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6일 (월)
(백) 부활 제6주간 월요일 진리의 영이 나를 증언하실 것이다.

從北 오염의 實相

인쇄

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3-11-11 ㅣ No.770

‘까마귀 싸우는 골에 백로야 가지 마라/ 성낸 까마귀 흰 빛을 새오나니/ 창파에 조히 씻은 몸을 더럽힐까 하노라.’ 고려 말의 혼탁한 조정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 충신 정몽주를 안타깝게 여긴 모친이 지은 시조다. 나쁜 사람과 가까이 지내다 보면 부지불식(不知不識) 간에 나쁜 물이 들게 마련이라는 의미의 고사성어 ‘근묵자흑(近墨者黑)’과 같은 취지다. 종북(從北)세력과 그들의 선동으로 대한민국 사회 전반에 스며든 종북 오염(汚染)의 실상(實相)은 그 시조와 고사성어의 교훈을 거듭 되새겨보게 한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사이버사령부 역할에 대한 국회 답변 과정에서 “심리전은 북한에 대해서도 직접적으로 하지만 오염 방지를 위한 대내 심리전도 포함된다”며 “대한민국 국민이 오염되지 않도록 정당한 방법으로 올바른 정책을 설명하는 것도 그 일환”이라고 밝힌 일을 두고, 민주당과 좌파가 “위험천만한 인식과 태도”라고 비난하고 있는 현실만 해도 그렇다. 북한 정권의 대남 심리전에 군은 물론 국민도 휘둘리거나 휩쓸리지 않도록 적절하게 대응하는 일은 국가기관의 책무다. 사이버사령부와 국가정보원이 원칙적으로 그 대상은 달리할지언정 본연의 업무인 것이다. 그런데도 이에 대해 공공연하게 시비를 거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현상이 광범위하게 퍼진 사실부터 국민 상당수의 오염 외에 다른 배경이 있겠는가.

국민 일각의 종북 오염은 박근혜정부가 통합진보당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위헌(違憲)정당 해산 심판 청구를 둘러싼 논란을 통해서도 적나라하게 확인된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청구 직후 그 이유에 대해 “통진당은 대한민국 헌법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반(反)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통진당이 최고 이념으로 삼고 있는 ‘21세기 진보적 민주주의’가 북한의 김일성이 주창한 대남 혁명 전략과 사실상 동일하다”고 밝혔다. 헌재가 헌법 정신과 명문을 좇아 판단하겠으나, 이미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시민단체 등이 청원을 낸 지 오래인 통진당 해산 심판 청구는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정부의 당연한 조치다. 그런데도 선거연대를 통해 통진당의 국회 교두보 구축을 도운 제1야당 민주당의 대표까지도 자책(自責)은커녕 “보편적 가치인 사상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며 통진당에 기운 양비론(兩非論)을 펴고 있다. 종북 이념에 감염되지 않고는 보일 수 없는 행태다.

통진당은 이석기 의원이 내란음모·선동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기에 이르는 과정에 직접적 증거를 남긴 혁명조직(Revolutionary Organization)의 회합을 경기도당의 정당한 행사였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의 공당 아닌 북한 정권과 그 하수인들이나 저지를 법한 언사를 주고받으며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획책한 RO를 통진당과 직접 관련지어선 안된다는 궤변까지 공공연하게 난무한다. 종북에 심하게 오염된 사회가 아니라면 보이기 어려운 현상이다. 동아일보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통진당이 종북세력이라는 설명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37.3%에 이른 배경도 마찬가지다. ‘공감한다’ 56.2%를 높은 비율로 여기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오염에 무감각해져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종북 오염의 진원(震源)으로 의심되는 집단·조직은 통진당뿐만이 아니다. 도처에 널려 있다. 북한의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진보적 인터넷 신문’으로 지칭한 ‘자주민보’도 그 중의 하나에 해당한다. 북한 정권의 3대 세습을 ‘선진적 자기식의 주체적 정치제도’라고 미화하는가 하면, ‘김정은 대장은 16세 때 이미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전쟁을 속전속결로 끝낼 결심을 세우고 그 준비를 완전히 끝낸 것 같다’ 운운하는 글까지 버젓이 게재해온 매체다. 지난 1년 동안 방송통신위원회가 국가보안법 위반 소지 등으로 강제 삭제한 게시글만 43건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 종북 활동을 이유로 서울시는 관련 절차를 거치는 대로 서울행정법원에 등록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지난 6일 밝혔다. 종북 오염의 확산을 차단하는 일에는 민·관·군(民官軍)이 따로일 수 없다. 통진당류(類)가 하나둘이 아니라는 사실부터 직시해야 할 때다.

[오피니언] 시론-김종호 논설위원



45

추천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