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0일 (금)
(백) 부활 제6주간 금요일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

[심사가 꽁지벌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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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승환 [choo6261] 쪽지 캡슐

2008-06-17 ㅣ No.5013

[심사가 꽁지벌레라] 

조폭 

   이달 초순 중앙일간지에 난 한 재미난 칼럼을 읽었다. “친절한 신부님”이란 제목이었다. 한 성직자를 “조폭(조직폭력배의 준말)”에 빗댄, 듣기엔 좀 색다른 한 우스개였다. 둘이 서로 빼닮은 점들이 많다는 얘기였다. 겉모습으로도 그렇고, 주위에서 대접받기, 힘깨나 쓰는 모습도 그렇다고 했다.  

 

   “검은 양복을 즐겨 입는다. 처음만난 사람한테도 형님, 형제님 한다. 술 밥값은 본인이 내지 않는다. 자신의 ‘나와바리’(구역)를 벗어나면 힘을 못 쓴다. … ”  

 

글 끝머리에 글쓴이가 어안이 벙벙하여 말문을 닫고 던진 뉘앙스가 더욱 그랬다. 

 

“삶 곳곳에 고수들이 널린 것을…”

                             ―《서울신문》, ‘길섶에서’, 최태환 논설실장, 08/06/02, 31쪽) ― 

 

   “고수(高手)”란 흔히들 바둑이나 장기 놀이들처럼, 장기(長技)자랑에서 보통이들보다는 수법이 남달리 높은 사람을 가르킨다. 거기엔 한자를 곁들이지 않았다. 또 다른 “고수(固守)”의 뜻도 있긴 하다. 그 글의 문맥으론 분명히 앞쪽일 것이다. 종교적 포교를 전업으로 하는 성직자에게 붙이기엔 여간 어색해 보이질 않는다. 

 

   글쓴이는 지난 2월, 이집트 여행 때 만났던 한 신부 얘기를 적었다. 둘은 여행을 마치고나서 넉 달 후쯤에 신부가 원해서 서로 다시 만나 함께 술자리를 편다. 인용 글귀의 앞쪽은 그 여행길에서 신부와 함께 들었던 얘기를 그 술자리에서 신부가 되뇄던 대목이고, 뒤쪽은 글쓴이가 신부의 ‘나와바리’에서 넉넉하게 술대접을 받고나서 놀란 심경의 토로였다. 

‘심사가 꽁지벌레라’ 

   언제부터인가 제 마음 한쪽구석엔 한 고약한 습관이 자리를 잡고 말았다. 저의 심사가 비틀린 것이다. 우리말 사전을 펴면, “심사(心思)”란 낱말의 뜻풀이에서 [심사가 꽁지벌레라: 심사가 사나운 사람의 비유]란 한줄 관용어를 적고 있다. 우리의 삶엔 별의별 에피소드가 생기게 마련이다.  

 

   저는 매주 성당 미사엔 거르지 않는다. 세례를 받기는 10년도 채 안 된다. 나름대로 자신의 마음을 정화시켜보려고 선택한 종교다. 성당엘 다니면서 고약한 습관이 자리를 잡기까진 신부님에 대한 제 마음은 지극히 존경스럽고 외려 경외심마저 들 정도로 성스럽게 대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을 좀 바꾸기로 하였다. 유감스럽게도 모든 신부님들이 그렇지 않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다. 

 

   저는 매주 미사 전에서울주보를 펼치고 거기 3쪽에 고정칼럼으로 올려지는 “모든 창조물들과의 평화”란 제목을 훑어보는 습관이 생겼다. 벌써 13 주째의 글이다. 지난주(06/15일자)의 주보엔 끔찍한 글이 올랐다. 헤드라인은 “포드 시스템, 도축장 그리고 나치”라 적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를 암흑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고 가는 문제의 ‘촛불시위’를 부추길 듯한, 그 글엔 조폭보다 더한 역겨움을 느끼게 한다. 

 

   미국 도축장의 한 모습을 스캣치하면서 성직자로서는 삼갈 표현들을 마구 쏟아놓았다. 포드자동차 조립방식이 미국의 도축장 시스템을 모델로 만든 것이라면서, 덧붙진 나치의 집단학살도 미국 도축장 시스템을 그대로 모방했다고 적고 있다. 

 

   정말, 읽기엔 역겨운 글이다. 쇠고기는 우리가 즐겨먹는 먹거리의 하나다. 그 글을 쓴이의 발상이 너무도 끔찍하다. 성직자의 심성에서 나온 것이라 치부하기엔 거기 표현들이 너무도 가혹하고 잔인했다. 글의 뉘앙스는 마치 미국산 쇠고기가 나치의 집단학살로 인육을 생산하던 라인으로 생산된 한 상품으로 비취게 서술하고 있다.  

 

   제 눈엔 지금 촛불시위 집단행동은 광기로 보일 뿐이다. ‘심사가 꽁지벌레라’ 소릴 들어도 할 말은 하고 가자. 미국산 쇠고기가 시판되면, 나 홀로라도 사서 식욕을 마음껏 즐길 작정이다. 1970년 초에 6 개월 동안 미국생활에서 즐겨 먹던 그 쇠고기 맛을 새롭게 느낄 수 있으리란 기대를 해본다. 저처럼 쇠고기를 즐기는 이들보다도 “어느 누가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더 높은지를…?” 되묻고 싶다.

/주승환(안젤로)   2008/06/17 02:00

*이 글은 "서울주보" 홈페이지(www.catholic.or.kr)에 올릴 예정으로 작성.

** 블로그("주승환마당")에서 퍼온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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