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금)
(백) 부활 제4주간 금요일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성 치릴로 수도자와 성 메토디오 주교 기념일

스크랩 인쇄

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7-02-14 ㅣ No.110079

지난 24일에 가정선교회에서 주관하는 모임에 함께 했습니다. 고백성사를 드리고, 미사 중에 강의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미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자매님들이 제게 인사를 하였습니다. 주보를 보셨는지, 제가 미사를 한다는 것을 아셨다고 합니다. 한분은 제주도에서 오셨다고 하셨고, 다른 분은 강남에서 오셨다고 하셨습니다. 아마도 제가 쓰는 글을 읽으시는 분 같았습니다. 저를 직접 보고 싶어서 오셨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부족하지만 좀 더 겸손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25일에는 제가 담당하는 복음화학교의 기도회 미사가 있었습니다. 명동 성당 지하광장의 1898 갤러리에서 제가 아는 분께서 하늘 옷이라는 주제로 제의 전시회를 하였습니다. 저는 공지사항 시간에 한번 가서 보시면 좋겠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미사를 마치고, 전시회를 가보니 많은 분들이 오셨습니다. 제가 안내를 했기 때문에 오셨다고 합니다. 제의를 보고 기뻐하는 분들을 보니 저도 기뻤습니다. 많은 분들이 작품을 감상하러 오니, 작가분도 기분이 좋으신 것 같았습니다.

 

마중물을 ‘Welcoming Water'라고 번역한 적이 있습니다. 어릴 때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한 바가지의 물을 펌프에 넣고 펌프를 움직이면 신기하게도 땅 속에서 엄청난 양의 물이 올라오는 것이었습니다. 외국 사람들에게 그때의 경험을 설명하고 싶었고, 한 바가지의 물은 땅 속의 많은 물을 환영하는 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주변을 보면 마중물이 되는 분들이 있습니다. 30년 동안 가난한 이들을 무료로 치료해주는 요셉의원과 봉사자들이 있습니다. 얻어먹을 힘만 있어도 하느님의 은총이라며 소외된 이들, 아픈 이들, 가난한 이들의 따뜻한 위로가 되어주는 꽃동네와 봉사자들이 있습니다. 세상은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는 사제로 살아가고 있기에 자연과학, 경제, 역사, 문학, 예술의 전문분야는 잘 모릅니다. 그래서 그 분야의 지식은 책을 통해서, 전문가들의 말을 통해서 배우고 있습니다. 아직도 과학은 생명의 기원, 유전적인 진화, 우주의 역사에 대해서 충분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학은 다른 학문과 배치되는 것은 아닙니다. 신학은 이 세상 모든 것의 원인을 찾으려하고 있으며, 우리의 유한함을 인정하고 우리를 창조하신 분을 생각합니다.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 가치 있는 삶, 더불어 살아가는 기쁨을 이야기 합니다. 무한한 우주에 작은 모래알보다 작은 인간이 왜 위대한지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오늘 창세기에 나오는 노아의 홍수이야기는 과학의 눈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습니다. 그러나 신학의 눈으로, 믿음의 눈으로 보면 설명하기가 쉽습니다. 연과 연줄을 생각합니다. 연은 연줄이 없으면 더 높이 자유롭게 날 수 있을 것 같지만 연줄이 끊어진 연은 곧 땅으로 떨어지고 맙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노아의 홍수는 그 구체적인 과학적인 사실을 찾으려하기 보다는 우리와 하느님의 관계를 바라보는 것이 신학적으로 유익할 것입니다. 우리가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를 맺으면 우리는 세상에 살면서도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하느님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산다면 우리는 또 다른 방주를 찾아갈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이 세상은 하느님께서 만들어주신 아름다운 방주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과 함께 하지 않는 곳은 그곳이 아무리 아름답고, 좋은 곳일지라도 이미 방주는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를 맺는 삶을 사셨습니다. 하느님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삶을 사셨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과 같은 분이 되셨습니다. 놀라운 표징과 기적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를 맺는다면 지금 이 순간순간들이 모두 놀라운 표징이고, 기적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1,966 1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