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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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구두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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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정 [up9080] 쪽지 캡슐

2006-02-18 ㅣ No.164

"에너지 구두쇠 일본을 배우자"

 

겹겹이 옷 껴입고 근무, 신호 대기 땐 시동 끄고 … '절약 예술의 경지'
WP 등 "미국은 석유 중독 벗어야"
 
17일 일본 도쿄 도심에 있는 주오(中央)구 쓰키시마(月島) 출장소. 민원인을 맞는 직원들의 옷차림이 독특하다. 정장 대신 와이셔츠 위에 포근한 스웨터를 입은 직원도 있고 아예 점퍼를 겹쳐 입은 사람도 있다. 옷을 따뜻하게 입어 난방 에너지를 아끼자며 올 겨울부터 일본 관공서들이 시행 중인 '웜비즈(warm-biz)'운동의 현장이다. 주오구는 관내 공공건물의 난방 온도를 19도로 맞췄다.

도쿠시마(德島)현의 가미이타초(上板町)는 공공건물 실내 온도를 더 낮춰 17도로 설정했다. 원래 올겨울 내내 난방기를 끄고 지낼 예정이었지만 수십 년 만의 이상 한파 때문에 지난달부터 약하게 가동하고 있다. 이와세 다카오(岩賴高男) 총무과장은 "자원 낭비를 막자는 취지"라며 "집에서도 난방 스위치를 끄고 산다"고 말했다. 웜비즈 운동은 지난 여름 넥타이를 매지 말고 반소매 셔츠 차림으로 근무해 냉방 에너지를 아끼자며 환경성이 벌였던 '쿨비즈'의 연장이다.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7000만㎾h의 전력(도쿄 전력 집계)을 절감했다. 25만 인구 도시가 한 달간 쓸 수 있는 에너지다.

규슈(九州)의 나가사키(長崎)현에서 시내.시외버스 500여 대를 운영 중인 나가사키 버스의 운전사들은 연료를 아끼려고 신호 대기 중 반드시 시동을 끈다. 일본은 에너지 자급률이 4%에 불과해 이처럼 에너지 절약에 관심이 크다. 가솔린 엔진과 전기 엔진을 함께 장착해 연비를 월등히 높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개발에 가장 앞선 나라도 일본이다.

이러한 '에너지 구두쇠' 일본에 세계 에너지의 25%를 사용하는 미국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WP)와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AWSJ)은 17일 "일본인들의 절약 습관은 에너지에서 더욱 유별나 예술의 경지에 올랐다"며 에너지 절약 실태를 자세히 보도했다. WP는 "일본에선 가전 제품도 '에너지 절약형'이란 인증마크가 붙지 않으면 잘 팔리기 힘들다"고 전했다. 신문들은 "미국은 석유 중독에 빠져 에너지 소비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일본은 경제 회복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소비 증가를 억제하고 있다"며 미국인들에게 에너지 절약을 촉구했다.

한편 산업자원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11위지만 석유소비량은 세계 7위로 경제 규모보다 에너지 소비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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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끼근무 '웜비즈 운동' 확산

 

난방비 줄이고 건강에도 도움 … 동참 기업 늘어

 

10일 오전 서울 소공동 프라자호텔 인력팀 사무실에선 50여 명의 남녀 직원이 모두 조끼나 카디건 등을 입고 근무하고 있었다. 사무실 온도가 20도 이하여서 썰렁하기 때문이다. 이 호텔은 사무실뿐 아니라 객실과 연회장도 손님이 없으면 온도를 20도 이하로 낮춘다. 이는 이 호텔이 실내 온도를 20도 선으로 유지하는 '웜비즈(warm biz)운동'을 벌이면서 생긴 모습이다. 직원들 반응은 의외로 좋은 편이다. 이 회사의 이상하 인력팀장은 "지난달 말부터 조끼를 회사에 갖다 놓고 입고 있는데 별로 불편하지 않다"며 "실내가 시원해 별로 졸리지 않아 오히려 좋다"고 말했다.

프라자호텔 김영진 시설팀장은 "겨울철 실내 온도를 1도 내릴 때마다 연간 3600만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며 "올 겨울은 웜비즈운동으로 난방 비용을 10% 정도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호텔처럼 웜비즈운동에 동참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인천공항공사.무역협회 등 공사나 단체 등이 앞장서고 있는 가운데 최근엔 포스코.대한항공.KT.㈜SK 등 사기업도 속속 참여하고 있다. 또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지난달 말 기업들에 웜비즈 참여 방법을 알리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전경련 측은 "현재 웜비즈의 구체적인 방법을 묻는 기업들의 문의가 많아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는 다음달부터는 참여 업체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웜비즈운동이 퍼지며 사무실에서 조끼.카디건 등을 껴입고 근무하는 모습도 이젠 낯설지 않다. 덕분에 유통업계도 '웜비즈 효과'를 보고 있다. 롯데백화점 측은 최근 한 달간 전 점포의 조끼.카디건.내복 등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40% 올랐다고 밝혔다. LG패션도 9~11월 조끼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카디건은 30% 더 팔렸다. 롯데백화점 정윤성 남성매입팀장은 "웜비즈 상품 판매가 좋아지며 그동안 부진했던 남성복 매출도 함께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운동은 일본에서 고유가 타개책으로 먼저 시작됐다. 올 여름 에어컨을 적게 가동하자는 '쿨비즈(cool business)'운동이 성공하자 겨울을 맞아 이번엔 '웜비즈'를 하자고 나선 것이다. 일본 다이이치(第一)생명 경제연구소는 올 여름 쿨비즈운동에 전체 기업의 20%가 참여해 모두 1000억 엔 이상의 경제 효과를 보았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는 산업자원부와 에너지관리공단이 실내 온도를 18~20도로 유지하자는 '난 2018' 운동을 벌이고 있다.

전경련 이병욱 상무는 "일본의 쿨비즈가 의외로 높은 에너지 절감 효과를 보인 데 국내 기업들도 자극받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겨울철 사무실 온도를 3도만 내리면 에너지 사용량을 20%까지 절약할 수 있다"며 "일반 가정도 네 가구 중 한 곳만 실내 온도를 1도 내리면 도시가스 비용을 연간 430억원 정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실내 온도를 낮추는 것이 건강에도 좋다고 말한다. 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과 유태우 교수는 "실내가 따뜻하면 바깥에 나갔을 때 온도 차가 크기 때문에 몸에 부담이 된다"며 "실내 온도와 바깥 온도의 차이를 줄이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출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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