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9일 (목)
(백) 부활 제6주간 목요일 너희가 근심하겠지만, 그러나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따뜻한이야기 신앙생활과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나의 할머니

스크랩 인쇄

이경숙 [kyung22872] 쪽지 캡슐

2000-01-20 ㅣ No.891

대처승의 딸로 태어나 부처님의 자비를 실천하시면서 80평생을 사시다 천주교로 개종을 하시여 남은 10여년을 예수님의 사랑을 이웃에게 실천하시다 주님 품에 안기신 할머니. 가부좌를 하시고 않으셔서 돌리시던 염주 알이 묵주 알로 바꾸어 돌리며 사시다 돌아가신 할머니. 일년 내내 그 누구보다 먼저 빗자루를 들고 안개 자욱한 새벽 동이 동편에 붉은 기운을 내며 올라오는 기색만 보이면 나가셔서 동네 길을 쓰시고, 겨울 새벽 눈온 거리를 이웃들을 위하여 동네 어느 사람 보다 먼저 일어나서 길은 만드시던 등이 굽은 할머니. 장터에 가셔서 번듯한 가게에 있는 그 좋은 물건을 본 척도 하시지 않으시고 길모퉁이에 변변치 않은 물건들을 팔고 있는 노인 앞에 가서 " 그거 얼마예요? 오늘 얼마나 벌었어요?" 물으시고 깎으시는 법도 없이 돈을 더 얹혀서 떨이를 해서 사 가지고 오시는 할머니. 집에 필요치 않는 물건을 사시는 것을 보고 집에도 많은데 왜 사느냐 고 쫑알거리는 나의 말은 들은 척도 하시지 않으시고 사신 물건을 가져다 이웃에 끼니를 굶고 사는 집안에 살며시 놓고 돌아오시는 할머니. 아침밥을 푸시면서 거지들의 밥을 따로 퍼서 놓았다 주시고, 잔칫날엔 마당에 상을 차려놓고 대접을 하시던 할머니. 한국에서 활발하게 이웃의 일을 내일같이 돌보시며 바쁘게 활동 하시던 할머니가 내 자손이 묻힐 땅에 나도 묻혀야 한다 하시면서 노인들의 감옥인 미국에 손자들 따라 오셨고 내 손자들이 믿는 천주교가 나쁠 것이 무엇인가 하시면서 하느님은 같은 하느님이요 천국지옥 똑같으며 창조주가 우리를 만들어 착하게 살면은 천당이요 악하게 살면 지옥이라는 진리는 똑 같은 것이라 하시면서 흔쾌히 영세를 받으시고 염주 알이 묵주 알로 바뀌어 당신 죄의 용서와 자손을 위해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묵주 알을 돌리시던 할머니. 아침마다 하시는 산책길에 만나는 이웃 미국 사람들에게도 서슴없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며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건강이 좋아 보이 시네요." 하며 평상시에 한국 분들에게 하시는 것과 같이 말을 하시는 것을 보고 집안 식구들을 당황하게 하였던 할머니. 그러나 처음에는 알아듣지 못하고 의야 해 하던 이웃 미국인들도 시간이 가면서 그들도 영어로 인사를 하며 반가움을 나누게 하셨던 할머니. 미국이라는 나라에 세금도 낸 것도 없이 정부의 도움으로 병원비, 약값, 생활비를 받는 것이 죄스러워 당신은 미국에 죄를 짓고 있다고 하시는 말에 당신 손주들이 할머님이 혜택 받으시는 것 보다 훨씬 많이 세금을 내고 있다 하면서 걱정 마시라는 말에 죄스럽다는 말을 거두시던 할머니. 자손들에게 걱정을 끼치는 것이 마음에 걸려서 아프시다 는 말을 삼키시며 내색을 하지 않으셔서 몸이 불편하시면 말씀을 하시지 왜 말씀을 안 하시는가 하고 물으면 아무리 좋은 사람도 아프다는 말을 들으면 귀찮아하는 것이 인지상정이고 아픈 사람 대하기 좋아할 사람 없는데 왜 남에게 부담을 주는가 하시던 할머니. 평생을 손자들이나 나이 어린 사람들에게도 존댓말을 쓰시는 것이 듣기 거북해서 말씀을 낮추시라고 하는 말에 존댓말 해서 뺌 맞는 법 없다. 하시며 평생을 어느 누구에게나 존댓말만을 쓰시며 사셨던 할머니. 인사차 들리는 자손들에게 바쁜 사람이 왜 또 왔느냐 하시면서 "얼굴 봤으니 됐어요, 인제 가서 일 보세요, 젊은 사람은 바쁜 법 늙은이가 필요 없이 일을 해야하는 젊은 사람들 시간만 빼앗는다."하시면서 돌려보내려고 하시면 서도 자손들은 볼 수 있었다는 기쁨이 배어나는 표정을 숨기시지 못하고 환하게 웃으시던 할머니. 마지막 돌아가시기 몇 시간 전 잠깐 정신이 드실 때에 나를 알아보시며 하신 말씀 "바쁜데 어떻게 왔어요, 어여 가서 일 봐요" 하신 말씀이 나에게 하신 마지막 말씀 이였으니... 평생을 남을 위해 사시다 남의 짐이 되기를 마다하시고 사셨던 나의 할머니. 돌아가셔서도 우리들을 위해 기도하실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의 지나친 욕심일까? 자랑스러운 나의 할머님과 나의 어린 시절을 함께 생활하게 해 주시어 그분의 사랑 안에서 지낼 수 있게 해주신 주님께 감사드린다. 나 역시 할머니의 마음을 본 받아 주님의 도우심으로 남의 짐이 되지 않고 내 이웃을 위해 사랑을 전하며 살다 주님 대전에 설 수 있게 되기를 기도 드린다. 주여! 저희 할머니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또한 저희들도 주님 사랑 안에서 머물게 해 주소서!

912 0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