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 (토)
(백) 부활 제7주간 토요일 이 제자가 이 일들을 기록한 사람이다. 그의 증언은 참되다.

정치 신부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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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정 [pis2580] 쪽지 캡슐

2013-11-08 ㅣ No.679

정치신부들은 교회를 떠나야 한다[伯山시론]

2013.09.17=대경일보

박영근<객원 대기자ㆍ한동대 특임교수>

 

필자는 천주교 신자다. 세례명은 ‘아브라함’, 입교한지 34년이 되었으며 나름대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으며, 입교시킨 신자만도 40명은 넘을 것이다. 평신도로써 ‘사목 부의장(현재 평신도 회장)’도 하였다. 나는 천주교 신자라는 사실에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필자가 오늘 이글을 쓰기까지는 엄청난 고민을 하였다.

과연 이 글을 쓰는 것이 온당한 처사인지 말이다.

 

그런데 요즘 사람 만나기 겁난다. 부끄럽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다. 왜냐하면 만나는 사람마다 “요즘 신부들 왜 그러십니까? 또 정치병이 재발한 한 것은 아닙니까? 함세웅 새끼들이 또 일어났던 군요!” 라고 묻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천주교는 암울한 시대, 만인의 사랑을 받던 정의의 등불이었다. 절대 권력 앞에서 감히 말 한마디 하기 어려웠던 그 시대. 인간에 대한 박해를 용납하지 않던 ‘정의구현사제단’의 투쟁은 하느님의 사도로서 직분을 다하여 왔다고 하여도 조금도 과장되지 않는 평가였다.

그러한 ‘정의구현사제단’이 우리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한 것은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였다. ‘로만 칼라’를 전리품인양 앞세우고 청와대를 들락날락 하더니 맛이 가기 시작하였다.

마치 ‘X이 고기 맛을 보면 XX에 벼룩이 남아나지 않는다’더니 그 고고한 기품은 어디로 가고, 권력자 앞에서 아부가 넘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부터 되살아나자 ‘부활하였다’고 측근들이 칭송하였다.

정의구현사제단을 대표하는 함세웅 신부는 한 술 더 떠서 “주님으로 우리의 예수님으로 모셔야겠다”고 망발을 하여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예수님은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주님이시다.”라는 신앙고백은 어디로 가고, 낯간지러운 아부로 얼굴을 붉게 만드는지 참으로 가소로운 작태였다. 여기에 또 한 사람의 로만칼라가 등장하였으니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이 되신 송기인 신부다. 일반 평복으로 취임하였으면 좋았겠는데 그도 가톨릭을 상징하는 ‘로만칼라’를 당당히 입고 노무현 밑에서 행세하였다.

 

종교가 거대해지고 오만해지면 그때부터 목소리가 커지고 일탈하게 마련인 것이 중세 가톨릭의 부패상이 증거하는 것이다.

 

그런데 기이한 현상은 김대중ㅎ노무현 정부 때는 잠잠하던 천주교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 국책사업에 대하여 사사건건 시비를 걸더니 박근혜 정부에서는 노골적으로 정치문제에 관여하기 시작하였다.

 

광주교구나 전주교구, 서울의 ‘정의’ 소속 사제들이 수녀들과 신자들을 데리고 나와서 민망하게도 길거리에서 시국미사를 드려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는데 난데없이 지난 8월에는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소속의 신부들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하였다.

그 내용이 참으로 웃기는 것이다. 민주당의 성명을 판박이 한 것이다. 지금 천막당사에서 하고 있는 목소리와 그렇게 같을 수가 있을까? 국정원의 불법 대선 개입 규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불법 공개,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등이다.

민주당 대변인이나 할 법한 성명을 사제들이 하였다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국정원 불법 대선 개입문제만 하더라도 일반 국민들은 뭐가 뭣인지 헷갈리고 있다. 국정원이 불법으로 대선 개입하였다 하는데 지금이 어느 세상인데 국정원이 지시한다 하여 따라갈 국민이 어디 있는가? 댓글 75개가 선거개입의 단서라 하는데 그 댓글 보고 박근혜 후보를 찍어줄 사람은 대한민국에는 없을 것이다. 이것은 국민을 깔보고 하는 수작이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불법 공개의 진상 규명을 하기 전에 먼저 하여야 할 것이 대화록 분실에 대한 규명과 책임 소재를 먼저 밝히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대화록’은 왕정시대의 사초다. 사초를 분실하였다면 참수형이다. 그런데 이 중대한 사초가 행방불명이 되어버린 큰 사건은 어디가고, 그 내용을 공개하였다고 국정원 개혁하자니 웃기는 일이다. ‘대화록’ 행방불명 사건을 먼저 규명하는 것이 순서다.

 

박 대통령에 대하여 대국민 사과를 하라 하는데 무엇을 사과하라는 것인지?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데 개가 들어도 웃을 일이다. 제발 사제복을 입고 청치인 흉내 내는 정치 사제들은 평신도들에게 ‘성찰’하라고 하지 말고 자신들을 향하여 깊은 성찰을 해야 할 것이다.

 

이 땅에 천주교가 전래 된지 2백50년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신자 수가 6백50만밖에 되지 않는다. 그 6백50만 명 중에 주일 미사에 참여하는 신자는 반도되지 않는다고 한다. 정치신부들 강론 때문에 교회를 떠나는 신자가 얼마나 되는지 아는가? 사제가 ‘냉담자’ 한 사람이라도 회두권면한 적이 있는가. 외국에서 고생하면서 하느님 종으로 온 정성을 다하는 선교사들에게 부끄럽지도 않은가?

예수님은 “사실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마태복음 5-46)고 말씀하셨다. 사제는 만인의 사제가 되어야 한다. 특정세력에 매달리는 볼품없는 사제가 안 되었으면 하는 것이 평신도들의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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