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1일 (토)
(백) 부활 제6주간 토요일 아버지께서는 너희를 사랑하신다. 너희가 나를 사랑하고 또 믿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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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와 마이클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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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탁 [daegun011] 쪽지 캡슐

2001-09-11 ㅣ No.4570

                     한나와 마이클

 

 아주 추운날이었다. 집으로 걸어오는 도중, 나는 길에서 우연히 누가 잃어버린 지갑을 발견했다. 지갑을 주워들고 혹시나 연락을 할 수 있는 주인에 관한 정보를 찾을 수 있을까 해서 안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그 속엔 오직 3달러와 마치 몇 년은 지갑속에 있었던 듯한 구깃구깃해진 편지 조각 뿐이었다.

 

봉투는 닳아서 보낸 사람 주소만 겨우 볼 수 있을 정도였다. 나는 약간의 정보라도 찾기를 바라면서 편지봉투를 열었을 때, 그 편지가 1924년에 씌어진 편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세상에! 그 편지는 거의 66년 전에 씌어진 것이었다.

 

왼쪽 구석에 작은 꽃이 있는 푸른색 편지지에 여자가 쓴듯한 깔끔한 글씨체였다. 그 편지는 John에게 보내는 편지였는데 .(나중에 본명이 Micheal로 확인되었다) 엄마의 극심한 반대로 더 이상 당신을 만날 수가 없게 되었지만 당신을 영원히 사랑하겠노라는 내용이었다. 편지의 마지막에는 Hannah라는 사인이 되어 있었다.

 

그것은 정말 아름다운 편지였다. 하지만 지갑주인의 이름이 Micheal이라는 것 외에는 주인을 찾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아마 114에 전화를 걸어 Micheal이라는 이름과 주소를 알려주면 상담원이 번호를 알려줄 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뿐이였다.

 

"상담원과 통화를 하고 싶어요” 나는 드디어 시작했습니다. “죄송하지만, 약간 엉뚱한 요청이긴 한데요. 저는 오늘 길에서 주운 지갑의 주인을 찾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혹시 지갑속에 있던 편지봉투에 씌어진 주소로 전화번호를 알아 낼 수 있을까요?” 그녀는 약간 망설이면서 가능하긴 한데 바로 번호를 알려줄 수는 없다면서, 먼저 자기가 그 번호를 전화를 걸어 나의 이야기를 설명해 준 후 그 사람이 나와 통화를 원하면 연락처를 가르쳐 주기로 했다.  몇분 후 상담원이 다시 전화를 걸어와 상대방을 바꿔주었다.

 

나는 전화선 저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의 여자에게 혹시 한나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냐고 물었다. 그녀는 아쉬운 듯이, “저런, 우린 이 집을 한나라는 딸을 가진 사람에게 샀답니다. 그렇지만 그건 거의 30년 전인걸요!”

 

"저, 그럼 죄송하지만 그 가족이 지금 어디에 살고 있는지 혹시 아시나요?”

 

“몇 년전에 한나가 어머니를 요양원에서 모셔야 한다고 말했던게 기억이 나긴 하는데….. 그 요양원에 한번 연락을 해보세요, 그들이 한나의 소식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그녀는 나에게 요양원의 전화번호를 주었고, 나는 곧 전화를 걸었다. 그들은 한나의 어머니가 몇 년전에 저 세상으로 가셨지만, 아마 어딘가에 그 한나의 전화번호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며 찾아보더니 곧 가르쳐 주었다.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전화를 끊고 다시 다이얼을 돌렸다. 전화를 받는 사람은 한나 역시 요양원에서 지내고 있다고 말을 해주었다.

 

아휴..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거지.. 왜 내가 거의 66년이 다 된 편지와 3달러 밖에 들어있지 않은 다 낡아빠진 지갑 주인을 찾으려고 이 고생을 하는거야.. 그러면서도 나는 한나가 있다는 요양원의 전화번호를 누르고 있었다. 다행이 전화를 받는 사람이 한나가 그곳에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었다.

 

시간은 거의 밤 열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지만, 나는 지금 한나를 만나러 가도 되겠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더니,  한나는 여느때처럼 휴게실에서 TV를 보고 있을 테니 그리로 가면 만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요양원으로 차를 몰았다.  밤근무를 하는 간호사가 그 큰 빌딩의 3층으로 나를 안내해 주었다.  휴게실에서 간호사는 한나에게 나를 소개해 주었다.  한나는 반짝이는 눈과,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백발의 따뜻하고 친절한 할머니었다.

나는 한나에게 그녀가 쓴 편지를 보여주면서 오늘 주운 지갑속에 있던것이라고 설명을 했다. 그녀는 그 왼쪽에 작은 꽃이 있는 푸른색의 봉투를 보자마자 깊은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젊은이, 이 편지는 내가 마지막으로 Michael에게 보낸 편지라네”

 

그녀는 한동안 생각에 잠긴듯이 먼곳을 바라보고 있다가 조용히 말했다. “난 그를 너무나도 사랑했어.  그러나 그 당시 내 나이는 겨우 16살이었고, 내 어머니는 내가 너무 어리다고 생각하셨지. 세상에.. 그는 너무나도 잘생겼었다네. 꼭 영화배우 숀 코네리를 닮았었지”

 

"그래” 그녀는 계속 말을 이었다. “ Michael Goldstein 그는 아주 멋진 남자였어. 만약에 자네가 그를 만난다면,  꼭 전해주게. 나는 요즘도 자주 그를 생각하고 있다고…. 그리고….” 그녀는 약간 망설이면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나는 아직도 그를 사랑하고 있다고 전해주게…” 그녀는 눈에 눈물을 그렁이면서 희미하게 웃었다. “난 결코 결혼하지 못했다네.  세상 누구도 그처럼 멋있는 사람을 다시 만날 수가 없었기 때문이지.”

 

나는 한나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고 나와서 엘리베이터를 탔다.  1층으로 내려와서 문을 열려고 하는데 수위 아저씨가 물었다. “그 할머니가 도움이 되셨어요?” 나는 그 할머니가 작은 단서나마 준 것을 이야기 했다. “ 적어도 지갑 주인의 성은 알수 있었거든요. 근데 좀 더 기다려야 할거 같아요. 오늘 거의 하루종일 이 지갑 주인 찾느라고 아무일도 못했답니다.”

 

나는 빨간색 수가 놓인 낡은 갈색 가죽지갑을 꺼내 그에게 보여주었다.  수위 아저씨는 지갑을 보자마자, “어라? 잠깐만요! 그거 Goldstein씨 지갑 아니예요? 난 그걸 어디서 봐도 한눈에 알수 있지요.  그는 맨날 지갑을 잃어버리고 다녀요. 저만해도 여기서 적어도 세번이나 그걸 주운적이 있는걸요!”

 

"Goldstein씨가 누군데요?”

 

“그는 8층에 있는 할아버지예요. 확실히 그건 Goldstein씨 지갑이 맞군요.  틀림없이 오늘 산책을 하던 중에 떨어뜨렸을 거예요.” 나는 급히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서둘러 간호사를 찾았다. 간호사에게 수위아저씨가 한 이야기를 한 다음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으로 올라갔다. 마음속으로 제발 Goldstein씨가 아직 깨어있기를 바라면서…

 

8층 담당 간호사가 말했다. “아마 Goldstein씨는 아직도 휴게실에 있을 거예요. 그는 밤에 책읽는 것을 무지 좋아하시거든요. 그는 아주 친절하고 따뜻한 할아버지랍니다.”

 

 우리가 오직 한군데 불켜진 곳, 휴게실로 걸어들어 갔을 때,  그는 역시 책을 읽고 있는 중이었다. 간호사가 먼저 Goldstein 씨에게 내 이야기를 전하면서 만날 의향이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Goldstein 씨는 놀란듯이 나를 올려다 보더니, 그의 뒷주머니를 뒤져보고는 “어~ 정말 잃어버렸네!” 하고 소리를 질렀다. “이 친절한 신사분이 발견한 지갑이 혹시 Goldstein 씨 것이 맞는지 한번 보시겠어요?” 간호사가 말했다.

 

나는 지갑을 Goldstein 씨에게 건자마자 그의 얼굴에 밝은 안도의 미소가 떠오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네 맞아요. 바로 이거예요. 아마도 오늘 오후에 떨어뜨린 모양이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오, 뭘 그런걸 가지고.. 근데 꼭 하고싶은 말이 있습니다. 죄송하지만 주인을 찾느라고 지갑속에 들어있는 편지를 읽어보았거든요.” 미소띈 노인의 얼굴이 갑자기 실망스럽게 변하더니 “그 편지를 읽었다고? “ “실은, 그 편지를 읽은 것 뿐만이 아니라, 그 편지를 쓴 사람까지 찾았답니다. 저는 한나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고요”

 

그의 얼굴이 갑자기 창백해지더니, “ 한나? 한나가 어디있는지 안다고? 잘지내고 있던가? 아직도 여전히 아름답던가? 제발 말좀 해주게.. 빨리..” 그는 거의 애원하다시피 했다. “ 그녀는 잘 지내요. 당신이 알고 있는 것 처럼 여전히 아름답답니다.” 나는 조용히 말했다.

 

노인은 안도하는 듯이 밝게 웃으며 말했다. “ 한나가 어디있는지 좀 알려주겠소? 내일 꼭 전화를 해봐야 겠어” 내 손까지 모아 잡으면서 말하는 것이었다. “ 자네 그거 아나. 난 한나를 너무나 사랑했었다네, 내가 그 편지를 받았을 때, 내 삶은 마치 쓰레기 처럼 끝나버리는 것만 같았어. 난 결코 결혼하지 못했다네. 난 오직 그녀만을 사랑했었어.”

 

"Goldstein 씨 저를 따라오세요”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내려왔다. 복도는 깜깜했으며  오직 한나가 아직 TV를 보고 있는 휴게실만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간호사가 그녀에게로 다가가서 조용히 부르면서 나와 같이 문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 마이클을 가리켰다. “저 사람이 누군지 아시겠어요? “ 한나는 안경을 한번 추스리며 잠시동안 쳐다보더니 말을 잇지 못했다. 마이클이 조용히 속삭였다. “ 한나.. 나 마이클이오. 날 기억하겠소?” 라고…

 

"마이클?!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마이클. 당신이라니.. 나의 마이클.. 당신을 다시 보게 되다니….!!!!!!” 마이클은 천천히 한나에게로 걸어가 그녀를 꼭 껴안아 주었다. 간호사와 나는 눈물을 글썽이면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보세요. 세상엔 정말 하나님이 있나봐요.  이게 바로 하나님이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어요?

 

약 3주 쯤 지나 요양원으로부터 내 사무실로 전화가 걸려왔다. “ 이번주 일요일에 시간있으세요? 마이클과 한나가 드디어 결혼을 하려고 한답니다!”

 

아! 정말 그것은 너무나 아름다운 결혼식이었다. 요양원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차려입고 결혼식에 참여해서 진심으로 축복해 주었다. 한나는 밝은 베이지색 드레스를 입었는데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마이클은 짙은 파랑색 양복을 입고 있었다. 그들은 나를 bestman으로 만들었다. (bestman : 미국에서 결혼할 때 신랑의 시중을 드는 것으로 보통 신랑의 가장 친한 친구가 맡게 된다.)

 

요양원은 그들만을 위한 아늑한 방을 제공해 주었다. 만일 당신이 76살의 신부와 79살의 신랑이 마치 어린애들처럼 지내는 것을 보고 싶다면 이들을 만나보면 될 것이다. 거의 70년동안 이어져온 사랑이 마침내 결실을 맺은 완벽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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