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0일 (월)
(백) 교회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교육 주간)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문재인이 왜 문제인가?

인쇄

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3-10-14 ㅣ No.251

문재인이 왜 문제인가?

 

NLL 대화록 논란이 1년을 넘었다. 교통정리를 위해 그동안의 주요 변곡점들을 복기해 보자. 친노진영은 지난 대선에서 시치미를 뚝 뗐다. “NLL 자체를 논의한 적이 없다(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거나 “비밀 녹취록은 없다(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고 했다. 이 거짓말은 국정원의 녹취록 공개로 무너졌다. 당시 상황은 미묘했다. 국민의 절반이 녹취록 공개는 부적절하고, NLL 포기는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쯤에서 멈췄어야 했다. 친노진영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저자세는 부적절했다”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외면했다. 원칙적인 대북정책으로 박근혜정부의 지지도가 급상승하는 흐름도 무시했다.

 친노진영은 역공에 나섰다. 6월 30일 문재인 민주당 의원은 “국가기록원의 원본을 열람해야 한다. NLL 포기라면 정계은퇴하겠다”며 치고 나갔다. 민주당은 이를 강제당론으로 채택해 들러리를 섰다. 그러나 국가기록원에 대화록은 없었다. 갑자기 문 의원의 스텝이 꼬이기 시작했다. 그는 “대화록 유무로 문제의 본질(NLL 포기 논란)을 가려선 안 된다. 이 정도 했으면 NLL 논란은 끝내자”고 덮으려 했다. 하지만 버스는 이미 NLL 포기에서 사초(史草) 폐기 쪽으로 지나가 버렸다. 오죽하면 박지원 의원이 “그렇다면 시작을 안 했어야 했고, 이제 민주당과 국민은 어쩌란 말입니까”라고 원망했을까.

 문 의원은 지난 2일 검찰의 중간수사 발표 이후에도 헛발질을 이어갔다. 검찰 발표는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에 없다. e지원에 최종본이 있지만 초본은 삭제됐다’로 요약된다. 여기에 문 의원은 “결국 대화록은 있고, NLL 포기 발언은 없었다”는 자의적 해석을 붙였다. 왜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에 없는지가 궁금한데, 답변은 엉뚱했다. 이후 민주당의 비노(非盧) 진영은 “민생에 매진하겠다”며 돌아섰다. 대화록 문제는 친노진영이 알아서 하라는, 거리두기나 다름없다. 뒤늦게 문 의원은 “검찰은 나를 소환하라”며 감성에 기대고 있지만, 분위기는 시들하다.

 냉정하게 보면 NLL 대화록은 여권에 꽃놀이패다. 야당은 더 이상 공세를 취하기도 어렵다. 국정원은 “정상회담 음원 파일이 USB에 담겨 있다”며 으른다. 막장까지 가도 손해 볼 장사가 아니라는 자신감이 어른거린다. 이에 비해 친노진영은 방향을 종잡지 못하는 분위기다. 지난 1년은 진실을 파악하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그런데도 자꾸 자살골만 넣는다. 문 의원이 뭔가 착각하거나 내부 인사끼리 사실관계도 제대로 따져보지 않은 느낌이다. 친노진영은 툭하면 현 정부의 공안논리를 비난한다. 하지만 스스로 낡은 운동권 논리에 빠져 있는 게 아닌지 되짚어볼 일이다. 자기는 언제나 옳다고 최면을 걸고, 상대방은 항상 틀렸다고 몰아세우고….

 어쩌면 친노진영의 최대위기는 지금인지 모른다. 4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 자살로 친노진영은 기사회생했다. 이제 NLL 대화록으로 다시 시험대에 섰다. 문 의원의 정치적 리더십은 이미 적지 않게 훼손됐다. 민주당의 비노진영은 등을 돌리는 낌새고, 우리 사회 일각에선 “문 후보가 대선 때 당선됐더라면 어떻게 됐을까”라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문 의원은 스스로 무덤을 판 게 아닌지 돌아봤으면 한다. 이대로 가면 친노진영이 진짜 ‘폐족(廢族)’이 안 된다는 보장이 없다.

 우리 사회는 NLL 대화록 파문에 피로증을 보이고 있다. 문 의원과 민주당도 출구전략을 고민하는 눈치다. 그렇다면 솔직한 고백이 우선이다. “정상회담에서 NLL 문제에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면 국민에게 미안하다. 회의록 미(未)이관 문제는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법적인 문제가 있다면 책임지겠다”는 수준의 고백이 아쉽다. 여야가 손 잡고 “NLL을 사수하겠다”고 선언하면 더 좋은 그림이 될 터이고…. 지금 문 의원이 마주해야 할 상대는 새누리당이나 검찰이 아니라 국민이다. 국민이 원하는 쪽으로 가야 하는 게 정치인의 숙명이다.

- joongang.joins.com



49

추천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