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9일 (목)
(백) 부활 제6주간 목요일 너희가 근심하겠지만, 그러나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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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남긴 마지막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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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형 [largo7a] 쪽지 캡슐

2001-03-18 ㅣ No.3078

1987년 봄, 우리 내외와 아들과 딸 네 식구는  뉴욕의 "롱 아일랜드"에서 살고 있었다.

나는 그 당시 부산 해운대에 계셨던 어머니에게 안부 전화를 드렸다.

신호음이 서너 번 길게 울리고 나서야 어머니가 전화를 받으셨다.

 

"엄마! 저예요."

주무시다 일어나셔서 어머니는 목소리가 잠겨 있었다.

"그래, 잘 있었니? 애들도 모두 건강하니? 일전에 인편으로 보내 준 건 잘 받았다. 고맙다. 애들 공부시키고, 너도 생활하기가 힘들텐데....."

문안 전화를 드릴 때마다 어머니는 이국에서 생활하는 우리의 건강을 그 무엇보다 걱정하셨다. 어머니도 동경에 있는 귀족원 학원(현재는 귀족원 대학) 유학 시절, 외국생활의 어려움을 체험하셨기 때문에 항상 우리를 염려하고 계셨다.

그날은 여느 때와는 달리 일상생활에 대하여 여러 가지를 물어보셨다.

 

그리고 어머니는 전화를 끊기 직전 쉰 목소리로

"얘야! 너 성당에 잘 나가고 있니? 얘야!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이겠니 ?

하느님 믿고 살아야 한다, 응. 오직 하느님 의지하고 살아라, 알았지?"

"네, 알았어요, 엄마도 건강하세요!"

 그 날 엄마와의 전화 대화는 그것으로 끝났다.

그로부터 얼마 후 서울에 계신 이모 님으로부터 국제전화가 걸려왔다.

이모는 어머니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알려주었다.

밀양에서 동생의 선거일을 도우시다 심장마비를 일으켜, 큰 병원이 있는 부산으로 후송되시다 운명하셨다는 것이었다.

아직 돌아 가시기에는 이른 67세의 나이로 이승을 하직하셨다.

푸른 하늘에 흰 구름만 밀려와도 "예수 님 오시나 기다리셨던 엄마"

그 어머니는 그렇게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그날 당신 아들과 통화하며  "오직 하느님 의지하고 살아라," 하셨던 어머니의 말씀은 아들에게 남기신 어머니의 유언이  돼버렸다.

 

나는 지금도  "오직, 하느님 의지하고 살아라"라고 내게 말씀하신 어머니의 새벽녘 목쉰 음성을 아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 말씀을 마음속에 새겨두고, 꺼내 들을 때마다 어머니의 사랑을 절감한다.

 

말못할 산고를 겪고 이승의 생명을 주신 어머니!

내 마음속에 소중한 사랑의 씨앗을 뿌리셨던 어머니!

아들의 영원한 생명까지도 기원하셨던 어머니의 깊고 깊은 사랑!  

 

어머니가 내게 주셨던 그 말씀은 어머니가 남기신 어떤 유산보다도 내 마음을 풍요롭게 하고, 나의 믿음을 이끌어 주는 귀한 유산이 되고 있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이후  올해로 14번째로 맞이하는 봄이다.

 

어머니! 생전에 드리지 못했던 이 한마디 어머니에게 드립니다.

"엄마!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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