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1일 (토)
(백) 부활 제6주간 토요일 아버지께서는 너희를 사랑하신다. 너희가 나를 사랑하고 또 믿었기 때문이다.

따뜻한이야기 신앙생활과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사제관 일기104/김강정 시몬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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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탁 [daegun011] 쪽지 캡슐

2001-08-14 ㅣ No.4372

                    사제관 일기 104

 

병원을 다녀왔습니다.

장기 입원자 병원인데,

두 분은 이미 여러 세월을 식물인간으로 지내오고 계셨습니다.

 

말 그대로 산송장이나 다름없이 누워만 계신 분들.....

이들의 슬픈 사연을 들으며, 가슴이 미어질 듯 아팠습니다.

신앙생활에서 마음을 다친 후, 냉담 중에 불의의 사고를 만나셨고,

한 분은 소녀 때 겁탈을 당한 충격으로 오늘에 이르렀다 합니다.

........   

이들을 보며 아무 것도 해 줄 수 없는 사제의 무능함을 또한번 절감했습니다.

그들을 일으켜 세울 능력도 없고,

그들을 하느님의 품으로 돌려 보내드릴 수도 없습니다.

사제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오로지 성사를 주는 일, 그 하나 뿐이었습니다.....

 

한번도 병자성사를 받지 못했다던 두 분.

이들의 귀에다 소곤 이며,

예식의 의미를 설명하고,

함께 고통받으시는 주님의 사랑을 정성껏 설명해드렸습니다.

그리곤 병자성사를 드렸습니다.

.......

그런데 놀랍게도,

병자성사 동안 그분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것이었습니다.

겁탈을 당했다던 아이는

"신부님 오셨어" 라는 소리에, 연신 해맑은 웃음을 지어 보이며,

성사동안 몸을 뒤틀며 옹알거렸습니다.

이 모습을 지켜본 봉사자는 지금껏 한번도 없던 행동들이었다며,

마냥 신기하게만 여기셨습니다.  

.......

필시 의사들이야 대수롭지 않은 신경의 작용쯤으로 여기겠지만,  

영혼의 눈으로 보여지는 이들의 눈물과 웃음은 또 다른 의미라 여겨집니다.

왜 눈물을 흘렸는지,

왜 웃음을 지었는지,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들의 눈물과 웃음이 주는 참 의미를......

그것이 바로 그들의 자리에서 보일 수 있는 유일한 신앙의 고백이었음을....

진정한 회심과 감사의 눈물이었음을....

 

오늘 하루,

저는 당신들을 통해 너무 많은 것을 배울 수가 있었습니다.

당신들은 저로 하여금 삶을 감사하게 만드셨고,

제 마음 속에다 하느님의 놀라운 은혜를 심어 주셨습니다.

그렇습니다.

당신들보다 더 많이 행복한 자였지만,

당신들보다 더 불행히 살아왔음을 조용히 고백합니다.

........

이제 당신들을 빨리 데려가시라는 죄스런 기도를 물리고,

당신들을 위한 기도를 바꾸어 올리겠습니다.

당신들은 결코 무익한 목숨이 아니심을....

얼마간의 생명이 더 주어질지 모르지만,

당신들은 세상에서 가장 큰 일을 하실 하느님의 작은 자들이심을....

당신들을 통해 세상은 희망을 보고,

저 같은 삶을 사는 자에게 마지막 삶을 건져주신다면,

당신들이야말로 세상 가장 큰 삶의 스승이십니다.

 

당신들께서 침묵에 담아 가르쳐주신 오늘의 가르침을 소중히 가슴에 두겠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 기도드리겠습니다.

지상에서의 마지막을 끝까지 함께 해주시라고,

당신들의 마지막을 오래도록 지켜주시라고,

그렇게 간절히 두 손 모아 기도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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