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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재판도 재판부가 中心을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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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3-11-08 ㅣ No.672

전주지법은 7일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받았던 시인 안도현씨에게 일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벌금 100만원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안씨는 작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가 도난당한 안중근 의사 유묵(遺墨)을 갖고 있다'는 글을 트위터에 17차례 올려 공직선거법의 허위 사실 공표죄와 후보자 비방죄로 기소됐다. 지난달 31일 배심원 7명은 허위 사실 공표죄와 후보자 비방죄 모두 무죄 평결을 내렸다. 이번에 재판부는 허위 사실 공표죄는 무죄, 후보자 비방죄는 유죄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선고유예는 판결받은 날로부터 2년이 지나면 판결 효력이 사라진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허위 사실 공표죄와 관련, "안씨는 박근혜 후보가 도난당한 유묵을 갖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를 제시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허위 사실을 공표했지만 허위라는 것을 몰랐던 것으로 보여 무죄"라고 했다. 그러나 후보자 비방죄에 대해선 "(문재인 후보 선거대책위원장이던) 안씨의 지위나 공표 시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박 후보를 낙선시킬 목적으로 비방한 것이지 대통령 후보 자격 검증이라는 공익 목적을 위해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유죄판결을 내렸다.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평결과 재판부 판단이 일치하는 비율은 전체 사건의 93%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재판부가 배심원 평결과 다른 판결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안도현 사건 재판부는 "배심원 의견은 최대한 존중해야 하지만 재판의 궁극적 주체와 최종적 책임자는 법관"이라며 "전원 일치 의견이라고 해도 배심원 의견은 법관의 직업적 양심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국민참여재판은 재판에 국민의 상식적 판단을 반영해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신뢰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도입했다. 그러나 최근 배심원들의 정치 성향이나 법정 분위기에 따라 여론 재판이나 감성(感性) 재판이 될 수 있다는 부작용이 드러났다. 안도현씨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에서도 재판부가 중심을 잡고 운영하면 그 제도의 원래 취지도 살리고 법원의 본래 역할도 다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 new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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