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 (목)
(백) 성 아타나시오 주교 학자 기념일 너희 기쁨이 충만하도록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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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 레몬드 신부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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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희 [yesyes] 쪽지 캡슐

2019-12-07 ㅣ No.134373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존경하고 사랑했던 신부님!

50여년 전 파신부님께서 구로동 성당 주임신부님으로 계실때이다.

신부님은 그때 어려웠던 많은 구로동 신자들에게 영적 물적으로 도움을 주셨기 때문에

대부분의 구로동 본당 신자들은 나처럼 신부님을 잊지 못할것이 틀림없다.

당시 나는 학교에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을 쓰라고 하면 

생각할 것도 없이 언제나 파레몬드 신부님을 적어냈었다.

인자하시고 사랑이 많으셨던 신부님은 특히 어린이들을 좋아하셔서

아이들이 신부님께 다가가면 환하게 미소지으시면서 포근히 안아주셨던 기억이난다.


사실 지금까지 내가 어려운 환경에서 신앙을 지킬수 있었던 것은 

파신부님께서 우리에게 전해주신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때문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성인이 되면서 냉담을 하게되었고 신부님도 내 기억에서 어느정도 지워졌었다.

그런데 지금부터 25년전, 딸아이 나이 3살 정도 되었을때 아이와 동네 산책을 하는데 

남편의 테니스장이 있는 운동장에서 아름다운 무지개빛 꼬리를 가진 청솔모(?) 한마리가

쪼르르 내려오는 것을 보고 딸 아이와 나는 청솔모를 뛰쫒아갔다.

그런데 청솔모가 골목으로 도망가더니 문이열린 막다른 집 냉장고 뒤로 숨어버렸다!

우리 둘은 그집 앞에서 청솔모를 포기하지 못하고 서있었는데(ㅋㅋ)

주인부부가 들어와서 케익을 먹으라며 권하는것이 아닌가

나는 청솔모에 대한 집착으로 체면을 무릎쓰고 집 안으로 들어가서

주인 아저씨가 주시는 생일 케익을 먹으며 마음씨 좋은 분들과 얘기를 나누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아저씨는 결혼전에 사제가 되기위해 수도자의 길을 걸었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찌어찌 지금의 예쁜 아내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다고 하면서 행복해하는 모습이 보기좋았다.


그 분들은 냉담중에 있던 나에게 신앙에 대해 많은 얘기를 들려주었고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1권을 권해주면서 읽어보고 가져오면 2권을 주겠다고 했다.

나는 냉장고 뒤에 숨은 청솔모를 포기하고 신이나서 그 책을 가지고 집으로 와서 읽기 시작했다.

며칠 밤을 꼬박 새우다시피해서 1권을 다 읽고 2권은 사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책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표지에 파레몬드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너무나 반가운 이름이라 출판사에 전화해서 자세하게 물었더니 

파레몬드 신부님께서 마리아 발또로따 저서인 그 책을 대한민국에 가져와서 

번역을 거쳐 출판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후 나는 아이를 업고 버스와 택시를 타고 미아리 어딘가에 있는 건물을 겨우 찾아갔다.

전화로 통화했던 분이 나를 맞아주었는데 

그분은 자신이 출판사 사장이며 파신부님의 친구라고 했다

나는 책을 사기위해 미아리까지 아이를 업고 어렵게 찾아갔지만 책을 사겠다는 열정만 있었지 

그책을 어떻게 사서 집에까지 가져와야 할지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열권을 보자마자 

나는 그 방대한 양에 정신이 번쩍났고 

비까지 오는데다 도저히 들고 갈수도 없을뿐더러 그 많은 책을 다 읽을 수 있을지 걱정도 되어서

사장님에게 열권을 다 사고 싶지만 가져갈수 없으니  2권 한권만 사겠다고 했더니

친절하신 사장님께서 그리스도의 시 10권과 우리를 

당신 차로 집에까지 데려다 주셨던 고마운일이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이후 25년의 세월이 흘렀고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는 내 신앙의 반석이 되어주었다


파레몬드 신부님의 소식을 가끔씩 지인들에게 들으며 

오랜세월 마음으로나마 신부님을 존경하고 그리워하면서 살았던것 같다.

오늘 구로동 친구로부터 파신부님께서 수원교구에서 선종하셨다는 문자를 받고 

그분과의 보이지않는 인연을 생각하며 나도 빨리 신부님을 따라 천국에 가고 싶은 마음으로 기도드린다. 


사랑하올 주 예수님, 저도 파 신부님처럼 거룩함과 정결함으로 온전히 준비되었을때에 

언제든지 당신의 나라에 데려가 주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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