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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부부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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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탁 [daegun011] 쪽지 캡슐

2001-05-17 ㅣ No.3522

       그 부부의 사랑

 

그날도 여느 때처럼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의 손을 잡고 출근하며 우리 가족과 모든 이들의 평안을 소망했다.

 

그런데 그날 자정쯤 구급출동 벨이 울렸다.

 

반사적으로 구급차에 몸을 싣고 무선 지시에 따라 시내를 빠져 나오자 반대편 차선에서 차량 한 대가 불빛을 깜빡이며 달려오는 게 보였다.

 

그급차를 급히 돌려 세우고 차로 가니, 여자아이가 차에서 내리며 "아저씨! 우리 엄마 살려 주세요"하고 매달렸다.

 

자동차 뒷좌석엔 한 아주머니가 실신해 있었다. 남자는 잠을 자다 아내가 갑자기 심한 경련을 일으키며 온몸이 뻣뻣해졌다고 했다.

 

환자를 구급차로 옮겨 싣고 응급조치를 하고 나서야, 차츰 회복하는 기미가 보였다.

 

병원 응급실에 도착해 의료진에게 필요한 사항을 설명하고 난 뒤 보고서 작성을 위해 남자와 마주쳤다.

 

그런데 남자의 손에 피가 붇어 있었다.

 

순간 이일도 요즘 들어 흔히 보는 부부싸움 사고구나 싶어 퉁명스럽게 물었다.

 

"손에 왜 피가 묻어 있어요?"

 

남자는 그제야 생각난 듯 손을 뒤로 감추었고 망설이다 말문을 열었다.

 

"아내가 정신을 잃고 몸이 뻣뻣하게 굳는데 ’이게 마지막인가’ 싶더라구요, 그래서 다급한 마음에 손가락을 깨물어 아내 입 속에 피를 흘려 넣었습니다."  

 

거룩한 사랑의 고백이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을 짧은 생각으로 판단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세상에 그 무엇이 이 부부의 사랑을 만들었을까?

 

아마 그것은 세상의 명예도 물질도 아닌 두 사람 사이에 고인 사랑과 믿음의 우물이리라.

퍼내고 또 퍼내도 변함이 없고 그 어떤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깊은 우물. "여보, 나도 이들 부부의 사랑처럼 당신에게 사랑과 믿음의 깊은 우물이기를 소망합니다.

 

 

 

                                    최병준 님/전남 순천시 순천소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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