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에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일깨워온 SBS ‘긴급출동 SOS 24’가 27일, 그 동안 방송됐던 피해자들의 근황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긴급출동’은 방송 후 피해자들의 사후관리에 많은 문의가 제기됐다. 이에 대해 피해자들의 관리를 전담해온 박선민 사회복지사는 방송을 통해 “1회로만 방송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방송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리를 하고 있다”며 사후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실제로 이 같은 사후 관리로 가정폭력에 시달렸던 피해자와 가해자들의 변화를 이끌어 냈다. 이날 방송에서 가장 눈에 띤 변화의 주인공은 4회(22일) 방송에서 소개된 정춘식(52)씨.
당시 그는 알콜 중독으로 매일 밤마다 고성방가를 일삼아 주민들의 극심한 피해를 줬다. 주민들은 그의 소란을 폭력이라고 단정 지을 만큼 심각한 수준이었다. 일부 주민은 심리적 부담으로 치료를 받을 정도였다. 정씨는 제작진의 설득으로 알콜 전문 병원에 입원했다.
이날 방송에서 한달 만에 다시 찾은 정씨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한달 동안 술은 한모금도 마시지 않았다는 그는 심리치료, 운동, 한방치료로 건강한 모습으로 제작진을 맞이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할 정도로 자신감에 차 있었다.
“마음이 훈훈해 뭉친 게 다 풀어졌다”는 그는 “아이들과 집사람이 보고 싶다”고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을 비치기도 했다. 현재 정씨는 알코올 치료 1단계를 무사히 끝내고 2단계 치료에 들어갔다고 방송은 전했다.
‘분노천사’ 열 살 상준이의 변화된 모습도 놀라웠다. 2회에 방송된 상준이의 사례는 많은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줬다. 당시 상준이는 같은 또래 아이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도저히 아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상준이의 폭력은 심각했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닥치는 대로 던지거나 부수는 난동을 부렸다. 상준이의 폭력에 어른들도 감당하지 못했다.
이러한 상준이의 분노는 음주로 잦은 폭력을 일삼았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갑작스런 죽음 때문이었다. 상준이를 검사한 전문가는 애정결핍으로 인한 스트레스성 장애와 우울증으로 진단했다.
제작진은 상준이 아버지를 찾아 아이의 상태를 전했다. 아이에게 무관심했던 아버지는 상준이의 상태를 보고 충격을 금치 못했다. 그는 금주를 맹세했고 아이를 위해 성실히 살겠다고 다짐했었다. 그 후 상준이는 어떻게 변했을까.
상준이에겐 더 이상 분노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제작진에게 자신의 향상된 학과 성적과 학교에서 받은 컴퓨터 자격증을 자랑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상준이의 치료를 담당한 의사는 “상준이가 스스로 분노를 조절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며 상준이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무엇보다 아버지의 변화는 상준이를 여느 아이와 다름없이 밝고 건강한 아이로 바꿔놓았다. 방송 후 술을 전혀 마시지 않았다는 아버지는 상준이 앞에서 “새해에는 술을 먹지 않고 목욕도 같이 가자”고 아들과 다시 한 번 굳은 약속을 했다. 상준이 할머니는 “매일 이렇게 행복하고 웃는 날만 있었으면 좋겠다”며 아들과 손자의 모습에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대부분 방송 후 제작진과 솔루션 위원회의 도움으로 안정을 찾았지만 아직 힘든 길을 걸어가고 있는 피해자도 있었다.
첫 회에 소개됐던 20년 동안 남편의 폭력에 시달려온 주부는 여전히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사라졌던 남편이 하루에 30여 통 이상의 전화를 하며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을 해오고 있었던 것.
이에 사후관리팀은 피해자와 연락을 취하며 이혼 소송을 진행 한편 경찰과 연계해 남편의 소재를 파악했다. 결국 경찰과 제작진은 지방에 숨어 있던 남편을 찾아냈다. 현재 남편은 불구속 입건된 상태로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고 방송은 밝혔다.
'긴급출동...'은 지난 두 달간 총 15건의 각종 폭력 사례와 해결책을 제시해왔다. 프로그램 초반에는 일부 선정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됐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해결 과정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가정 폭력 해결을 위한 해결사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날 프로그램 게시판은 “이 프로그램이 왜 생겼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oasis7269) “장수프로그램으로 오랜 동안 방송되길 바란다”(pilm3) "우리 사회에 폭력이 없어지는 날까지 열심히 해달라“(kim8728)는 격려와 성원의 목소리가 가득 메웠다. 이와 함께 시청자들은 우리 사회의 폭력이 사라져 이런 프로그램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사진=상준이 부자의 모습, 방송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