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월)
(백)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동정 학자 기념일 아버지께서 보내실 보호자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주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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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고모님의 기도(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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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 [osspaolo] 쪽지 캡슐

2002-10-10 ㅣ No.4144

나는 비신자 가정에서 성장했기에

홀로 신자가 되어 수도원에 들어오면서

심지어 형제들로부터도 비난을 받을 정도였다.

그래서 수도원 입회 때는 물론, 첫서원을 발할 때도,

로마 유학을 갈 때도

종신서원을 할 때도 집에서는 아무도 오지도 않았고

청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내가 사제서품을 받았을 때

나는 깜짝 놀랐다.

우리 집안 사람들이 50명 가량이나 왔기 때문이다.

물론 모두 신자는 아니었지만

반수 이상이 신자들이었기에 더욱 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 중 내가 첨으로 만난 왕고모님이 있었다.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나중에 알게 된 것은

이 고모님은 처녀 때 혼자 영세하셔서

지금까지 50년을 오로지 한 지향으로 기도하셨다는 것이었다.

우리 집안이 성화되기 위해서는 사제가 필요하니

<사제 한 사람 나게 해 달라>는 기도였다.

내가 사제가 된다는 소식에

이제 그 꿈이 이루어진다는 생각에

병으로 힘든 몸이신데도 불구하고 참석해 주신 것이었다.

 

나는 내가 수도자가 되고 사제가 된 것이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된 것이기에

나의 힘으로 이룩한 것이라고 생각했었기에

이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내가 사제가 됨은 바로 이 왕고모님의 50년간의 기도의 결실이라는 생각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사제 서품 후 곧바로 다시 유학을 떠났기에

왕고모님은 나를 더이상 보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시고

병자성사를 청하셨다.

그러나 생각보다도 일찍 귀국하게 되어

왕고모님의 임종을 지켜볼 수 있었고

그분의 장례도 치를 수 있었다.

 

------

 

우리는 기도를 하다가도

어떤 때 괜히 심술이 난다.

이렇게 열심히 기도하는데도 하느님께서는 꿈쩍도 하지 않으신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기도는 언젠가는 이루어진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하듯이 우리의 간절한 기도를 외면하실 주님이 아니시다.

다만 그 시간과 때를 우리는 우리에게 맞추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는 양 보일 뿐이다.

때론 그것이 금방 이루어질 수도 있고

10년이 걸릴 수도 있고

50년이 걸릴 수도 있다.

우리가 원하는 때가 아니라 주님께서 원하시는 때

그 기도를 이루어주시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살아생전에는 그 성취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

노예언자 시메온이 일생을 기도하였지만

생애 만년에 가서야 구세주를 만나뵈올 수 있었듯이

우리의 기도, 우리의 꿈은 생애 만년에, 혹은 우리가 죽은 후에

이루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지금 성취되느냐 안되느냐를 따져서

기도를 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아니라,

꿈은 이루어진다는 확신을 갖고

꾸준히 지속적으로 기도하는 것밖에 없다.

우리 왕고모님처럼 말이다.

 

오늘 따라 왕고모님, 오 카타리나가 생각이 난다.

생전에 몇번 뵈온 적도 없지만

신앙 안에서는 늘 함께 해 주시는 분이시기 때문이다.

그분의 기도대로

우리 집안에 사제가 났을 뿐만 아니라

우리 집안 70-80%가 신자가 되어 있다.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 아닌가?

그분의 꿈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지 않은가 말이다.

 

오늘 나의 소원을 다시한번 추스려보자.

그리고 <구하시오 받으리라>

<찾으시오 얻으리라>

<두드리시오 열리리라> 하신

주님의 말씀을 되새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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