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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인권법 ‘제대로 조속히’ 제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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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4-01-15 ㅣ No.10143

성재호/성균관대 교수·법학, 대한국제법학회 차기 회장

그동안 정치권에서 논란만 있었을 뿐 결실을 보지 못하던 북한인권법 제정 논의가 올해에는 구체화될지 기대를 갖게 한다. 여야(與野) 대표들이 번갈아 가며 북한인권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인 케네스 배의 자의적 구금과 장성택의 즉결 처형(處刑)은 북한의 인권 실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북한에서 수만 명이 재판 절차를 거치지 않고 수용소 등에 자의적으로 구금돼 있다는 언론 보도를 입증하는 사례인 것이다. 동시에 국제앰네스티가 김정은이 2011년 북한 권력을 장악한 이후 정치적 반대파들에 대한 숙청과 강제노동 및 고문이 잇따르고 있다는 보고를 체감케 하는 사건들이다. 권력의 정점에 있던 사람, 미국인 출신의 사업가조차 제대로 된 인권 보호를 받지 못하는데, 일반 주민들의 인권이 제대로 보호될 리 있겠는가.

1215년 인권 논의를 촉발시킨 마그나카르타 제39조는 자유인은 같은 신분을 가진 사람에 의한 재판이나 국법에 의하지 않으면 체포·감금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에서 이 조항은 무용지물(無用之物)에 불과하다. 그런 측면에서 국회에서 9년째 잠자고 있는 북한인권법안을 여와 야의 대표가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큰 의미를 가진다.

미국은 2004년 논의를 시작한 후 빠르게 북한인권법을 제정했고, 일본도 2006년 북한 인권 관련법을 만들었다. 유엔은 2005년부터 10년째 지속적으로 북한 인권결의안을 채택, 북한의 극단적 인권 상황을 지적하고 이를 개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세계적 흐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북한 주민의 참혹한 인권 상황에 대해 북한인권법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제정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민족이란 말을 내세우면서 이를 거부하기 힘든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던 인사와 그룹들이 북한인권법의 제정을 앞장서 반대하고 있는 모순을 보이던 곳이 대한민국이다. 북한 인권의 참상에 대해 누구보다 분노하고 가장 앞장서 개선을 촉구해야 하는 대한민국이 정치적 목적이나 이해 득실에 따라 북한인권을 뒤에 제쳐두고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2014년 벽두에 민주당이 북한인권법안에 대한 입장을 내놓았다는 것은 일말의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면서 ‘인권’만 따로 떼내어 다뤄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기 때문에,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예견하기 쉽지않다. 분명한 것은 북한인권법은 국내 정치적 의도나 목적과 연계한 것이 아닌, 순수한 인권 측면에서 출발하고 마무리돼야 한다는 점이다. 인권의 첫 출발점은 자유의 보장이었고, 자유가 보장되는 삶에서 부족한 사회적 평등이 뒤이어 논의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흔히들 자유를 제1세대 인권, 평등을 제2세대 인권으로 부른다. 자유가 보장된 상태의 민생이어야 하는 것이지, 자유는 없는데 밥을 주는 것은 인권의 참모습이 아니다. 미국의 북한인권법을 보면 정치적 목적과 동기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고, 북한 주민의 인권 신장, 궁핍한 북한 주민 지원, 탈북자 보호 등 크게 3개 내용을 주축으로 하여 자유를 전제한 안정적 삶을 다루고 있다. 이를 위해 매년 최대 2400만 달러 한도의 지출을 규정함으로써 인권 보장을 위한 구체적 수단을 제시하고 있다.

여야 정치권이 북한인권법을 논의하겠다는 것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이다. 다만, 국회에서 북한인권법이 만들어진다면 ‘북한 주민의 인권 보호’라는 순수한 목적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돼야 할 것임은 부언할 필요도 없다. 그래야 하나의 민족을 외치는 우리의 진정성이 정확히 반영돼 통일 이후 정치적 분단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공통의 감성대와 민족적 동질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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