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9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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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시위 소음 규제 더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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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3-11-09 ㅣ No.738

경찰청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 주거지역과 학교를 제외한 기타지역의 확성기에 의한 소음 규제를 현행 주간 80㏈ 이하를 75㏈ 이하로, 야간 70㏈ 이하를 65㏈ 이하로 강화하기로 했다고 한다. 주거지역과 학교지역은 주간 65㏈ 이하, 야간 60㏈ 이하로 현행과 같다. 한편 소음·진동관리법 시행규칙상의 확성기 규제 기준은 주거·학교 등의 지역은 주간 65㏈ 이하, 야간 60㏈ 이하이며, 그 밖의 지역은 주간 70㏈ 이하, 야간 60㏈ 이하다. 미국의 경우, 집회 소음은 원칙적으로 주간 기준 65㏈이라고 한다.

우리 국민은 소음 공해에 시달리고 있다. 도시의 길거리를 걸어다녀도 상점에서 나오는 확성기 소음에 시달리고, 심지어는 휴양지에 가서도 크게 켜 놓은 확성기 소음으로 인해 편안하게 휴양할 수 없는 괴롭힘을 당한다. 여기에 집회 및 시위의 경우, 표현의 자유 및 정치적 의사 표시를 내세워 일반 생활 소음보다 특별히 더 완화된 규제를 원한다. 스피커 볼륨을 더 크게 높일 수 있기를 원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자극에 더 큰 자극을 통해 의사전달을 하려는 것인데, 집회 및 시위에 의한 소음 규제를 5㏈ 강화해 봐야 변화를 겨우 감지할 정도의 미미한 효과에 불과한 정도다.

우리나라의 생활 소음이 국민의 정서를 거칠게 자극하고 있다는 것은 외국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면 누구나 동감할 것이다. 그런데 집회 및 시위에 의한 소음은 왜 또 특별한 대접을 받아야 하는가? 민주주의의 모국(母國) 영국의 의사당에서 그 좁은 공간에서 교대로 나와 토론하는 모습을 TV로 봤을 때와, 이와 대조적으로 커다란 의사당에서 주먹질을 하는 어느 나라의 의사당 장면을 봤을 때 우리는 무엇을 느낄 수 있는가? TV 생중계 토론 중에 감정을 이기지 못해 폭력을 행사했다는 어느 나라 정치인의 뉴스를 접했을 때 우리는 그 나라의 민주주의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하게 되는가?

부처님의 미소나 모나리자의 미소를 보라. 성인의 미소는 잔잔한 웃음이지 크게 소리 내어 웃는 웃음이 아니다. 그 잔잔한 미소가 대환희를 가져 오는 웃음이지 폭발적인 웃음은 지나가면 그뿐이다. 정치적 표현도 간디의 비폭력운동이 얼마나 큰 반향을 일으켰는지, 또 달라이 라마의 평화적 운동이 얼마나 큰 국제정치적 효과가 있는지 생각해 본다면 확성기를 통한 굉음의 시위가 백악관 앞 등에서 벌어지는 조용한 행진의 효과보다 크다고 감히 주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집회의 자유가 위축되지 않도록 규제를 강화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면 도대체 촛불시위는 왜 하는가? 한편으로는 집회 소음의 허용을 주장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촛불시위를 유도한다면 그야말로 위선의 극치가 아닌가.

시위가 잦은 시청 앞 광장 코너에 국가인권위원회 건물이 위치해 있다. 집회가 있는 날이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리는 각종 세미나는 극심한 방해를 받고, 업무 역시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 시청 앞 광장의 집회는 진지한 다른 집회를 압살할 기세로 억압한다. 자유가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세미나 참석자들은 인권 보호를 위한 어떠한 논의들을 해야 하는 것일까? 그래서 규제가 필요하고 법이 필요하다.

그러나 규제나 법은 실효성이 있어야 한다. 현행의 생활 소음 규제는 대한민국 헌법 제35조 1항에 명시된 국민의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보호하기에 너무나 미약하며, 집회 및 시위 소음에 대한 규제는 특히 더 그렇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미약한 규제는 같은 조 같은 항에 명시된 국가의 ‘환경 보전을 위한 노력’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다. 집회시위 소음 규제는 더욱 강화돼야 한다.

- 이광윤/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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