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토)
(백) 부활 제4주간 토요일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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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륜은 하느님께서도 어찌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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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연 [fisherpeter] 쪽지 캡슐

2019-12-06 ㅣ No.134369

제 생애 제일 지독한 몸살을 지금 앓고 있습니다. 지난 주일 미사를 궐했습니다. 오늘까지 엿새 동안 집에만 있었습니다.


내일은 어떻게 정신을 차리고 일어설 생각입니다. 이런 일은 제 생애 처음입니다. 아프니 제일 많이 생각나는 분이 어머니였습니다. 어머니의 손길이 아쉬워서 그랬다기보다는 아플 때 해 주셨던 어머니의 손길이 무척 많이 생각났습니다. 지난 주 화요일이 어머니 두 번째 기일이었습니다.

 

오늘은 제 어머니 이야기를 말씀드리려고 하는 게 아닙니다. 이 땅의 모든 어머니에 대해 한번 생각해봤습니다. 지난주 어머니 기일에 저녁에 미사를 봉헌하고 큰형님 댁에 가서 어머니 제사를 지냈습니다. 저만 성당에 나오는 입장이지만 그래도 어머니를 부산에서 마침 병원에 수녀님이 상주하시고 계셔서 그나마 정신이 조금 또렷할 때 가족들 모르게 대세를 받았기에 어떻게 기적적으로 하느님께서 장례미사로 어머니를 하느님 품으로 보내드릴 수 있도록 은혜를 베풀어주셨습니다.

 

기일에 절을 올리면서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저희 형제들은 요즘 시대로 말하면 다 효자축에는 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막내인 제 입장에서는 생각이 좀 달랐습니다. 형님들을 원망하는 게 아니라 어머니에 대해 좀 더 잘 못해드린 게 가슴속에 송곳으로 찌르듯 아려왔습니다.

 

제 아무리 어머니께 최선을 다해 모셔 봉양을 하였다고는 하나, 언젠가는 한 번은 헤어져야 하는 게 자연의 섭리라는 것도 알고 있지만

제사상 위에 올려진 제물을 보니 마음속으로는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특히 제가 무릅을 꿇고 제주를 올릴 때는 더더욱 가슴으로 눈물을 흘렸습니다. 어머니의 부재하심 때문에 흘리는 눈물이 아니었습니다.

 

아무리 상위에 걸하게 제사상을 차려놓는다고 해도 어찌 어머니의 영혼이 오셔서 그걸 드실 수나 있겠는지요. 다 부질 없는 짓 같았습니다.

돌아가시고 걸하게 차려드리는 제사상보다 살아계셨을 때 손 한번 잡고, 맛있는 음식을 사드리는 게 더 큰 효이고 또한 말 한마디라도

정성어린 말로 어머니를 받들어 모시는 게 더 중요하지 돌아가신 후에 그렇게 해봐야 살아 있는 자식들 마음 편코자 제사를 지내는 거라고 저는 봅니다.

 

그건 이 세상 모든 자식들 모두 해당하지 않겠습니까? 물론 살아 계실 때도 잘 봉양하고 돌아가신 후에도 부모님의 영혼을 잘 기린다면야 그야 두말 할 필요도 없을 겁니다.


허나, 제 아무리 어떤 자식도 부모님 살아 생전에 부모님께 지극정성으로 효를 다했다고 하더라도 돌아가시고 나면 그래도 생전에 좀 더 잘 해드리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 것은 부모의 피와 살로 육신을 물려받았다면 당연히 그런 생각이 드는 게 인지상정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머니라는 존재는 열 달을 어머니 뱃속에서 어머니 골수에서 만들어진 그 피가 젖이 되어 자식에게 젖을 물려 어린 자식을 키워내십니다. 그렇게 부모는 자신의 피로 자식을 위해 아낌없이 주시는데 자식은 역으로 부모님께 생명과도 같은 피를 부모님께 드리느냐하면 그러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저야 지금은 양친이 다 안 계시만 지금 살아계신 부모님이 계신다면 살아계실 때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더 많이 해드리시는 게 진정한 효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떨 때는 길에서 지나가시는 연세 있는 아주머니들을 보게 되면 어머니 같아 보여 엄마라고 불러보고 싶은 적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정말 그리움이 사무칠 때는 아주머님, 십 분만 제 어머니가 되어주시면 안 될까요? 라는 말이 입에서 나올까 간질간질 한 적도 있었습니다.

 

이 세상에 아버지와 자식의 인연도 중요하지만 엄마라는 존재는 엄마 뱃속에서 열 달을 키워주셨으니 그 은혜는 정말 아무리 이 세상에서 그 어떤 보답을 해드린다고 해도 다 해드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엄마와 맺어진 인연은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인연입니다.


부모가 잘 났든 못 났든 부모는 부모입니다. 바로 그냥 맺어준 인연이 아니라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 그 사슬은 모르긴 몰라도 하늘나라까지도 가지 않을까 모르겠습니다.

 

하느님께서도 다른 건 몰라도 천륜만은 어찌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오늘 어떻게 어머니 생각에 이렇게 엄마라는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더 생각나게 하는 하루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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