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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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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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2-06-09 ㅣ No.3760

6월 10일 연중 제 10주간 월요일-마태오 5장 1-12절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골인>

 

교부들의 가르침에 따르면 신약성서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산상수훈입니다. 그런데 이 산상수훈 가운데서도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이 오늘 복음에 제시된 진복팔단입니다.

 

암브로시오 교부 같은 경우 진복판단을 인간의 영혼이 완덕에 도달하기 위해 밟아야 할 여덟 계단으로 보았습니다. 이 진복팔단은 순례의 길을 걸어가는 교회공동체가 올바른 방향을 잡을 수 있는 결정적인 방향타 역할을 수행합니다.

 

진복팔단의 각 구절은 "∼사람은 행복하다"는 표현이 계속 반복되고 있는데, 계속 반복되어 강조되고 있는 "행복"이란 단어에 대해서 생각해봤습니다. 그러면서 지난날 "제 삶 안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던가?"하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져봅니다.

 

팽팽하게 접전이 이어지던 동점 상황에서의 내기 축구시합 때 제가 아주 멀리서 찬 장거리 슛이 그림처럼 골키퍼 손에 닿지 않는 골대 모서리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의 행복은 참으로 큰 것이었습니다.

 

또 한번은 경기가 한창 좋을 때 월급에다 추석보너스에다 격려금까지 해서 한꺼번에 꽤 많은 돈이 생겼는데, "이 돈을 어디에다 써야하나?"하는 고민을 할 때 역시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돌아보면 그렇게 부끄럽게 살아왔습니다. 진정한 행복이 아닌 것을 행복이라 여기면서 진리가 아닌 것을 진리라고 여기면서 말입니다. 지금 돌아보니 참으로 찰나적인 것이었고 부질없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참으로 역설적이게도 가장 고통스러웠던 순간이 행복했었습니다.

 

자신의 한계나 무력감을 철저하게 느끼는 순간, 더 이상 어찌해 볼 도리가 없음을 알게 된 사면초가의 순간, 막다른 골목 그 끝에 서서 괴로워하던 순간들이 오히려 은총의 순간이었음을 느낍니다.

 

왜냐하면 그 고통의 순간만큼은 가장 절실하게 하느님께 손을 내밀던 순간이었습니다. 그 순간은 가장 하느님과 제 자신에 대해서 솔직한 순간, 겸손해진 순간이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교 진리는 언제나 역설적입니다. 현실적인 불행, 그 안에는 묘하게도 행복의 씨앗이 싹트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 납득하기 힘든 진리를 하루라도 더 빨리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그 역설의 진리를 깨쳐는 순간 우리는 보다 우리 자신에 대해서 자유로워질 수 있고, 그 순간은 우리 신앙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순간이 됩니다.

 

세상이나 인간이 주는 기쁨들은 있다가도 없어지며, 얻었다가도 잃어버릴 수 있는 것들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그 누구도 빼앗아갈 수 없는 행복, 바로 그것을 추구하려는 노력입니다.

 

우리가 그 누구도 아닌 하느님께만 전적으로 의지하게 될 때, 그분 앞에 겸손되이 무릎꿇을 때, 그분께만 모든 희망을 둘 때, 우리는 그 영원한 행복을 얻을 수 있고, 자비로운 하느님 품에 안길 수 있는 조건을 지니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 이 하루 주님 그분께서 우리 안에 거처하시고 우리 안에 사시도록 우리 자신을 그분께 양보하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죽고 우리 자신이 없어져야만 우리 존재 전체를 통해 하느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고, 우리가 없어지는 그 순간 하느님께서는 우리 존재 전체를 당신의 영으로 가득 채워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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