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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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십자가(연중 18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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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종 [sjjbernardo] 쪽지 캡슐

2002-08-08 ㅣ No.3923

 

 

2002, 8, 9 연중 제18주간 금요일

 

 

마태오 16,24-28(어떻게 예수를 따라야 하는가?)

 

그 때에 예수께서는 당신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누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기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합니다. 사실 제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요, 나 때문에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얻을 것입니다. 온 세상을 벌어들인다 해도 제 목숨에 손해를 본다면 사람에게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혹은 사람이 제 목숨의 대가로 무엇을 내놓을 수 있겠습니까? 사실 인자는 자기 아버지의 영광에 싸여 자기 천사들과 함께 올 터인데 그 때에 각자에게 그 행실대로 갚아 줄 것입니다."

 

"진실히 여러분에게 이르거니와, 여기 서 있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인자가 자기 나라에 오는 것을 볼 때까지 죽음을 겪지 않을 사람들이 더러 있습니다."

 

 

 

사람마다 자기 나름대로의 십자가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 눈에는 그것이 대단한 영광처럼 보일지라도,

적어도 그 사람에게만은 피하고 싶은 십자가가 있습니다.

 

모두가 인정하는 고통의 십자가라면

내심 뿌듯한 마음에 기꺼이 지고 가련만,

속내 모르는 이들의 치기 어린 시선을 받아가면서

지고 가야하는 십자가는 말못할 고통에 빠뜨립니다.

 

유학 준비 8개월,

내년 초 출국을 계획하면서

신학교 도서관에서 하루 하루를 보내는 요즈음,

문득 유학이 곧 그러한 십자가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많은 이들이 꿈꾸는 유학이겠지만,

특별히 사제로서 유학을 가는 것이 특별한 기회라고 받아들여지겠지만,

내게 있어 유학은 참으로 힘겨운 십자가입니다.

 

비록 한시적이나마 사제로서 펼치고픈 나름의 꿈을 접고,

교회가 필요로 하는 것을 위해 길을 떠나는 인간적인 아쉬움만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공부의 부담감이 이래저래 힘겹게 다가옵니다.

 

지금 머물고 있는 종로 성당과 혜화동 신학교,

가장 복잡한 도심 한복판을 거닐면서,

오히려 홀로 외딴 곳에 묻혀 있는 수도승의 느낌을 수없이 가져봅니다.

자연스럽게 주님께 묻습니다.

이것이 내가 지고 가야 할 십자가인지.

그리곤 주님께 용기를 청합니다.

기쁘게 이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다른 사람의 십자가가 아니라

나의 십자가를 지라고.

다른 사람의 십자가를 바라보다가

나의 십자가를 팽개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라고.

 

십자가!

일차적으로 나와 하느님과의 관계입니다.

다른 이를 의식하는 한 십자가는 빛을 잃고 맙니다.

다른 이가 인정하는 십자가만을 고집한다면

그것은 한낱 자신의 영광에 지나지 않습니다.

 

나를 봅니다.

나의 십자가를 봅니다.

나의 십자가를 이해하는 아름다운 벗들을 떠올립니다.

참으로 고마운 벗들입니다.

주님께서 나를 지켜보아 주시듯

말없이 나의 등을 다독이며 격려해주는 소중한 벗들입니다.

 

벗들을 봅니다.

벗들의 십자가를 봅니다.

그것이 무슨 십자가야...

이제 이렇게 말할 수 없습니다.

이제 이렇게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만의 외로움을,

그만의 괴로움을,

그만의 아름다운 결단을

나 역시 소중히 이해하고 보듬어 보렵니다.

주님께서 그렇게 하시듯이.

 

서로의 십자가는 달라도

이제 우리는 모두 하나입니다.

나의 십자가와

벗들의 십자가와

주님의 십자가가 하나되는 아름다운 시간입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 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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