화의 자리가 있었다는 소리는 못 들어 보았습니다. 이런 과정이 생략되다 보니 온갖 유언비어와 확인이 안된 흉흉한 소문이 나돌고, 위원회의 정당성만 공고해 지는것 같습니다. 아무런 대응 없이 법원의 판결만 기다린 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천주교 측에서 공릉동 사람들 무시한다란 느낌을 강하게 갖게 됩니다.

또한 대화를 한다는 것은 가령 공릉동 주민의 의견이 합당하면 태릉성당에는 납골당을 설치 하지 않겠다라는 전제를 갖고 출발해야지요. 우리의 의견이 전적으로 옳으니 무조건 따라라 라는 옳지 않습니다.

이곳에서 글을 읽고 있다보면 모든 문제는 투쟁위의 불법, 폭력적 태도 때문이다 라는 분위기 입니다.  저도 일부 주민들이 성당의 정상적인 종교 행사를 방해 하는데 공분하고 있습니다. .  

하지만 투쟁위원회가 제가 보기에는 약자처럼 보입니다. 그다지 조직적이지도 체계적이지도 전술적이지도 않습니다.

힘 없는 자들의 마지막 처절한 몸부림 같습니다.

(물론 투쟁위원회의 힘과 일개 성당 신도들과 비교하면 개별 신도가 보호 받아야할 약자 이지요.)

만약에 상대가 일반 기업이라면 저도 이런 수고나 기대를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천주교이기에 희망을 갖고 이야기 합니다. 상대가 우리에게 위해를 가했다고 원수로 보지 말고 이웃으로 대해 보십시요. 설령 과정상 박해를 받았다고 포기하지 마십시요. 이것이 종교인의 자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런 모습을 견지했을때 다수의 지지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더 큰 불상사를 방지하지 않을까요? 천주교의 위상과 신뢰가 더 쌓여 가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제가 했던 말중에 판결의 승패와 관계없이 천주교에 불리하다라고 한 말에 대해 첨언해야 할 것 같습니다.  판결에서 패소하면 당연히 정당성을 잃어 버리고 온갖 비난을 받겠지요. 불법을 저질렀다고... - 물론 저는 학교위생법 수정안인가요? 이것이 소급입법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있습니다. 물론 전문적인 법률가도 아니고 법률적인 사안을 검토할 만한 위치는 아니지만요..개정법률안 중에 "납골당의 설치 및 운영에서 운영"이라는 글자가 혼란 스럽게 하긴 합니다.

또한 승소 했다고 하더라도 상처받은 주민들의 마음을 무엇으로 위로 할 수 있을까요? 납골당이라는 시설은 얻지만 지역공동체의 존경과 신뢰를 상실하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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