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소설과 마찬가지로 나이가 들어서 고향의 작은 본당에서 고아소년을 돌보며 살아가는
프란치스 신부에게 은퇴를 권고하기 위해서 사제가 찾아오면서 시작됩니다. 고향인 그곳에
남게 해달라는 프란치스 신부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냉정하게 행동하던 그 사제는 그곳에서
하룻밤을 묶으며 우연히 읽게 된 프란치스 신부의 일기장을 보며 그의 감동적이며 거룩한
삶의 자취를 비로소 알게 됩니다.
19세기 스코틀랜드 어느 지방, 가톨릭 신자인 아버지와 개신교 신자인 어머니와 함께 단란한 가정을
이루며 살아가던 프란치스소년은 폭풍우가 심하던 날 사고로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됩니다. 친척에
의해서 키워지던 프란치스는 노라라는 친척을 사랑하지만 노라가 불행한 일을 당하여 사생아를
낳고 죽자 이모의 바램대로 신학교에 들어가 사제가 됩니다. 어느날 프란치스를 꽤 눈여겨 본
맥납주교는 그를 오지인 중국에 선교사로 보내게 되고 중국땅에서 프란치스 신부의 파란만장한
삶이 전개됩니다.
원작에서는 프란치스의 어린 시절과 노라와의 인연과 사랑 그리고 젊은 사제 시설에 벌어졌던
사건들에 대한 비중이 어느 정도 다루어지지만 영화에서는 중국에 가기 전까지의 내용들은
굉장히 짧게 압축이 되어 있습니다. 중국에 도착한 프란치스 신부는 그곳에 있다고 들은 수백명의
신자들이 모두 돈을 받기 위해서 몰려들었던 가짜신자라는 것을 알고 실망하지만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 힘든 여정을 걸어갑니다. 외롭게 선교를 하던 그에게 조셉이라는 진실한 중국인
젊은이가 찾아와서 유일한 봉사자의 역할을 합니다. 어느날 치아라는 이름의 중국인 부자이자
고위층의 독자가 병에 걸리게 되고 프란치스 신부에게 도움을 청하자 프란치스는 혼신을 다해
아이를 치료합니다. 기적적으로 아이가 완쾌되자 치아는 자신의 땅에 교회와 학교를 세워주고
치아의 도움으로 프란치스의 선교를 활발해지고 수녀들 까지 도착하게 됩니다.
머나먼 오지 중국땅에 선교하러 간 프란치스.
그러나 그를 기다리는 것은 돈 때문에 신앙인인척 하는
사기꾼 부부와 폐허같은 본당뿐이었다
원작에서 원장수녀와 프란치스 신부의 갈등과 오해, 그리고 신뢰회복과 긴 우정이 비중있게
펼쳐지는데 영화에서도 두 사람간의 관계를 통하여 프란치스 신부의 진실하고 헌신적인
신앙이 전해집니다. 부유한 귀족집안 출신의 마리아 수녀는 남루한 차림의 프란치스 신부를
처음에는 멸시하고 도도하게 행동하지만 그의 진실한 선교앞에 가식적으로 교만한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고 평생 프란치스 신부와 진실한 신앙적 우정을 함께 합니다.
원작에서 프란치스 신부의 친구이자 잘 나가는 또 하나의 신부를 비중있게 다루었는데 영화에서는
하나의 시퀸스만 할당하고 있습니다. 빈센트 프라이스가 연기한 앵거스 신부인데 등장씬을
짧지만 그가 보여준 행동과 언행을 통하여 소설에서 다루었던 그에 대한 비중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었던 캐릭터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다른 영화들에 비해서 훨씬 비대하고 기름져 보이는
느낌의 빈센트 프라이스는 거만하고 사교적이며 수완이 좋고 선교에 능숙한 앵거스 신부로
출연하여 프란치스 신부와는 아주 대조적인 인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시간 10분 조금 넘는 비교적 긴 영화지만 소설을 많이 압축한 이 영화는 프란치스 신부가
나이가 들어서 중국땅을 떠나게 되는 부분에서 많은 감동을 줍니다. 그의 충실한 봉사자였던
조셉과 프란치스 신부를 진심으로 존경하게 된 마리아 수녀와의 이별은 잔잔한 감동을 줍니다.
이 밖에도 영화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과 프란치스 신부와의 관계가 짧막하지만 깊이 있게
표현됩니다. 무신론자인 의사 친구 윌리와의 사심없는 우정, 중국인 부자 치아와의 종교를
떠난 신뢰와 우정, 신학교때부터 자신을 잘 돌봐준 맥납 주교와의 관계 등을 통하여 프란치스
신부가 말과 행동을 보여주는 감동적인 삶의 모습이 잘 표현되고 있습니다.
그레고리 펙은 선량한 외모와 근엄해보이는 표정으로 주인공인 프란치스 신부의 역할을 20대의
신인배우 답지 않게 잘 연기해냈습니다. 원작에서는 키가 작고 볼품없는 외모로 소개되고 있지만
키가 훤칠하고 잘 생긴 귀공자 외모의 그레고리 펙도 소박하고 헌신적인 삶을 보여준 신부의
모습에 어울렸고 거만한 앵거스 신부역의 빈센트 프라이스는 그의 영화중에서는 보기 드물게
비해하고 포동한 느낌을 주며 역시 개성있는 역할을 보여주었습니다. 젊은 프란치스 신부를 각별히
생각하던 맥납주교역에는 34번가의 기적에서 산타클로스 연기로 잘 알려진 에드먼드 그웬이
연기하였고, 도산 안창호 선생의 아들이기도 한 한국계 배우 필립 안이 출연하기도 합니다.
거만하면서 사교적이고 수완이 뛰어난 앵거스 신부. 앵거스는 프란치스 신부와
어릴적부터 친구였으며 매우 잘 나가는 사제로 주교까지 오르게 된다.
나이가 든 프란치스 신부가 중국을 떠날 때 많은 신자들이
진심으로 그에게 고마워하며 배웅을 한다.
1940년대에 쓰여진 이 원작은 70여년이 지난 지금, 스코틀랜드에서 멀리 떨어진 한국에서도 쉽게
공감하고 느낄 수 있는 종교계의 현실이자 숙제이기도 한 것을 제시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이 탄탄한 원작은 그레고리 펙 등 출연 배우들의 열연과 알프레드 뉴만의 음악, 그리고 감독으로도
이름을 떨친 조셉 L 맨키위츠와 누널리 존슨의 각색, 아카데미 촬영상을 세 번이나 수상하게 되는
아서 밀러의 촬영, 제작을 겸한 조셉 L 맨키위츠 등 쟁쟁한 스탭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레고리 펙의 남우주연상 후보를 비롯하여 총 4개 부분의 오스카상에 후보로 지명되었지만
수상을 하지 못했습니다.
40년대 흑백영화로서, 유명 배우의 출세작으로서, 쟁쟁한 스탭진이 참여한 대작으로서,
그리고 종교영화로서 역사에 남을 만한 가치있는 영화입니다.
ps1 : 재미있는 대사가 많이 나오는데, 전쟁중 병원을 만들어 병사를 치료하는 프란치스
신부에게 대위가 '내가 부상당하면 치료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군요'라고 말하니
'이것이 다 주님의 덕분입니다'라는 신부의 대답에 '이런 전시상황을 만든 것도 그럼
하느님 때문이군요'라고 대위가 말하자 의사친구인 윌리가 '다 종교의 차이때문입니다.
저놈은 하느님을 믿고 당신은 공자를 믿고 나는 무신론자이지요'라고 정리합니다.
ps2 : 그레고리 펙은 한참후인 1983년 바티칸의 철십자(The Scarlet and the Black)이라는
TV용 영화에서도 신부역을 연기하는데 그 영화에서는 '몬시뇰'직위로 승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