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통령 실책 1위

남북전쟁 못 막은 뷰캐넌

미국 역대 대통령들이 범한 실책 가운데 가장 중대한 것은?

많은 미국 역사학자들이 이 질문에 대해 "15대 대통령인 제임스 뷰캐넌이 남북전쟁을 막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흔히 미국에서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 남북전쟁을 초래한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뷰캐넌 전 대통령은 결국 역사학자들 사이에서도 가장 낮은 점수를 얻었다.

켄터키주 루이빌대 매코널 센터는 최근 대통령학 전문 역사학자들이 모인 가운데 '대통령의 결정적 순간들'이란 주제로 회의를 열고 역대 대통령들의 10대 실책을 선정해 발표했다고 AP통신이 18일 보도했다.

역사학자들은 앤드루 존슨 17대 대통령이 남북전쟁 후 노예제 철폐를 위한 흑인들의 주장에 반대하고 백인 편을 든 것을 두 번째로 큰 실책으로 꼽았다, 서민 출신의 전쟁 영웅인 존슨 전 대통령은 많은 사람에게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문호를 넓혀준 것으로 유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인디언을 살해하고 노예제를 묵과하는 등 '백인만을 위한 정치'를 한 대통령으로 평가받고 있다.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의 베트남전 확전 결정은 3위를 차지했다. 존슨 전 대통령은 1964년 8월 통킹만 사건을 계기로 베트남전을 '전면전'으로 이끄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후 미 지상군은 1968년까지 54만 명으로 확대됐다. 결국 75년 전쟁이 끝날 때까지 미군 5만8000명과 베트남 민간인 200만 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말 뉴욕 타임스는 베트남전 확전의 결정적 계기가 된 '통킹만 사건'의 정보가 고의로 왜곡됐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한 바 있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을 은폐하려 한 것은 5위로 꼽혔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72년 닉슨의 재선을 도모하는 비밀 공작반이 워싱턴 워터게이트 빌딩의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된 사건. 닉슨 전 대통령은 도청사건과 백악관의 관계를 부인했으나 결국 무마공작에 연루된 것이 폭로돼 74년 하원 사법위원회의 탄핵을 받고 대통령직을 사임했다. 미국 역사상 임기 도중 대통령이 사임한 것은 그가 처음이었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피그만 침공은 8위로 꼽혔다. 케네디 전 대통령은 61년 4월 16일 피델 카스트로 쿠바 대통령이 사회주의 국가 건설을 선언하자 다음날인 4월 17일 쿠바를 전격 침공했다. 이 침공은 미 공군의 지원 부족으로 실패했으며 쿠바와 미국 간 대립만 깊어지는 계기가 됐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추문 사건도 포함됐다. 역사학자들은 "이 사건은 미국 역사나 국민에 미친 영향보다는 대통령 자신의 통솔력에 미친 영향이 더 컸다"고 지적했다. 개리 그레그 매코널 센터 소장은 "대통령들의 공적을 보는 것 못지않게 그들의 실수에서 큰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역사학자들은 이라크전에 대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잘잘못을 판단하려면 앞으로 몇 년은 더 지나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출처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