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금)
(백) 부활 제7주간 금요일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 내 양들을 돌보아라.

교회의 부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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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환 [chrisant.j] 쪽지 캡슐

1999-10-22 ㅣ No.364

+ 찬미 예수님

 

 

신천지로 이사를 와서 처음 본당에서 미사를 보았다.

때는 바야흐로 40도를 웃도는 무더위에 땡볕이 내리쬐는 성당 밖에서 미사를 보려니

안에 계신 몇백명의 신자 분들이 부럽고 연옥이 대체 어느 수준일까하는 평소 궁금증이

다소 풀리는 것 같기도 했다.

날이 갈수록 "예수님, 꼭 이렇게 살아야 합니까? 식구도 많으니 집좀 늘립시다. 아니면

바리사이인들 같은 인간들좀 쪼까내고 이제 고만 받아 들이지요. 녜?" 하는 마음이 굴뚝

같았다. " 헌금 모아서 다 어데 쓰는거야?"하고 궁시렁 거리는 치들도 있었고.

 

그로부터 몇년 후 뿌연 먼지 속에서 한 일년 넘게 미사참례를 한끝에 멋지고 커다란 새 성전이 세워졌다. 내가 이 본당에 적을 둔 이래로 한번도 코빼기조차 못보던 사람들이 성서와 성가책을 끼고 사방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치들 활보하는 모양새가 지방여행 갔다가 돌아 온 성당 주인인 것 같아 주눅이 들었다.  

게다가 해대는 소리마다 입바른 소리는 얼마나 해대는지,  " 민생고에 허덕이는 불쌍한 사람들이 지천에 깔렸는데 이런데다 돈을 쳐 바르고 많은 빚을 얻어 이렇게까지 성당을 짓는 것을 보니 교회가 썩어도 되게 썩었군. " 하는데 그 이후로는 공연히 얼굴도 못들고 썩은 교회에 다니기가 마음이 껄꺼로왔다.

 

대주교님이 본당 견진성사때 집전하러 오셔서 한 말씀하시는데 가슴이 따끔했다.

 

" 이런 훌륭한 성전을 여러분의 피땀으로 일구어 내다니 자랑스럽습니다.

 그러나 성전의 겉 모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곳에 장사아치 같은 사람들이 모여서 장사아치 같은 생각이나 얘기나 하고 있으면 이 집이 한낱 장터에 지나지 않을 것이고, 여러분이 마음을 모아 하느님께 진정한 찬미와 예배를 드릴때 이 집이 진정한 훌륭한 성전이 될 것입니다. "

 

그 뒤로도 매번 각종 행사때마다 어김없이 그 기름종이( 유지) 같은 분들은 빠지지않고 나타나 항상 바른 소리와 비판과 잘잘못을 선거 유세하듯 설파하고 다녔다.

" 아, 저 양반들은 평소에 직장이나 이웃에서 얼마나 복음을 전하고 다녔으면 바른 소리를 저리 잘할까?" 하는 부러움이 들기도 했다.

 

아버님이 지병과 수족을 못쓰게 되어 Nursing home(양로원)으로 모시게 되었다.

매주 미사가 끝나면 아이들과 형님과 아우들이 양로원을 방문하고 지내다보니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다.

평시에 성당에서는 드러나지 않고 ( 성체조배와 십자가 기도와 묵주 기도를 하느라고 성당 마당에서는 잘 볼 수가 없었다.) 조용하던 분 들이 매주 양로원을 방문와서 할아버지, 할머니 들을 위로하고 몇시간씩 이야기 상대를 해주다가 가곤 헸다. 아버님도 우리보다 그분들을 보면 활짝 웃는 모습이 여간 반기시는 것이 아니었다.

 

아버님은 한 일년간 고통을 인내하시다가 하늘나라로 가셨다.

이역만리 머나먼 이국 땅에서 돌아 가셨으니 찿아 오는 이 누굴꼬, 장례식은 또 얼마나 초라할까 하는 생각에

더욱 마음이 아팠다.

사흘간 찿아와 연도해주는 많은 교우들과 평일인데도 장례식에 꽉꽉 들어선 얼굴 모르는 교우들이 아버님의 얼굴에 빰을 부비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지켜면서, 같이 즐거워하고 같이 슬픔을 나누는 이분 들이야말로 나의 진정한 형님들이고 누님들이라는 깨달음에 슬픔보다는 왠지모를 감사의 눈물을 참느라고 힘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교회의 화려함을 보고, 눈에 거슬리는 사목위원들을 놓고, 신부님이 마음에 안들어서, 교회가 썩었다고 하고 종교가 부패해간다고 한다.

애초부터 나같이 썩은 사람들 만을 예수님은 잔뜩 모아서 치유시키고 계시는데 , 예수님 팔다리 노릇하며 도우는 사람도 있고 뒤돌아서서 입바른 소리만 해대는 율법학자와 바리사이들도 있는 것 같다.

 

나는 안다. 가톨릭의 역사를.

협잡꾼, 고리대금 업자, 창녀, 거렁뱅이, 병신, 도둑놈, 죄인들의 왕초인 예수님 수하로 수세기 동안 몰려 든 가톨릭의 구성원을.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왕초의 팔다리 노릇을 충실히 해 가톨릭이 존재하고 있는지를.

예수님의 지체인 그들이 애초부터 비록 썩었다 할 지라도, 교회를 종교를 썩었다고 하면 그건 바로 머리인 예수를 향해서 돌팔매질하는 것이고 결국 자신을 심판하는 것임을 아시는지?

 

예수님의 몸인 교회를 분열시키는 말들이 있다

욕, 험담 과 분노의 말들이다.

그러나 예수님의 몸인 교회를 일치시키는 말들이 있다.

칭찬, 감사 그리고 용서의 말들이다.

 

 

시드니에서

오크리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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