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8일 (수)
(백) 부활 제6주간 수요일 진리의 영께서 너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

어제 명동성당 앞에서 정리된 촛불집회 참석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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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은주 [sophiryu] 쪽지 캡슐

2008-07-11 ㅣ No.6214

어제는 종각에서 촛불집회가 있다는 소식에 퇴근 후, 바로 갔습니다.
종로방향으로 인도로 행진을 다함께 시작하였습니다.
여러 깃발들이 보였고 뒤에서 함께 구호를 외치며 걸으며 들었던 생각은...
'신호등이 나오면 우리 대열은 어떻게 될까?
이미 교통경찰의 비호가 사라지고
전투경찰의 삼엄한 압박과 봉쇄가 우리를 꼭꼭 몇 겹으로 싸매는 상황에서...
대열이 끊어지면 참가자가 나뉘어지면서 각각 봉쇄될텐데...'
그러던 중, 앞에서부터 급히 뛰더군요.
전경들도 모두 뛰고,, 인도로 올라와 뛰는 전경들도 있었습니다.
분명 앞에서 무슨 일이 터졌구나 싶은데
모두 말없이 일단 뛰는 분위기에 동참했지요.
뛰느라 죽는줄 알았습니다.. ㅠㅠ
앞의 깃발과 사람들이 인도에서 차도로 넘어와 행진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앞을 전경들이 치고 올라가며 강경진압을 하는 분위기였고
그렇게 우리는 을지로입구쪽으로 달렸습니다.
결국 그 앞에서 완전 새 됐습니다.
 
......
 
더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긴급한 상황이 계속 되면서 이렇게 선두에서 일을 저지른 사람들에게 화가 났습니다...
그렇다고 집으로 달랑 돌아갈 수 없었고,,
전경에게 두 번이나 잡혔는데 적당히 수를 써서 그 때마다 빠져나오곤 했습니다.
사실 무서웠고 겁이 났습니다..
전경은 가관도 아니었습니다. 이곳저곳을 철통 같이 원천봉쇄들어갔고,
결국 장소를 명동성당 앞으로 옮겨서 가자는 말을 듣고는
행진하다가 다친 어느 여성분을 도와 함께 그곳으로 갔습니다.
과연 명동성당쪽에서는 어떤 반응으로 나올지 궁금했습니다.
성당 앞 계단에는 젊은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서
"혹시 촛불집회예요?" 물었더니 위 아래로 훑어보며 상종하지 않겠다는 듯 비웃음을 저에게 날리면서
"우린 성가대예요. 촛불집회 몰라요. 아니예요. 우린 촛불도 안 들고 있잖아요. 보면 몰라요?"
이 싸가지 없는 X 같으니라구!!!
너 같은 나이는 나한테 조카다!!
우리 집회 동지들은 아무도 없어서 우리가 너무 늦었나보다 싶어 집으로 가야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런 차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고 집에도 가지 않고 이곳으로 또 꾸역꾸역 모인
희안한 인간들과 다시 촛불을 켜고 집회를 가졌습니다.
신부님들도 그냥 지나가셨고,
명동성당 관리인으로 보이는 분들도 이쪽으로 감히 오지 않더군요..
 
어제 우리는 그렇게 하루를 또 보냈습니다.
진짜 앞에서 뛰어서 뛰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요.. 정말 욕나왔습니다!! ㅋㅋ
위험한 상황 속에서 함께 있으며 많은 생각과 감정들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경찰 후송차가 들어오고, 구급차가 들어오고.... 검은 떼로 전경들이 여기저기를 겹겹이 막고,
우리는 박수로 연대하며 긴장과 절실함을 놓지 않았고,,,
결국 엠네스티 조사관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명동성당 앞에서 들었고...
연행자와 부상자 소식도 들었고...
성당 앞에서 공수받은 12일 촛불집회 포스터 한장을 곱게 접어 가방에 넣었습니다.
 
그렇게 어제 우리는 드디어 명동성당 앞에 촛불의 깃발을 세워서 힘차게 흔들었습니다...
제대로 명동성당에 입성한 것입니다.
과거 민주를 외치던 이들이 모든 공권력의 무력에서 보호받았던 성지 말입니다....
그리고 쿨하게 11시 30분이 넘으면서 자진해산하였습니다.
 
집에 와서 세수하고 발 씻었는데 곧장 잘 수 없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찬물에 밥 조금 말아먹고 출근하자 마자
스카치 테이프를 주머니에 넣고 바로 버스 정류장으로 가서 그 포스터를 붙이고 들어왔습니다.
지금은 제 책상 앞입니다.
 
휴!
오늘은 또 무슨 일이 있을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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