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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녀석에게 격려와 축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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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요하 [jiyoha] 쪽지 캡슐

2002-04-06 ㅣ No.31780

                        내 아들녀석에게 격려와 축복을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인 제 아들녀석 얘기 하나 하죠.

 지난 사순절의 성삼일 동안 계속 복사를 하느라 꽤 수고가 컸던 녀석이죠.

 

 이제부터는 녀석에게 평일 저녁미사 복사를 할 기회는 다시 없을 것 같군요.

 4월부터 녀석이 평일 저녁미사 오르간 반주를 전담하게 되었으니까요.

 

 지난 3월까지 우리 본당 평일 저녁미사의 오르간 반주는 제 딸아이가 전담하던 일이었지요. 올해 중학교 3학년이 된 제 딸아이는 초등학교 6학년이 되던 지난 1999년 초부터 그 일을 했습니다. 3년 동안 평일 저녁미사에 빠진 날이 거의 없을 정도로 딸아이는 성실했고 책임감이 강했지요.       

 

 그런데 올해 4월부터 학교에서 ’야간자율학습’인가 뭔가를 하게 되었지 뭡니까.

 녀석은 공부 욕심도 강한 편입니다. 부모에게 기대와 신뢰심을 줄 만큼은 공부를 잘하는 편이지요.  

 

 학교에서 4월부터 ’야자’를 실시한다며 신청 접수를 할 때 녀석과 가족 모두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냥 집에서 공부하며 평일 저녁미사 오르간 반주 봉사를 계속할 것인가, 중3이 되었으니 공부에 좀더 충실할 것인가, 냉큼 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았지요.

 

 그런데 녀석이 스스로 ’야자’ 쪽을 선택하더군요. 학원도 다니지 않으면서 ’야자’마저 외면을 한다면 너무 하는 것 아니냐면서…. 녀석이 스스로 공부에 열중하겠다는 데야 부모로서 말릴 수는 없는 일이어서 나도 별 수 없이 동의를 하고 말았지요.

 

 딸아이가 ’야자’를 택한 데에는 동생과의 타협이 중요한 몫을 했지요. 물론 처음에는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습니다. 누나는 동생에게 "나도 초등학교 6학년초부터 미사에 오르간 반주를 했으니까 너도 그래야 해."라고 했고, 동생 녀석은 누나에게 "꼭 그러라는 법이라두 있나. 난 아무래도 어려워."라며 뒷걸음질을 쳤지요.

 

 그러다가 결국은 동생 녀석이 화요일과 금요일의 저녁미사에만 오르간 반주를 맡고, 다른 반주자와 한 달씩 시간을 바꾸는 주일의 아침미사나 저녁미사의 반주는 계속 누나가 맡기로 하는 선에서 두 녀석은 타협을 한 거지요.      

 

 이미 한 달 전쯤에 아들녀석은 저녁미사에 반주를 두 곡 해 본 경험이 있답니다. 말하자면 한 달 전에 데뷔를 했던 거지요. 옆에서 누나가 코치를 해 주는데도, 너무 긴장한 나머지 콧등에 땀이 송글송글 솟은 채로 겨우 두 곡 반주를 한 녀석은 못하겠다고 손을 내젓더군요. 그래서 누나가 당분간 더 하기로 했던 건데, 4월부터는 누나의 ’야자’ 관계로 도리 없이 아들녀석이 대타로 나서게 된 거지요.

 

 녀석은 각오를 한 듯 분발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수녀님으로부터 미리 메모를 받아 가지고 열심히 연습을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인 2일(화요일) 저녁미사에 네 곡(입당성가·봉헌성가·성체성가·파견성가)을 모두 반주를 했습니다. 어제 금요일은 저녁미사가 성가를 부르지 않는 아침미사로 임시로 옮겨진 바람에 반주를 하지 않았고….

 

 녀석은 두어 번 틀리기도 했지만 그런 대로 무난히 반주를 마쳤습니다. 신부님도 잘했다고 칭찬을 하셨고, 여러 교우들이 녀석에게 격려를 해 주었습니다.

 

 녀석은 이제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다음주부터는 반주를 더 잘하려고 수녀님으로부터 미리 메모를 받아 가지고 아주 의욕적으로 연습을 합니다.

 

 나는 아들녀석도 제 누나처럼 피아노를 가르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내가 아이들을 파아니스트로 만들기 위해서 피아노를 배우게 했던 것은 아닙니다. 비교적 음악을 좋아하는 내가 악기 하나도 다룰 줄 모르는 것에서 늘 아쉬움을 느껴온 터이기도 합니다만, 아이들이 앞으로 기쁜 일도 많고 슬픈 일도 많은 인생을 살려면 악기 하나쯤은 다룰 줄 아는 것도 여러 가지로 좋을 것 같아서 기를 쓰고 피아노 학원에 보냈던 거지요.

 

 한때는 녀석들이 싫증을 내고 어려워하며 피아노학원에 가지 않겠다고 울기도 했지만 엄마보다도 내가 더 적극적으로 달래고 설득을 했지요. 그리고 엄청난 ’보증빚’의 진구렁 속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며 살 적에도 교무금과 함께 피아노학원비를 기장 먼저 챙겨서 선생님께 내가 직접 갖다 드리곤 했지요.

 

 딸아이가 지난 3년 동안 평일 저녁미사 오르간 반주를 전담하고(지금도 주일 새벽미사나 저녁미사 반주는 계속하고 있지만), 이제는 아들녀석이 누나의 뒤를 잇는 모습을 보자니 슬몃 세월 빠름을 느껴야 하는 우수 속에서도 대견함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또 한번 하느님께 감사하게 되는군요.              

 

 나는 내 아이들이 소년 시절에 평일 저녁미사 오르간 반주를 전담한 일을 좋은 보람으로 생각하며 자라기를, 그리고 평생의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며 살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소년 시절부터 하느님께 기쁨을 드리고 신자들에게 봉사하며 사는 그 생활이 좋은 기틀을 이루어서 점차 더욱 크게 발전해 가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굿 뉴스의 형제 자매 여러분, 누나의 뒤를 이어 어린 나이에 본당의 평일 저녁미사 오르간 반주를 전담하게 된 제 아들녀석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 주십시오. 기도 중에 제 아들녀석을 기억해 주신다면, 제 아들녀석이 반주를 더 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사사로운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2002년 4월 6일 비오는 날 오전

 충남 태안 샘골에서 지요하 막시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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