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7일 (화)
(백) 부활 제6주간 화요일 내가 떠나지 않으면 보호자께서 너희에게 오지 않으신다.

민주, 천막 걷든 말든 국민이 관심없는 이유 아는가

인쇄

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3-11-11 ㅣ No.761

민주당이 10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 설치했던 '천막 당사'를 걷었다. 지난 8월 1일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장외로 뛰쳐나가며 천막을 친 지 101일 만이다. 민주당은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는 야당·종교계·시민단체 연대기구가 12일 출범하기 때문에 (천막 당사는) 철수한다"고 했다. 천막을 걷는다고 장외투쟁을 그만두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천막 당사는 민주당이 장외투쟁의 상징물로 여겼던 것이다. 지난달 초 국회에 복귀하면서도 천막 당사만은 그대로 놔뒀었다. 그러다 이번에 그마저 거둔 것은 민주당 스스로가 장외투쟁으로 얻은 것은 별로 없고 잃기만 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민주당이 이날에야 천막을 걷었지만 사람들 관심 속에선 천막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다. 지난달 30일 두 곳의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여당의 절반도 안 되는 득표율로 참패한 것이 국민의 외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국민이 민주당에 눈길을 주지 않는 것은 국정원 개혁의 시급성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이제 야당의 주장이 무엇이든 국정을 버리거나 볼모로 잡는 방식으로는 요구를 일부 관철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국민의 동의와 지지를 얻기는 어렵게 돼 가고 있다. 그런 투쟁으로는 야당이 눈앞의 작은 싸움에서는 이기고 큰 구도에서는 지는 우(愚)를 계속 범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지금 민주당은 여당이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제 도입에 응하지 않으면 내년도 예산안과 새 정부의 민생 법안 처리를 막겠다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당 일각에선 당장 18일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부터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에도 우리 정치의 고질적인 병폐가 하나도 달라진 것 없이 그대로 재연될 모양이다.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수사는 곡절은 있었지만 국정원장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상태다. 거의 최대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기소가 실제 유죄로 판결 나면 댓글 사건의 승자는 민주당이 된다. 민주당이 그 결과도 보지 않고 벌써부터 예산과 민생 법안을 봉쇄할 생각을 한다면 천막 당사를 왜 소득 없이 걷게 됐는지에 대한 성찰이 전혀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예산안과 민생 법안을 가로막으면 정부에 상당한 압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도 커다란 압박을 받는다. 예산안은 물론이고 기초연금 도입 법안, 부동산 거래 활성화 법안과 같은 안건들이 정치적 이유 때문에 발이 묶여 민생 현장에 고통이 쌓여간다면 여론의 분노가 결국 어디로 향하게 될지도 민주당이 헤아려야 한다.

민주당이 천막 당사를 걷으면서 국민이 지금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됐다면 머지않은 시기에 그 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지 않고 민주당이 지금처럼 눈앞의 지지층만 보고 가겠다고 한다면 그 결과가 무엇일지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news.chosun.com



20

추천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