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토)
(백) 부활 제4주간 토요일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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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기도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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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kimhh1478] 쪽지 캡슐

2017-09-17 ㅣ No.90669

 

 

 

가을의 기도편지

그 푸른 하늘에 당신을 향해 쓰고 싶은 말들이 
오늘은 단풍잎으로 타버립니다 
밤새 산을 넘은 바람이 손짓을 하면 
나도 잘 익은 과일로 떨어지고 싶습니다 당신 손 안에 

호수에 하늘이 뜨면 흐르는 더운 피로 유서처럼 간절한 시를 씁니다 
당신의 크신 손이 우주에 불을 놓아 
타는 단풍잎 흰 무명옷의 슬픔들을 다림질하는 가을 
은총의 베틀 앞에 긴 밤을 밝히며 결 고운 사랑을 짜겠습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옛적부터 타던 사랑 
오늘은 빨갛게 익어 터질 듯한 감홍시 참 고마운 아픔이여 

이름 없이 떠난 이들의 이름 없는 꿈들이 
들국화로 피어난 가을 무덤가 흙의 향기에 취해 
가만히 눈을 감는 가을 
이름 없이 행복한 당신의 내가 가난하게 떨어져 누울 날은 언제입니까 
 
감사합니다,  당신이여 호수에 가득 하늘이 차듯 
가을엔 새파란 바람이고 싶음을 
휘파람 부는 바람이고 싶음을 감사합니다 

당신 한 분 뵈옵기 위해 수없는 이별을 고하며 걸어온 길 
가을은 언제나 이별을 가르치는 친구입니다 
이별의 창을 또 하나 열면 가까운 당신 

가을에 혼자서 바치는 낙엽빛 기도 
삶의 전부를 은총이게 하는 당신은 누구입니까 
나의 매일을 기쁨의 은방울로 쩔렁이는 당신 
당신을 꼭 만나고 싶습니다 

가을엔 들꽃이고 싶습니다. 
말로는 다 못할 사랑에 몸을 떠는 
꽃 빈 마음 가득히 하늘을 채워 
이웃과 나누면 기도가 되는 
숨어서도 웃음 잃지 않는 파란 들꽃이고 싶습니다 

유리처럼 잘 닦인 마음 밖엔 가진 게 없습니다 
이 가을엔 내가 당신을 위해 부서진 진주빛 눈물 
당신의 이름 하나 가슴에 꽂고 전부를 드리겠다 약속했습니다 
가까이 다가설수록 손잡기 어려운 이여 
나는 이제 당신 앞에 무엇을 해야 합니까 

이끼 낀 바위처럼 정답고 든든한 나의 사랑이여 
당신 이름이 묻어 오는 가을 기슭엔 
수 만 개의 흰 국화가 떨고 있습니다 
화려한 슬픔의 꽃술을 달고 하나의 꽃으로 내가 흔들립니다 
당신을 위하여 소리없이 소리없이 피었다 지고 싶은 

누구나 한번은 수의를 준비하는 가을입니다 
살아온 날을 고마와하며 떠날 채비에 눈을 씻는 계절 
모두에게 용서를 빌고 약속의 땅으로 뛰어가고 싶습니다

낙엽 타는 밤마다 죽음이 향기로운 가을 
당신을 위하여 연기로 피는 남은 생애 살펴 주십시오 
죽은 이들이 나에게 정다운 말을 건네는 
가을엔 당신께 편지를 쓰겠습니다 
살아남은 자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아직은 마지막이 아닌 편지를 쓰겠습니다 

깊은 밤,홀로 깨어 느끼는 배고픔과 목마름. 
방 안에 가득한 탱자 향기의 고독. 
가을은 나에게 청빈을 가르칩니다. 
대나무 처럼 비우고 비워 더 맑게 울리는 내 영혼의 기도 한 자락. 
가을은 나에게 순명을 가르칩니다

가을이 파놓은 고독이란 우물가에서 물울 긷습니다. 
두레박 없이도 그 맑은 물을 퍼 마시면 
비로소 내가 보입니다. 

지난 여름 내 욕심의 숲에 가려 아니 보였던 
당신 모습도 하나 가득 출렁여 오는 우물. 
날마다 새로이 나를 키우는 하늘 빛 
고독의 깊이를 나는 사랑합니다.
기도시 / 이해인
- html제작 김현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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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ichard Clayderman-가을의 속삭임  ♬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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