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1일 (토)
(백) 부활 제6주간 토요일 아버지께서는 너희를 사랑하신다. 너희가 나를 사랑하고 또 믿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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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물판매소에서 뿌린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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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선 [cskim74] 쪽지 캡슐

2000-12-19 ㅣ No.2233

 

  지난 6월 본사에서 3명의 감사단이 저희 해외지사를 방문하였습니다.  제가 이곳에 온지 2개월만의 일이었으니까 감사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습니다.  더구나 단장으로 오신분이 본사 근무시 교우들의 모임에서 만나뵌 적이 있었던 분이라 무척 반가웠습니다.  그분은 그 모임에서 ’작년 성탄절에 세례를 받았다’고 자기소개를 했던 기억이 떠올라 오시면 꼭 조그마한 성물이라도 하나 사드리려고 마음 먹고 있었습니다.  

 

  도착후 주일을 맞아 한인성당에서 미사참례를 함께 하고 성물판매소를 안내하였습니다.  가는 도중 차안에서 기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기도는 하느님과의 대화이고, 발전소에서 전기를 공급받는 전선에 비유할 수 있으며, 특히 묵주기도와 관련 19세기 이탈리아 나폴리의 한 소녀가 성모님께 청원과 감사의 9일기도를 바치고 일어난 기적 이야기며, 성모님의 영성을 본받아 장미 꽃송이들이 신영성체와 함께 우리의 신앙을 키우고 하느님의 은총을 얻는 로사리오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마더 데레사 수녀님께서 "무슨 일이나 기도로서 시작하라."고 하신 말씀도 들려주었습니다.

 

  성물판매소에서 제가 "묵주를 선물로 사드리고 싶으니 마음에 드시는 것을 고르시라"고 제안하니 그분은 사양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형제님께 드리는 이 작은 정성은 곧 주님께 베푸는 것이며 저는 그 이상으로 은총을 되돌려 받게 됩니다."라고 말하면서 적극 권유했습니다.  결국 저의 청을 받아들여 고르게 되었는데, 쉽사리 선택하기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고 평생 사용할 수 있는 단단한 진초록색의 묵주를 추천하자, "좋기는 하지만 너무 비싸군요."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마음에 드는데요."라고 말하고 그것을 골랐습니다.

 

  계산을 하려는데 그분은 아내에게 선물할 것이니 자기가 지불하겠다고 또 우기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미 말씀드렸듯이 저의 정성을 받아들이시고 부담이 되시면 저를 위해 기도해주십시오."라고 말했습니다.  곱게 나이드신 한 자매님 앞으로가서  계산을 하면서 "이 묵주 저도 하나 갖고싶으니 하나 더 구해주시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연락처를 남겼습니다. 사실 저는 초록색을 좋아하고 그동안 나무로 만든 묵주로 기도해왔는데 평생 사용할 로사리오를 장만하고 싶었습니다.

 

  약 보름정도 지나서 귀국한 형제에게서 "저에게 골라주신 귀중한 선물은 집사람이 참 좋아하고, 곧 신부님의 축성을 받았으며 앞으로 기도 드리겠다."는 사연과 함께 "가시고기"를 포함한 3권의 베스트셀러를 보내면서 "혹 필요한 것이 있으시면 주저하지 마시고 말씀해주시면 기쁘고 보람되겠다."는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그후 며칠이 또 지나서 성물판매소로부터 새 묵주가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퇴근길에 찾아갔을때 "이 묵주는 대금이 지불되었으니 영수증에 서명이나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너무나 감격스러워 영문을 물으니 지난번 성물판매소에서 있었던 이야기가 자매님을 통해서 한 모임에 전해졌고 한국을 참좋아하는 어느 사제께서 대금을 지불하셨다는 사실만 전해 들었습니다.

 

  나는 그자리에서 성호경을 그으며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겨자씨 한알이 어떤 씨앗보다 작지만 심어놓으면 푸성귀보다 더 크게 자라난다는 예수님의 겨자씨 비유의 말씀과 좋은 땅에 떨어진 씨는 삼십배, 육십배, 백배의 열매를 맺는다는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의 말씀을 묵주선물을 통해서 새롭게 체험하였습니다. 은총의 하느님 참 감사합니다.

JT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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