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 (토)
(백) 부활 제7주간 토요일 이 제자가 이 일들을 기록한 사람이다. 그의 증언은 참되다.

‘정치 사건’ 국민참여재판이 인민재판化 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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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3-11-09 ㅣ No.713

국민참여재판 제도의 일각이 흔들리고 있다. 일부 정치성향 사건의 배심원 평결이 국민 일반의 상식적 판단과 간극을 빚으면서 재판의 독립을 침식시키는 사례가 잇따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재판부에 대한 유·무형의 압력과 위협, 피고인의 노골적인 재판 폄훼 등으로 자칫 ‘여론몰이 재판’ 심지어 ‘인민재판’식으로 흐르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전주지법 형사2부는 7일 시인 안도현 씨의 선거법 위반 사건 국민참여재판에서 7명 배심원의 전원일치 무죄 평결을 그대로 받아들이진 않고 일부 유죄로 심판해 벌금 100만 원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안 피고인은 지난해 12월 트위터에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 대해 17차례 허위사실을 올리고 비방한 혐의로 6월 13일 기소됐으나 지난달 28일 배심원단은 전부 무죄로 평결했다. 재판부는 “허위사실에 해당하지만 허위인 줄 알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그 부분은 무죄로, 비방 혐의는 ‘박 후보 낙선 목적’임을 인정해 유죄로 선고했다.

전북 지역의 대선 득표율은 문 후보 86.25%, 박 후보 13.22%로 가위 ‘싹쓸이’였다. 이런 정치 정서가 투과된 평결의 신뢰성부터 문제였지만, 재판부가 제대로 바로잡았다고 평가하기도 어렵다. 일부 유죄 판결로 평결을 배척하면서, 양형(量刑)단계에서 무죄 수위로 되돌려 법리 모순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1심 재판 과정에서 검찰과 법원 모두의 단견(短見)도 두드러진다. 우선, 검찰이 왜 형사소송법 제15조 ‘범죄 성질, 지방 민심 등 재판의 공평을 유지하기 어려운 염려’를 들어 재판 관할 이전을 신청하지 않았는지 아쉽다. 또 법원은 왜 국민참여재판법 제9조를 좇아 대상 사건으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점을 간과했는지 의문이다.

이런 단견이 얽히고설킨 결과는 지켜보기 민망하다. 선고가 연기되면서 재판부 가족에 대한 일부 네티즌의 ‘위해(危害) 위협’은 법치에 대한 야만의 도전이다. 안 피고인도 ‘재판 아니라, 법의 이름으로 부린 곡예’ 운운했다. ‘선고 유예’의 취지가 유죄 부분에 대한 반성과 자숙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안 피고인의 태도는 재판부의 ‘착각’을 보여주고도 남는다.

안도현 재판은 이렇듯 국민참여재판 제도가 인민재판화(化)로 빗나갈 수 있는 여지를 입증한 채 항소심을 앞두기에 이르렀다. 특히 선거·시위 범죄나 명예관련 사건 등은 국민참여재판 제도 자체의 원천 재설계 대상이어야 할 것이다. 앞서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감사에서 차한성 대법원 법원행정처장도 황교안 법무장관도 ‘국민참여재판 개선’을 언질했다. 지난달 11일 이래의 입법 예고로 각계 의견 수렴 중인 법무부의 개정법안에 제반 문제점과 개선 대안을 제대로 반영하기 바란다.

 

- 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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