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월)
(백)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동정 학자 기념일 아버지께서 보내실 보호자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주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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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타종교를 통해 우리 믿음을 성찰할 수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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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 [silver0824] 쪽지 캡슐

2014-03-31 ㅣ No.88230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014년 가해 사순 제4주간 화요일


< 그 사람은 곧 건강하게 되었다. >


  
복음: 요한 5,1-16





십자가의 길


ANDREA DA FIRENZE 작, (1365-1368)
 


     < 타종교를 통해 우리 믿음을 성찰할 수 있어야 >

 

 지난 봄, 우리 가족은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우물이 있고 풋대추가 대롱대롱 달려 있는 대추나무가 서 있는 그런 집으로 말입니다. 셋방을 전전하던 끝에 처음으로 장만한 내 집이라서 우리 집 식구들은 모두 들떠 있었습니다.

말썽꾸러기 아들 딸 때문에 언제나 주인아주머니의 잔소리를 귀에 달고 살아야 했던 엄마가 누구보다도 좋아했습니다. 이삿짐을 풀자마자 내게 주어진 일은 담장 가득한 낙서를 지우는 일이었습니다.

서툰 글씨, 어딘지 모를 주소, 약도....

나는 깊고 아득한 우물에서 물을 퍼 올려 낙서를 말끔히 지웠습니다.

, 다 지웠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비비고 나와 보니 내가 애써 지운 글씨들이 모두 되살아나 있었던 것입니다.

? 이상하다. 도깨비가 왔다 갔나? 아니면 달빛에 글씨가 살아나는 요술담장인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나는 영문을 알지 못한 채 다시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올려 낙서를 다 지우고 엄마한테 검사까지 받았습니다.

깨끗하게 잘 지웠네... 우리 착한 딸.”

엄마는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칭찬해 주셨습니다. 그러나 이상한 일은 다음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일어났습니다. 누군가 어제와 똑같은 낙서를 가득 해 놓은 것입니다.

대체 누가 이런 짓을....”

나는 낙서를 지우면서 누군지 잡히기만 하면 혼을 내 주리라 마음먹고 저녁 내내 망을 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저녁, 두 소년의 그림자가 담장에 어른거렸습니다. 범임이 분명했습니다.

! 아빠가 하늘나라에서 이거 보고 이사 간 집 찾아올 거라고 그랬지?”

물론이지, 아빠는 집배원이었으니까 금방 찾아오실 거야.”

형제는 하늘나라로 간 아버지가 이사 간 집을 찾아오지 못할까 봐 담장 가득 약도를 그리고 또 그렸던 것입니다. 나는 그날 이후 낙서를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아직도 우리 집 담장엔 그 삐뚤빼뚤한 낙서가 선명하게 살아 있습니다.

[TV 동화 행복한 세상 1, 지워지지 않는 낙서]

 

매번 지워지는 담장 위에 또 매번 자신들이 이사 간 집 약도를 그리는 아이들에게 아버지는 죽은 사람이 아닙니다. 아버지는 죽었더라도 그들 마음 안엔 여전히 살아계신 분인 것입니다. 이 살아있다는 믿음이 없다면 어떻게 아버지가 다시 자신들을 찾아올 수 있다는 희망을 간직할 수 있겠습니까?

 

오늘 예수님은 38년이나 자신의 병이 고쳐지기를 기원하며 매일 연못에 나와 있었던 병자는 38년을 지치지 않고 희망한 사람입니다. 38년이란 숫자는 그 당시 평균수명이 매우 짧았음을 가만하면 평생 기다렸다는 말과 같습니다. 사실 38년 동안 자신에게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포기할 법도 한데, 이 병자는 언젠가는 꼭 자신의 몸이 고쳐지리라는 희망이 있었습니다. 이 희망의 바탕은 믿음인 것입니다.

그러나 믿음의 대상이 잘못되었습니다. 자신 바로 옆에 하느님의 아드님이 계신데도 천사가 연못 위로 내려오기만을 희망하는 것입니다. 메시아가 세상에 왔는지조차 몰라서 무엇을 믿어야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다시 말하면 그리스도는 모르지만 구원받기 위해 다른 종교를 선택한 이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상이 틀렸지만 믿음도 있고 희망도 있는 사람들인 것입니다. 하느님은 이런 사람들의 믿음을 저버리실 분이 아닙니다.

 

다른 종교를 믿는 이들 중에도 가톨릭 신자들보다 더 선하고 좋은 일을 많이 하는 착한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는 이슬람 신자들도 만나보았지만 진정 순박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 모두 이름은 다르지만 어떤 절대자를 희망하며 그 보편적 가르침인 사랑을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났다고 하여 하느님이 안 계신 것은 아닌가?’라며 절망하고 포기하는 믿음을 지니고 있고, 쉽게 그분께 대한 우리 희망을 접는다면, 그들보다도 약한 믿음을 지녔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이 세우신 종교가 가톨릭교회입니다. 더 많은 것을 받았다면 더 완전하게 믿고 희망하고 사랑하는 우리들이 되어야 할 책임도 있는 것입니다. 우리도 평생 동안 응답을 주시지 않았어도 끝까지 희망했던 베짜타 연못의 병자의 믿음을 본받아야겠습니다.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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