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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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울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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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민 [hollymop] 쪽지 캡슐

2000-12-31 ㅣ No.2298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

 

 

 

 

"형~~~ 하늘은 왜 파래?"

 

"응.. 그건 하느님이 세상을 사랑하셔서

파랗게 칠해 놓으셨기 때문이야"

 

"왜 파랗게 칠했는데?"

 

"파랑은 사랑의 색이기 때문이야.."

 

"그럼 바다도 그것 때문에 파란거야?"

 

"아니, 그건 하늘이 심심해 할까봐,

하느님께서 친구하라고 그렇게 하신거야.."

 

"색깔이 같으면 친구가 되는거야?"

 

"네가 영희랑 놀려면 같은 놀이를 해야지?"

 

"응.."

 

"그런 것처럼 같이 어울리는 친구는

서로의 색깔이 같은 거야..."

 

"우와~~~ 형은 정말 모든 걸 다 아네.."

"도대체 형은 그걸 어떻게 다 알아?"

 

"그건 형이 하느님과 친구이기 때문이지.."

 

"그럼 나도 하느님과 친구하면 모든 걸 다 알 수 있어?"

 

"그래.."

 

"이야~~ 나도 그럼 형처럼 천재가 되겠네~. 헤헤..."

 

 

우리 형은 천재다.

 

아빠 엄마도 모르는 걸 형은 다 알고 있다.

 

형은 늘, 형보다 많은 걸 아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형이 그러는 걸 보면 세상엔 정말 천재가 많은가 보다.

 

그치만 내 주변에 형보다 많은 걸 아는 사람은 없다.

 

우리 엄마 아빠는 물론이고,

 

우리 유치원 선생님도 형만큼 똑똑하진 않다.

 

그분들은 내가 물어보는 질문에

 

"글쎄... 넌 왜 이상한 것만 물어보고 그러니?"

 

라며 핀잔을 주기도 하니까...

 

아마도 그분들은 자기가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서 그런 것 같다.

 

그래... 자신들의 체면이 깎인단 얘길 했던 것 같다.

 

체면은 참 비싼 것인가 보다.

 

많은 사람들이 깎이지 않을려고 그러는 걸 보면...

 

참, 내일은 형한테 체면이 뭐냐고 물어봐야겠다.

헤헤...

 

 

 

 

우리 옆집엔 이쁜 영희가 산다.

 

영희는 장차 나의 신부가 될거다. 히히...

 

우린 이미 결혼하기로 약속했다.

 

근데 영희랑 어제 싸웠다.

 

씨이~~~

 

영희가 우리 형더러 바보라고 그랬다.

 

난 아니라고 했는데...

 

영희는 우리 형이 꼴찌를 했다면서 바보라고 그랬다.

 

꼴찌가 뭔지 몰라도, 좋은 게 아니란 건 틀림없다.

 

그런데... 우리 형이 꼴찌라고? 우리 형이 바보라고?

 

영희는 참 나쁘다.

 

다신 영희랑 안 놀거라고 하늘에 맹세했다.

 

근데... 어쩌지?

 

영희랑 안 놀면 영희는 내 신부가 될 수 없는데...

 

그래~ 형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물어봐야겠다.

 

 

 

 

 

"너 이걸 성적표라고 들고 왔니?"

 

"......"

 

엄마 목소리가 커진 걸 보니

형이 또 성적표라는 것을 갖고 왔나 보다.

 

난 성적표가 싫다.

 

엄만 그 이상한 종이 조각에

 

찍혀 나오는 숫자가 많다고 늘 뭐라고 그런다.

 

이상하다...

 

분명 클수록 좋은건데...

 

돈만 해도 100원 보다 1000원이 더 좋은데...

 

엄만 형이 알고 있는 그 많은 것들을 알려 하지도 않으면서

 

그 종이 조각만 보고 형을 혼내신다.

 

언젠가 엄마 몰래 형의 그 성적표란 걸 본 적이 있다.

 

`등수 : 53/54’

 

아하~~~

 

그러고 보니 형이 혼난 이유를 알 것 같다.

 

분명 54등을 놓쳤기 때문이다.

 

하긴 내가 봐도 아쉽다.

 

다음엔 형이 54등을 할 수 있도록 기도해야겠다.

 

 

 

형,꼴찌가 뭐야?

 

엄마에게 야단 맞은 형이 돌아오자

난 형을 보고 물었다.

 

"그건 가장 뒤에 있는 사람을 말하는 거야..."

 

"뒤?"

 

"그래... 앞이 아닌 뒤에서,

 

앞에 있는 모든 것을 바라볼 수 있는 자리..."

 

"그럼 꼴찌가 안 좋은 거야?"

 

"글쎄..."

 

어... 처음이다..

 

형이 `글쎄’ 라고 하는 건 처음이다...

 

햐~~~ 형도 모르는 게 있구나...

 

"많은 사람들이 안 좋다고는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애..."

 

"그럼?"

 

"어차피 누가 해도 해야 하는 거라면

 

내가 하는 것도 괜찮지 뭐..."

 

"왜 형이 하는데?"

 

"그건 다들 싫어하기 때문이지..."

 

형도 잘 모르는 거니깐

 

나도 잘 몰라도 된다고 생각한다.

 

참...

 

"참.. 형, 나 어제 영희랑 싸웠다."

 

"왜?"

 

"형보고 꼴찌라면서 바보래

 

그래서 내가 아니라 그랬지..."

 

"하하... 그래서?"

 

"다신 안 놀거라고 맹세 했는데..."

 

"그랬는데?"

 

"영희는 내 신부가 되기로 했는데 어떡허지?"

 

"신부가 되기로 한 약속이 먼저였으니까 맹세는 효력이 없어..."

 

"나도 사실 안 그러구 싶었는데...,

 

형보고 바보라고 그래서......"

 

"괜찮아... 하느님도 용서하실거야..

 

약속이 더 중요하잖아..."

 

"그치? 약속한 게 있으니까 지켜야겠지?"

 

"그럼..."

 

히히... 형이 괜찮다 그랬다...

 

그럼 정말 괜찮은 거다, 뭐...

 

하긴 정말 약속이 더 중요하니까.. 히히..

 

내일 아침 일찍 영희랑 또 소꼽놀이 해야지...

 

 

 

 

유치원에서 꼴찌가 뭔지 배웠다.

 

그러니까 그건 사람들 중에 가장 바보란 얘기였다.

 

으앙~~~~~~~~~~~

 

난 믿을 수가 없다.

 

우리 형은 바보가 아니다.

 

형은 아무도 모르는 걸 알고 있다...

 

형은 그리고 세상에서 제일 강하다...

 

난 형이 우는 걸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아니...

 

한번은 본 것 같다...

 

언젠가 밤에 혼자 기도하며 우는 걸 본 적이 있다.

 

 

 

 

"형, 왜 울어?"

 

"으응... 철수 아직 안 잤구나..."

 

"응, 근데 형은 왜 울어?"

 

"아니 그냥..."

 

"으앙~~~ 가르쳐 줘 형~~~"

 

"...... 형 친구 때문에..."

 

"형 친구가 왜?"

 

"형 친구가 집을 나갔는데 아직 연락이 없대...

 

그래서 걱정이 되서..."

 

"친한 친구야?"

 

"으응... 그래 친한 친구..."

 

"이름이 뭔데?"

 

"왜 민수라고... 너도 알잖아.."

 

"아랫동네 사는 그 키 큰 형?"

 

"그래..."

 

"형은 늘 그 형한테 맞고 그랬잖아..."

 

형은 더 이상 얘기하지 않았다.

 

그래 어쩌면 형은 바보인지도 모르겠다.

 

형을 괴롭히던 사람을 위해

 

눈물까지 흘려가며 기도하다니...

 

치... 나 같으면 절대 안 그런다.

 

그치만... 그래도 난 우리 형이 제일 좋다 뭐...

 

아니... 영희가 좀 더 좋은가?

 

히히~~~ 잘 모르겠다...

 

 

 

 

으앙~~~~~~~~~~

 

형이 병원에 누워 있댄다.

 

엄마가 방금 병원으로 가셨다.

 

`교통사고’ 라는 거라고 영희가 그랬다.

 

난 아빠가 와야 같이 가는데...

 

영희 말이 어쩌면 죽을지도 모른다고 그랬다.

 

죽는 게 뭘까?

 

형한테 물어 봐야겠다.

 

영희는 영영 사라지는 거라고 했지만 난 믿을 수가 없다...

 

하느님, 우리 형 데려가지 마요...

 

아빠가 올 때까지 울었던 것 같다...

 

 

 

 

사람들의 표정이 어둡다.

 

모두들 이상한 표정으로 우리 형을 쳐다본다.

 

정말 싫다... 너무 이상한 얼굴들을 하고 있다...

 

"철수야.."

 

형이 부른다... 날 부른다...

 

"형.. 죽는거야..?"

 

"그래.. 그런 것 같아.."

 

"형 죽지마.. 형 죽으면 싫어..."

 

"너.. 죽는 게 뭔지 알아?"

 

"......."

 

난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뭔데, 형?"

 

"그건... "

 

"사랑하는 사람 마음 속에 영원히 남는 거야..."

 

"영원히?"

 

"그래.. 영원히..."

 

"사랑은 뭔데, 그럼?"

 

"너 영희랑 함께 있으면 좋지?"

 

"응..."

 

"떨어져 있으면 같이 놀고 싶고 그러지?"

 

"응..."

 

"그런 걸 사랑이라 그러는 거야..."

 

"그럼 나도 형을 사랑하는 거네...?"

 

"그럼..."

 

"그러면 형은 이제 내 마음 속에 영원히 함께 하는 거네...?"

 

"그럼..."

 

"그러면 형은 이제 학교도 안 가고 나만 따라 다니는 거야?"

 

"그래... 널 영원히 지켜보는 거야..."

 

"그럼 영영 가는 거 아니지?"

 

"그래... 가서 하느님한테 인사만 하고 올께..."

 

"그럼 빨리 갔다 와..."

 

"그래 그럴게..."

 

 

 

한참을 지난 후에야 알았습니다.

 

내가 학교라는 데를 다니면서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

 

처음엔 모두 거짓말인 것 같았던 형의 말들이 모두 사실임을...

 

그리고 지금도 형이 나와 함께 한다는 사실을...

 

이건 영희한테 비밀이지만...

 

어쩌면 난...

 

형을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희보다도 더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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