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0일 (금)
(백) 부활 제6주간 금요일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

따뜻한이야기 신앙생활과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 잊지못할 생일 선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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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동옥 [songdo] 쪽지 캡슐

2001-06-13 ㅣ No.3725

매일 메일(mail) 서비스/쉼 그리고 기쁨에서

[오늘의 복음]

"나는 없애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

(마태5,17-19)

 

[ 잊지못할 생일 선물 ]

재작년 음력 4월 27일이었다.

잔칫집에 일을 도와주러 가신 엄마가 저녁 늦도록 오시지 않아

나는 일찌감치 혼자 라면을 끓여 먹고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때 외출에서 돌아오신 엄마가

몹시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씀하셨다.

"정말 미안하다.

일찍 와서 미역국도 끓이고 찰밥도 하려고

했는데 일이 너무 많아서..."

찰밥? 미역국? 영문을 모르는 나는 어리둥절해 하다가

조금 뒤에야 그날이 내 생일임을 알았다.

그러나 생일을 잊었다고 미안해 하시는 엄마의 말에

나도 모르게 "내 생일 따위가 엄마 안중에 있기나 해"라는

 말이 불쑥 튀어나왔다.

한참 동안 말없이 서 계시던 엄마는

무엇인가를 조용히 내려놓고 방을 나가셨다.

편치 않는 마음으로 바닥에 놓인 물건을 슬쩍 보았다.

통닭 봉지가 눈에 들어왔다.

늦은 시간이라 동네 통닭가게는 이미 문을 닫았을텐데

어디까지 가서 사오셨는지

봉지엔 낯선 통닭집 이름이 쓰여 있었다.

다음날 아침이었다.

전날 일로 엄마에게 면목이 없어 다른 때보다 일찍 집을 나서는데,

등뒤에서 엄마가 나를 불러 세우시더니

흰봉투 하나를 쥐어 주셨다.

나는 밖으로 나와 봉투를 살짝 열어 보았다.

거기에는 작은 쪽지와 함께 이만원이 들어 있었다.

"엄마 참 밉다. 그치? 생일도 몰라주고...

이걸로 맛있는거 사 먹으렴.

엄마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일찍 들어 와라."

그날 나는 골목 한켠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오후에 엄마가 좋아하는 햄버거를 사 들고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집에 들어갔더니

엄마는 두 팔 크게 벌려 나를 안아 주셨다.

돌아오는 생일엔 나를 낳느라 고생하신

엄마에게 꼭 미역국을 끓여 드려야겠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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