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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유신으로 부활한 國監의 逆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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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3-11-08 ㅣ No.668

말도 탈도 다 많은 국정감사(國政監査)…. 그 국감이 실은 1970년대 유신(維新) 정권에 순응했던 거의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그런 한 시대가 마저 저물자 다들 갑작스러이 또 호들갑스러이 치켜든 ‘반(反) 유신’ 기치에 스스로도 휘둘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부활시킨 제도였다.

국회(의원) 말고는 질색·질책하는 올해 국감도 저물고 있다. ‘정쟁(政爭)만 있고 민생(民生) 없는 국감’(‘국정감사 NGO모니터단’)은 그나마 점잖은 지적에 속한다.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국감 개막일인 지난달 14일에 ‘역대 최악의 기업 감사’로 미리 재단했었다. 왜 기업인 196명을 불러 인욕(忍辱)을 강요하느냐는 질정(叱正)이었다. 기업인을 줄줄이 증인으로 부른 의원들이 새겨들을 리 만무하지만 ‘국, 감’ 두 음절도 그 새 관심권 저 밖으로 멀어진다.

상시(常時)국감론도 그 엇비슷한 논의도 한시절의 유행가 그 후렴처럼 들린다. 해마다 듣던 그 가락 그대로다.

국감 개선론에 앞서 분명히 짚어야 할 게 있다, 헌법의 국조+국감 양수겸장, 그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역설(逆說)이 그것이다.

국감은 물론 헌정사에 유서깊은 국회 권한이다, 제헌헌법 제43조 이래 전승(傳承)의 보검(寶劍)이다 - ‘국회는 국정을 감사하기 위하여 필요한 서류를 제출케 하며 증인의 출석과 증언 또는 의견의 진술을 요구할 수 있다.’

아스라이 그 시절 그 조문을 현행 헌법 제61조와 대조하면 ‘특정한 국정사안에 대한 조사’, 곧 국정조사(國政調査)가 다르다 - ‘국회는 국정을 감사하거나 특정한 국정사안에 대하여 조사할 수 있으며, 이에 필요한 서류의 제출 또는 증인의 출석과 증언이나 의견의 진술을 요구할 수 있다.’ 이렇듯 ‘국감→국감·국조’로 확대되기까지 그 뒤안길은 그 얼마나 뒤숭숭했던가.

제헌헌법 국감 규정은 이후 1962년 개정 헌법 제57조까지 유지됐더랬다. 그러나 1972년 유신헌법은 ‘국회’를 ‘대통령, 정부’의 뒤로 돌리고 국감 조항은 아예 들어내 반(半)의회 지향 내지 반(反)의회 본색을 함께 드러냈었다. 1980년 전두환 5공 헌법도 오십보백보였다. 그때의 권력들도 헌법 명문의 국감을 삭제한 게 무안했던지 유신정권은 국회법에 국조권을 들여앉혔고, 5공은 그 국회법 국조를 헌법 제97조로 승격시켰다.

유신도 5공도 도도한 역사에 밀려 흘러갔다. 현행 헌법은 유신과 5공의 잔재를 한꺼번에 지웠다, 그야말로 일소(一掃)였다. 유신 잔재를 일소하면서 유신헌법이 없앤 국감을 되살려내고 그러는 게 곧 정의(正義)인 줄로만 여겼다. 5공이 헌법으로 승격시킨 국조권도 그대로 남겼다. 국회가 감미로운 그 권한을 마다할 리 만무했다. 이것이 전세계 헌법례에 유례 드물게, 국조에 더해 국감 있게 된 굽이굽이 사연이다.

이제와 누가 새삼스러이 나서 “글로벌 상식을 좇아 국조는 남겨놓고 국감은 없애자”고 한다면 필자는 장담한다, 말귀 다 알아들을 의원들이 “그건 개헌론… 개헌론이라면 ‘4년 대통령 중임제’처럼 더 급한 게 있지 않느냐”며 초점과 관심을 함께 흐릴 것이라고.

국회의 ‘국감 한 입, 두 말’을 들어봐도 그렇다. 현행 국정감사·조사법 제2조 제1항은 국감 일정에 대해 ‘정기국회 집회일 이전 30일 이내’를 원칙으로 받들고 있다. 제18대 국회가 지난해 3월 12일 종전의 ‘9월 10일부터 20일 간’에서 그렇게 바꿔 제19대 국회 임기 개시일부터 그 원칙을 따르기로 하면서 별의별 생색 다 냈었다. 국감을 미리 실시해 정기국회에서 예산안과 법률안 등 중요 안건을 더 차분히 심사하기로 했단다…, 거참. 그러더니 지난 4월 11일 그 원칙 말고 거기 그곳 단서를 뒤져 정기국회 때 함께하기로 되돌려 굳혔다. 바뀐 것 없다, 그냥 그대로다.

그렇다고 어느 누구도 제대로 못지킬 법 왜 매만져 고쳤으며, 고치나마나이면서 왜 미안타 말도 안하느냐고 닦아세우지도 않는다.

국감과 국조, 그 두 칼 지니지 않아도 ‘하늘 아래 둘도 없는 국회’ 아니던가, 뭘 더 묻고말고 할 것인가. 의원들이 국감과 증인채택 권한을 십분 활용해 유수 기업에 대해 편법 후원을 요구하거나, 책같잖은 저서의 대량 구입을 강청하는 범죄행각도 서슴잖는다는 ‘상식’도 그렇다. 굳이 더 묻고말고 할 것 아니다, 역시.

- .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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