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2일 (일)
(백) 주님 승천 대축일(홍보 주일) 예수님께서는 승천하시어 하느님 오른쪽에 앉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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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느끼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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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탁 [daegun011] 쪽지 캡슐

2001-04-14 ㅣ No.3283

        행복을 느끼는 길

 

내가 아는 어른 한 분이 수술을 받고 오랫동안

입원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는 몇 번이나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기적적으로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다.

 

두 달만에 겨우 걸어다닐 수 있게 되었는데

그때의 감격을 이렇게 말했다.

“어느 날 저는 병원 옥상으로 간신히 올라가

보았습니다.

가을 하늘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었습니다.

이제껏 보아온 하늘이었지만

그렇게 아름답게 느껴진 적은

여태까지 없었습니다.

그 하늘이 너무 고마워

눈물을 펑펑 쏟았습니다.”

 

우리도 살아가면서 이와 비슷한 체험을

한두 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무언가를 잃었을 때

그 가치를 새롭게 깨닫는다.

건강을 잃게 되면 건강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이 갑자기 떠나갔을 때

그가 남긴 빈자리를 보면서

비로소 그의 존재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왜 우리네 인생의 깨달음은 항상 한 발짝씩

늦을까.

 

사실 내 주변의 모든 것은 당연한 것도,

저절로 주어진 것도 아니다.

모든 것은 다 이유와 목적이 있으리라.

다만 내가 그 의미를 깊이 느끼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 이유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눈을 뜨고 보면

내 주변의 모든 것은 감사할 일뿐이다.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고 살 때

세상은 얼마나 더 아름답고 행복할까.

 

한 사람의 행복과 불행은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사람의 행복과 불행은 어느 한순간

갑자기 바뀌는 경우를 자주 체험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기쁨 속에 살게 되면

과거의 슬픔을 잊기 쉽고,

아픔 속에 살 때는 과거의 기쁨을 잊기 쉽다.

 

우리는 기쁠 때도 자만하지 말고,

슬플 때도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다른 이들이 볼 때 초라하고 비참하더라도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고

가치 있게 사는 사람들,

그들이야말로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주 오래 전,

성당에서 사목을 할 때 그런 여성을

만난 적이 있다.

 

그녀는 태어나면서부터 뇌성마비 환자였다.

말도 잘 할 수 없었고 혼자의 힘으로는

조금도 움직일 수 없는 몸이었다.

 

신부와 교우들의 방문이 그녀에겐 가장 큰

위로였다.

하루는 그녀가 아주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다.

 

“신부님, 저는 제 인생이 너무 보잘것없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런 쓸모도 없고 주위 사람들에게

폐만 끼치는 제 자신이 몹시 원망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자살을 하려고 여러 번 시도를 했습니다.

얼마 전에도 전화선에 목을 감고 죽으려고

했습니다.

제가 천주교 교우가 아니었다면 벌써 죽었을

것입니다.

저는 늘 하느님과 부모에게 원망스러운 마음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하느님은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쓸모 있게

창조하셨다는데….

저를 어디에 쓰려고 만드셨는지 묻는 것이

제 기도의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기도 중에 하느님께서

이런 깨달음을 주셨습니다.

‘저는 제가 받는 이 고통을 통해서

세상에 봉사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것이 제 존재이유이고 행복입니다.’”

 

나는 지금까지 그 같은 인생의 심오한 깨달음의

소리를 들은 적이 없었고,

그후 그녀는 자신처럼 고통받는 장애인을 위해

봉사하게 되었다.

장애인으로 구성된 작은 공동체 안에서

소외받고 고통받는 이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기 위해 자신의 삶을 바쳤다.

 

몇 년이 흐른 뒤 그녀는 서울시장으로부터

모범상을 받기도 했다.

그녀는 지금도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봉사에

자신의 삶을 불태우고 있을 것이다.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자기 자신이다.

사실 자기 자신과 바꿀 수 있는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더 큰 삶의 가치는

내 자신이 타인에게 도움을 줄 때다.

그래서 사랑은 사람에게 가장 큰 행복과

기쁨을 선사한다.

 

자신을 나누는 사랑의 삶으로 사람은

다른 사람과 일치하게 되고

선하신 하느님을 닮게 된다.

 

우리도 눈을 뜨고 우리 주변을 바라보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자신의 삶을 바쳐

어두운 세상에 빛을 비추고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오늘은 한번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자.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나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나의 삶은 정말 행복한 것일까.’

 

-허영업,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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